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일본 총리가 政界 은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1,980일 간 총리로 재임하여 2차대전 이후 사토 에이사쿠와 요시다 시게루 다음으로 긴 집권을 기록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이래로 사임하지 않고 임기를 끝까지 마친 유일한 자유민주당 총재였다. 고이즈미의 뒤를 이은 아베 신조 내각, 후쿠다 야스오 내각은 고이즈미의 노선을 유지했다. 그는 만 66세인데, 이혼한 뒤 獨身으로 살고 있다. 고이즈미 정치를 일본에선 '劇場정치'라고 불렀다. 2005년에 郵政개혁을 걸고 국회를 해산하여 자민당에 사상 최대의 승리를 안겨준 그는 국민의 지지를 업고 관료집단을 개혁했다. 정치인으로선 한창인 나이에 그만두기로 했으니 퇴장도 劇的이다.

고이즈미는 기자들의 질문에 짧게 답하는 편인데, 그 單答이 寸鐵殺人인 경우가 많았다. 음악감상에 대한 책을 쓴 적도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 팬이라고 한다. 행동이 사무라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항상 씩씩하고 절도가 있었다. 그는 총리가 되기 전엔 외톨이로서 괴짜로 불렸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보통사람도 군인도 이 세상에서 사리지고 남은 것은 괴짜(變人)뿐이다. 나는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데 政界에서는 괴짜라고 평한다. 진짜 괴짜는 나가다초(永田町:도쿄의 政街)다.'

그는 김정일과 두 번 담판하여 북한이 납치해간 일본인 생존자들을 데리고 왔다. 한 푼의 돈도 주지 않고. 김정일 앞에서 비굴하게 행동하면서 한 명의 납북자나 국군포로도 데려오지 못했던 한국의 두 좌파 대통령과 비교된다. 고이즈미가 김정일과 氣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NHK를 보니 동료 정치인들이 그의 퇴장에 대해서 '고이즈미식 美學' '정치를 인생 드라마로 연출한 사람'이라고 평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는 지역구를 아들에게 물려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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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극장'의 파괴력과 한계(2005년 9월)


조갑제

일본 언론이 ‘역사적 大勝’이라고 부르는 고이즈미 총리의 총선 대도박을 구경한 한국인들은 재미 없는 일본정치가 한국 정치의 드라마를 닮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가 일본에서 ‘욘사마 붐’을 일으켰던 것처럼 ‘고이즈미 극장’의 정치 드라마는 냉철한 일본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모든 인간은 弱者와 敗者에 의한 역전승이나 복수를 기대하고 응원하려는 본능적 균형감각(또는 정의감)을 갖고 있다. 정치에서 드라마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이런 역전승을 그 본질로 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郵政민영화법안이 내부 반란으로 부결됨으로써 자신을 敗者로 보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敗者가 결정적 장면에서 좌절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직접 국민들에게 ‘개혁이냐 守舊냐 선택하라“고 물어보겠다면서 비장한 승부수를 던졌다. 이것이 보통 일본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이번 선거의 주제가 고이즈미 총리의 인간과 정치였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통령 선거와 같은 명쾌한 정면승부가 이뤄진 셈이다.
텔레비전, 인터넷, 신문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과 확산으로 인해 정당보다도 언론이 정권을 만들어내는 데 더 큰 힘을 갖게 되었다. 이런 정치환경에서는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나 정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영상매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유권자들은 내용보다는 형식(이미지)을 중시하게 되었다.
유권자들이 정치적 도박을 하는 사람을 지지하는 것은 그가 착한 사람이라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의 기득권 포기 행위를 높게 사기 때문이다. 용감한 사람, 결단력이 있는 사람, 개혁의지가 있는 사람이란 이미지가 표를 모은다. 정치적 드라마의 연출자는 선거의 주제를 先占한다. 고이즈미는 과감한 국회해산으로써 선거의 주제를 郵政개혁안으로 단순화시키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일본 유권자들의 40%가 우정개혁을 기준으로 하여 투표했다고 한다.
선거판에서 主題設定權을 잡는 쪽은 공격자로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다. 즉 선거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다. 정권은 착한 게으름뱅이나 사랑받는 공주가 잡는 것이 아니고 부지런하고 욕을 많이 먹고 악착같은 사람이 잡는다.
한국에서도 드라마를 만든 사람이나 정당이 집권에 성공했다.
1987년 盧泰愚 민정당 대통령 후보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직선대통령제로의 개헌요구를 수용하는 6.29 선언을 통해서 그해 12월 直選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체육관에서 실시하는 간접선거에서 당선이 보장되었던 그가 야당과 국민들이 요구하던 직선제를 수용하자 하루아침에 그는 군사독재자에서 민주화 실천가의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1990년에 여당인 민정당이 공화당, 통일민주당과 소위 三黨합당을 했다. 盧泰愚 대통령을 군사독재자라고 비판해왔던 金泳三 민주당 총재는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다면서 여당 속으로 들어가 후보를 쟁취하려는 일대 모험을 감행했다. 그는 자신의 도박을 2년 뒤의 大選 승리로 연결시켰다.
1997년 大選에서 야당의 金大中후보는 金泳三씨가 했던 도박을 거꾸로 했다. 평소 자신이 반대해왔던 金鍾泌의 자민련과 聯政 약속을 함으로써 충청도 표를 끌어모아 당선된 것이다. 2002년 大選을 앞두고 盧武鉉 후보는 이념과 노선이 전혀 맞지 않는 기업인 출신 정치인 鄭夢準 후보와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라는 희대의 도박에 성공하여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반면 여러 모로 유리한 입장에 있던 李會昌 후보는 두번 다 모험을 하지 않고 드라마를 만들지 못해 낙선했다.
지금의 保守야당인 한나라당도 유권자들을 감동시킬 정치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는 체질이 아니다. 관료집단 체질, 웰빙族 체질인데다가 대중조직이 약해 거리의 투쟁을 포기한 지 오래다. 민심의 흐름과 동떨어져버린 한나라당은 再補選에선 이기고 朴槿惠 대표가 가끔 깔끔한 연기를 하여 반짝 인기를 얻고는 있지만 모두가 전술적인 승리이고 전략적, 이념적 승리로 확대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盧武鉉 대통령이 고이즈미식의 드라마를 연출할지도 모른다. 내년 봄쯤에 지역갈등구도를 해소한다면서 선거법 개정, 지방행정기구 개혁법안, 또는 내각제 개헌안을 발의하여 국회에서 부결되면 임기를 2년 남겨두고 대통령직에서 早期사임하면서 '나의 개혁의지를 이어갈 대통령을 뽑아주시오'라고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여 또 다시 좌파정권을 등장시킨다는 시나리오가 政街에서 나돌고 있다.
'고이즈미 극장 정치'의 한계는 인간이 항상 드라마 속에서 흥분된 생활을 보낼 수는 없다는 없다는 점이다. 냉정을 되찾은 유권자들은 드라마의 약속들이 현실속에서 실천되지 않을 때 주인공에 대해서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정치드라마는 그안에 사기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런 예가 있다. 예컨대 金泳三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보수대연합 구도의 3黨 합당체제를 파괴함으로써 보수층을 분열시켜 결국 金大中좌파 정권의 등장을 허용했다. 그래서 金泳三씨를 親北좌파세력의 宿主였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金大中씨도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聯政 파트너 金鍾泌 총리와 맺었던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아 2년 뒤에 헤어졌다.
이번 고이즈미 총리의 大勝이 가능하도록 했던 한 요인은, 金正日 정권의 核개발과 일본인 납치문제가 일본 여론을 보수화시켰기 때문에 야당이 자민당의 對北정책을 공격할 수 없게 된 점일 것이다. 우회전한 여론구조에 고이즈미의 郵政민영화 개혁론이 자연스럽게 먹혀들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고이즈미 승리의 한 助演은 金正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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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김대중, 고이즈미와 아베(2007년)

-고이즈미 전 수상은 김정일한테 한 푼도 주지 않고서도 이 학살자로부터 일본인 납치에 대한 사과와 인정을 받아냈을 뿐 아니라 생존 일본인 납북자들을 데리고 왔다. 김, 노씨는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돌려달라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趙甲濟

고이즈미 전 수상은 김정일한테 한 푼도 주지 않고서도 이 학살자로부터 일본인 납치에 대한 사과와 인정을 받아냈을 뿐 아니라 생존 일본인 납북자들을 데리고 왔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약100억 달러어치의 금품을 바치고도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한 사람도 데리고 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산가족 한 집도 함께 살도록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해달라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김, 노 정권은 동물원식 상봉쇼를 하면서 한 가족당 9억원을 김정일에게 주었다. 50평짜리 아파트 값이다. 김대중씨는 우리가 잡고 있던 일본인 납치범 신광수를 북한으로 보내주기까지 했다.

고이즈미 전 수상과 아베 수상은 김정일이 핵실험을 하자 국제사회의 엄격한 對北제재를 주도하였다. 부시와 미국이 오히려 일본의 對北정책을 따라가려 한다.

노무현, 김대중씨는 김정일의 핵실험을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오히려 미국측을 비방했다.

지난 2.13 합의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비관론을 깔고 차분하게 대응했는데 노무현 정부는 금새 김정일이 달라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 후 경과는 일본 정부의 판단이 옳았음을 보여준다.

노무현, 김대중씨는 自國民과 안보를 내팽개쳤고, 고이즈미와 아베씨는 自國民과 안보를 철저히 챙기고 있다.

노무현, 김대중이 아베, 고이즈미보다 나은 점이 있는가? 이 경우에도 무조건 일본 지도자를 공격하고 한국 대통령을 옹호해야 하는가? 김정일은 同族말살범이다. 민족반역자이지 同族이 아니다. 노무현, 김대중씨는 同族학살범을 동족보다 더 존경했다는 점에서 나중에 이완용과 비교될 것이다. 노무현, 김대중 두 사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학살자에 굴종한 자' '민족반역자와 공조한 자' '국민을 버린 자'로 정리될 것이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에게는 '국민을 버린 자'라는 평가보다 가혹한 것은 없다. 한국 보수층은 보수를 '별놈'이라고 했던 이에게 '당신이야말로 지도자 자질이 없었던 별놈이야'라고 말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