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체제→미군철수→연방제 적화통일

김정일 정권이 주장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체
김정일 정권과 남한 내 친북좌파 진영이 최근 잇단 공개발언을 통해 북한의 대남 적화 전략의 일환인 ‘한반도 평화체제’ 이행의 군불을 지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열린 제6차 남북 장성급 회담 종결회의에서 김영철(인민군 중장) 단장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을 주장하며 “남측은 평화체제 수립 당사자 문제와 관련,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당사자의 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평화문제와 긴장완화와 관련된 서해상 충돌문제를 다루는 문제를 회피한다면 스스로 ‘나는 (평화체제)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세상 앞에 자기 모습을 폭로시킨 것과 같다”며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와 관련, 남측 당사자 문제를 처음으로 거론했다.

노무현 대통령 “정전체제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올림픽 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제13기 민주평통자문회의 출범식 연설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하며 경제협력을 확대해 남북공조를 통한 북방경제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이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면서 “우리의 경제무대가 아시아 대륙 전체로 뻗어나갈 것이며, 무역과 금융 비즈니스 등 모든 경제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지난 18일 2박 3일간 금강산 방문을 마친 후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여러 가지 내용을 담은 평화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조만간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평화체제 논의가 중요하다”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구체적인 시점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8.15 이전에 부분적으로라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일 정권 “평화체제 전제조건은 주한미군 철수”

김정일 정권은 그동안 ‘평화협정=주한미군 철수’라는 등식을 갖고 있다. 김정일은 한반도 적화통일 과정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주한미군을 그대로 둔 채라면 어떤 협정을 맺더라도 평양권부(權府)의 안보 불안이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의 개념은 남한의 그것과는 판이하다.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1983년 1월 발행한 ‘백과전서’에는 정의된 평화협정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평화협정은 쌍방이 서로 상대방을 침범하지 않고, 무력증강과 군비경쟁을 그만두며 미국은 조선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통일을 방해하지 않으며, 남조선을 강점(强占)하고 있는 미군을 철거(撤去)시키어 미군이 철거한 다음 조선은 그 어떤 다른 나라의 군사기지나 작전기지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본내용으로 하고 있다.”(이하 생략)

이와 함께 지난 2005년 8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 모인 북한과 친북단체들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조선통일의 가장 큰 장애물인 남조선 강점(强占) 미군을 철수시키자”고 했고, 같은 해 8월19일 반제민전 역시 “평화체제를 공고히 해 미군을 철거하고 올해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진입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자주통일=연방제 공산화(赤化)통일

남한에서 평화체제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평통사’(상임공동대표 홍근수) 등 좌파단체 역시 “국보법 철폐,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을 더 없이 확고히 추진해야 한다(평통사 홍근수 대표 논설짐 中)”, “평화체제 수립에 조응해 주한미군을 철거시키고 자주통일로 매진하자(평통사 2006년 4월4일 성명)”는 등 김정일 정권에 동조해왔다.

따라서 북한과 국내 친북단체들이 주장하는 ‘평화체제’는 ‘주한미군철수’ 이후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인 ‘고려연방제’를 관철시키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북한은 그동안 시기와 정세의 변화에 따라 ‘연방제’의 의미를 여러 차례 수정해왔으며, 공식적인 통일방안으로 지난 1980년 10월 10일 제시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고려연방제)을 제시하고 있다.

고려연방제는 통일의 원칙으로 △자주(주한미군철수), △평화(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 △민족대단결(남한 내 공산주의 활동보장)의 3개항을 제시, 남한에서 이른바 ‘자주적 민주정권’ 즉, 연공(공산)정권 수립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다.

고려연방제는 이처럼 통일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남한의 국보법 폐지·주한미군철수·공산주의 합법화·남한 내 ‘인민민주정권’ 수립 등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김정일 정권의 남한 무장해제를 통한 ‘적화통일’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남한의 ‘자살행위’

이 때문에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일 정권의 대남전략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선언하고, 구체적 실무 합의는 훗날로 미루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문항 전 UN군사령관 정전담당 특별고문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옛날부터 전쟁 중 휴전협상 과정에서부터 외국군대 철수 문제를 중대한 문제로 들고 나왔다”면서 “북한 쪽으로서는 미군철수 문제가 하나의 가장 중요한 안건으로 취급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회의에 나올 때마다 거의 미군 철수를 지나가는 말로라도 항상 했다”며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한 합의가 있기 전에는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기 어렵다”고 거듭 주장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7일 <프리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개념은 ‘한반도에서 군사적인 행동이 중지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주한미군이 완전히 철수되고 미국과 한반도의 연(緣)이 완전히 종결된 상태’”라고 정의했다.

“전쟁가능성 높이는 평화체제 모험 중단해야”

송 연구위원은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그들의 독특한 한반도 평화개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사회 속에 존속하고 있는 ‘만경대정신숭모세력’들이 이러한 북한의 한반도 평화개념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도 이날 <프리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북핵 폐기’를 전제로 평화체제가 논의됐으나 현재는 이 문제가 해결 안 된 상태에서 추진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김정일의 핵포기 의지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평화체제 논의는 북한의 대남(對南) 군사전략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현재 범여권(범좌파)이 정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평화체제’ 논의는 주한미군철수와 연방제통일 등 반미(反美)주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 뒤, “섣부른 평화체제 구축 시도는 상대방 무력(武力)에 대한 군사억지력을 상실, 전쟁가능성을 높이는 등 위험한 조치”라며 ‘평화체제 모험’의 중단을 촉구했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위 기사의 출처는 인터넷 프리존뉴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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