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6월15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올해로 7년이 됐습니다. 당시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미국과 남한의 관계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도 낳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2000년 6월15일 당시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났습니다. 남북한이 분단된 지 반세기 만에 양쪽 정상이 처음으로 만난 겁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자체에 대해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변화를 분석한 책 ‘2010년의 한국, 새 천년의 과제’ (Korea 2010: The Challenges of the New Millenium)을 펴낸 폴 챔벌린 (Paul Chamberlin)씨는 당시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Chamberlin: (It de-politicized the North Korean threat in Korean domestic politics and that by itself was a very healthy change.)

'남북 정상회담은 남한 국내정치에서 북한의 위협이 갖고 있던 정치색을 없앴습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매우 건전한 변화였습니다. 적어도 남한 안에서는 북한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확신이 생긴 것이죠.'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Larry Niksch) 박사는 남북정상회담이 북한에 일정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습니다.

Niksch: (This summint and the polices that followed as described as Sun Shine in S. Korea has produced a degree of N. Korean economic dependence on S. Korea.)

'남북 정상회담과 그 뒤를 나온 남한의 이른바 햇볕정책은 북한이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남한에 의존하게 만들었습니다. 북한이 남한에 도발행위를 하거나 군사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 거죠. 그리고 경제적으로 앞선 남한의 실상을 북한주민들이 알게 된 중요한 요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남한이 정상회담 직전에 비밀리에 북한에 돈을 건넨 사실은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닉쉬 박사는 지난 200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남한 정부가 정상회담 대가로 4억 달러를 북한에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Niksch: (The uncovering of this really didn't happen until three years after.)

“정상회담이 있은 지 3년이 흘러서야 이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남한 정부가 정상회담 직후에 이를 인정했다면, 남북관계나 한미관계도 그만큼 덜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대북 비밀 송금은 당시 북한이 비밀리에 진행 중이던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도와줬습니다. 북한은 해외에서 관련 기술과 장비를 들여오는데 필요한 자금을 금강산 관광 대가와 대북 비밀 송금 그리고 불법행위로 벌어들인 돈 등으로 충당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은 미국과 남한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면서, 미군이 남한에 굳이 주둔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남한 사람들이 생겨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폴 챔벌린씨는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을 유일한 이유로 드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습니다.

Chamberlin: (It's not just the summit. It's the realization that N. Korean quality of life is miserable.)

'정상회담 때문만은 아니구요, 북한 사람들이 비참한 생활을 한다는 걸 남한 사람들이 깨달은 거죠. 그러면서 북한을 위협적인 존재라기보다는 도움을 줘야 하는 대상으로 남한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겁니다.'

챔벌린 씨는 그러나 남한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추구하는 가운데도, 국방력을 계속 키워왔으며,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여 한미관계의 유지에 매우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