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폐기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對南적화전략으로 주장돼 온 「평화체제」를 수용하고 나선 한나라당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안보전략연구소 홍관희 박사는 『과거 평화체제는 「북한核폐기」와 「상호신뢰구축」이라는 전제 아래 논의돼 왔으나, 현재는 핵문제가 해결 안 된 상태에서 추진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핵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고, 북한의 核포기 의지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평화체제 논의는 한반도 안보구도에 큰 혼란을 야기, 북한의 對南군사전략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적으로 「남북정상회담」과 「평화선언」, 「평화체제」 논의는 친북좌파세력의 주한미군철수와 연방제통일 등 反美주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한 뒤 『섣부른 평화체제 구축 시도는 상대방 武力에 대한 군사억지력을 상실, 전쟁가능성을 높이는 등 위험한 조치』라며 「평화체제 모험」의 중단을 주장했다.

北의 평화·南의 평화, 완전히 다른 개념

세종연구소 송대성 박사는 『평화체제의 평화란 「진짜 평화」도 있고, 「가짜 평화」도 있는 양면적(兩面的) 개념』이라고 지적한 뒤 『문제는 북한이 평화체제를 주한미군철수 등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짜 평화(shadow peace)」로 주장해왔음에도, 우리는 이런 사실을 덮으려하고 보려하지 않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평화체제는 주한미군철수 등 전제조건을 달지 않아야 하는데 북한의 평화체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우리가 말하는 平和와 북한이 말하는 平和는 완전히 다른 개념임에도, 「북한도 우리와 같으려니」 하고 달려들어 심각하다. 한나라당 역시 이런 점을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평화체제 논의, 한나라당 必敗의 수

북한연구소 김승철 연구원은 『한나라당이 평화체제 논의에 뛰어든 것은 대선 필패(必敗)의 자충수』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체제가 가시화되면 한국의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일시적으로 경기가 부양되는 등 「평화착시」가 만연할 텐데, 이런 분위기를 리드하는 것은 김정일의 직접적 후원을 받는 집권세력이 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집권세력과 차별적 이념, 노선, 정책이 없는 한나라당은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말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화체제」 核폐기, 개혁·개방 등 전제돼야

평화체제를 논의하려면 철저한 조건 이행이 선행돼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대 제성호 교수는 『평화체제는 완전한 核폐기, 신뢰구축, 북한 개방·개혁 등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수령독재가 건재하고, 對南적화전략이 불변하며, 핵까지 용인하는 평화체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평화공존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문서로 만든 평화는 낭만적인 「평화착시현상」만 불러올 수 있다』며 『만일 6자회담이 타결된 상황에서 국제적 분위기를 고려해야한다면, 상기(上記)의 조건 이행을 강력히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