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토론방에서 퍼온 것이다. 제목은 여기서 바꾼 것이다.

이름:삼덕 (1) (1, 남, 1)
2003-05-03 오후 8:32:00 211.243.169.96

철부지 중학생과 갈팡질팡 대통령

1.

철부지 중학생이 있었다.

중학생이, 밤늦게 '주말의 명화'를 보고 있었다.
한창 재미나게 보는데, 엄마가 말했다.
'TV꺼라.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날 수 있단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일찍 학원가야 하지 않니?'
그러자, 아들이 말했다.
'엄마, 주말의 명화를 보면서, 영어공부 하는 것이에요. 영어청취공부...'

중학생이 '주말의 명화' 한 편을 본다고 청취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중학생은 그런 소리를 했을까? '주말의 명화'가 너무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영화가 보고싶어서 보는 것인데, 괜히 공부를 갖다붙여, 엄마의 허락을 얻어내려는, 잔꾀를 부리는 것이다.


2.

저기서 저 말하고, 여기서 이 말하면서, 좌충우돌 하는, 갈팡질팡 대통령이 있다.

그 대통령이 주말에 골프를 치러갈 계획인 모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돈있는 사람들은 골프도 치고 하면서 소비를 해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주변의 지적에 따라 대통령이 골프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게, 도대체, 몇 살 짜리 수준의 변명인가?

과연, 지금, 대한민국의 판국이, 골프를 치면서 희희낙락 해도 되는 형편인가? 대통령도 휴식이 필요하니, 일요일날 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골프가 여전히 고급스포츠인 상황 속에서, IMF때보다 더한 불경기라는 탄식이 터져나오고 신용불량자가 300만 명을 육박하는 현실 속에서, 굳이 '골프'라는 것을 쳐야 할까? 굳이 돈을 쓰면서 경기활성화를 도모하고 싶다면, 재래시장을 찾아가서 물건을 좀 팔아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더욱 효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지도자의 도리가 아닐까?

골프를 치러가는데, 경기 운운, 하지 않으면, 서민들로부터, 혹은 양식있는 국민들로부터 욕 먹을 것 같으니, 잔꾀 작전을 쓴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그는 놀면서도, 경제까지 고려하는, 위대한 지도자라는, 칭찬을 듣고 싶었던 모양이다.

'수많은 백성들이 불경기로 심히 불안해하는 것은 그들 사정이고, 나는 골프를 억수로 치고 싶었노라…'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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