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토론방에서 가져온 것이다. 제목은 여기서 바꾼 것이다.

이름:포구니 (abc@anticom.com) (100, 남, -)
2003-05-02 오후 9:52:00 220.78.223.183


대통령의 TV 토론을 보았다. 대통령이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잘못된 정보와 편향된 이념을 근거로 말과 감정을 함부로 표출하는 막 되먹은 태도는 고사하고서라도, 과연 그가 우리의 체제와 대통령의 직분에 정확한 인식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체제로써 3권이 엄격히 분리되어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법 집행의 최고 책임자며, 국가의 원수로서 대외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한다.

행정부는 법 집행기관이므로 그 수장인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법질서를 존중하고 준수해야한다. 그런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한총련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의 일각으로 폄하시켜버림으로써 스스로가 법질서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만이 아니다. 국정원장과 기조실장과 관련하여 국회를 통해 적절하게 표시된 국민의 권고를 무시함으로써 사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 국민 )까지 얕보는 언동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대통령이란 자리를 사법부과 입법부에 초월하는 군주적 지위로 착각하고있음을 반증한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바로 독재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노 대통령은 형식과 명분보다는 실질과 내용이 중요하므로 북핵회담의 참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을 함으로써 우리의 안보에 사활적 이익이 걸린 북핵회담에 당사자 자격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는 기가 막힌 발상이다. 종전에 취한 우리의 주도적 역할, 우리 참여 없는 북핵회담은 무의미, 불인정 주장 등과도 배치될 뿐 아니라, 우리의 참가 없이 행해질 미국과 북한의 결정에 우리 대한민국을 의존적, 종속적 지위로 격하시킴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자주성과 위신을 추락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가의 위신( National Prestige)을 세우는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최고의 외교능력이며 이는 국가 원수로서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최고의 의무다.

도대체 우리의 문제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이 무슨 형식과 명분에 어긋나며 이 문제에 집착하면 어떻게 판이 깨질 수 있다고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지껄일 수 있는가?

북한이 그렇게 고집부리더라도 우리는 확고한 자세와 원칙을 갖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참여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대통령의 자세지, 어떻게 말도 안 되는 고집에, 되지도 않은 이유를 갖다 붙여 굴종적인 자세를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취할 수 있단 말인가? 최종적으로 우리의 참여주장이 정말 판을 깰 수 있는 요소가 된다면, 그것은 기술적, 외교적으로 프로페셔날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지 대통령이 나서서 무식하게 먼저 지껄일 사항이 아니다.

물론 우리의 참여여부가 회담의 성과에 영향을 안 줄 수도 있다. 어차피 회담은 우리와 미국의 사전공조에 따라 북한과 진행할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대통령이 나서서 김정일의 억지고집에 굴복하고, 미국을 방문하기 앞서 마치 미국을 우리 페이스대로 움직일 수 있는 비책이라도 있는 듯이 호도하면서 국가의 자존을 포기할 수 있는 발언을 한다면 어떤 나라가 이런 자세를 수긍하겠는가? 미국도 수긍 못할 것이다.

외교에 있어 명분과 형식이 실질과 내용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자기합리화요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명분과 형식을 포기하더라도 실질과 내용를 추구하겠다는 말은 힘이 뒷받침되는 강대국 대통령이 이 힘을 지렛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을 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힘도 자존심도 없는 대통령이 할 말은 따로 있다. 북한 김정일을 보라. 뼈대만 앙상한 나라가 그래도 자존심을 지키니 강대국을 향해 그만큼이라도 공갈을 치지 않나?

노무현 대통령은 사법부와 입법부, 그리고 국민까지 우습게 여기고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짓을 더 이상하지 말라. 만일 그런 일이 되풀이되면 머지않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탄핵소추까지 받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말 대통령은 정상적으로 성장한 사람을 뽑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된다. 모르면 가만히 있지 괜히 아는 체, 잘난 체하는 사람만큼 역겨운 인간도 없다. 선무당이 사람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는 불쾌한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