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일단 정착했던 탈북자들이 미국에서 망명신청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방침이라는 일부 인식과는 달리,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왔을 경우에는 망명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이후 남한 정부의 인권탄압을 이유로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마영애씨에 대한 미국 당국의 망명승인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언론은 마씨의 망명신청이 승인될 경우, 이는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는 망명신청대상이 될 수 없다’는 미국 정부의 원칙에서 중요한 변경이 되는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의회 관계자와 법률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도는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미 하원의 정통한 소식통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남한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가 미국에 합법적으로 들어왔을 경우, 망명신청을 막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씨의 경우처럼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라도 미국에 합법적으로 들어와 있는 경우, 얼마든지 망명신청을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단지 이번 마씨의 경우는 남한 정부로부터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마씨의 망명신청을 돕고 있는 ‘브레츠 앤드 코벤 법률사무소 (Bretz & Coven LLP)’의 데이비드 김 변호사도 엄연히 북한인권법에 명시되어 있는 사항을 일부 언론이 왜곡되게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David Kim: 원래 일반적으로 미국 망명법에서는 제3국에 재정착을 할 경우에는 eligible 하지 않아요. 신청 자격조차 없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나라 시민이 B라는 나라에 가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받아 살다가 C라는 나라에 가서 망명신청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2004년 북한인권법에는 북한 출신, 즉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그 법이 적용이 안 되게끔 예외로 만들어놨어요. 그게 정확하게 명시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은 남한에서 시민권을 받더라도 망명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이렇게 나와 있어요.

북한인권법이 발효된 이후, 미 이민당국이 국무부와 함께 법의 시행세칙을 정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김 변호사는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법에 쓰인 대로 해석하는 것이 통례라는 것입니다.

김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남한에 살고 있는 모든 탈북자들이 자동적으로 미국 망명을 허가받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David Kim: 주의해야 될 것은 마영애씨 케이스가 승인되더라도 북한 사람이라고 다 승인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망명은 굉장히 사실 위주로 나가기 때문에 개인의 사실이 어떤지에 따라 승인 여부가 결정돼요. 그러니까 법을 사실에 적용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북한 사람이 남한에 망명가서 거기서 잘 살고 있다. 그런 사람은 망명을 신청해봤자 기각당합니다. 국가출신은 고려가 되긴 하지만, 국가출신만으로 판결나는 게 아닙니다. 모든 이민 케이스가 마찬가지입니다.

한편, 지난 2004년 미국 법으로 공식 발효된 북한인권법 3장 302조는 북한주민들이 남한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법적 권리로 인해 미국에서 난민지위나 망명신청이 금지되지 않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난민지위와 망명신청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북한국적자를 남한국적자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