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축출 이후의 세계


어제 전 세계인은 또 한번의 전쟁서막을 지켜보았다. 사담을 축출하려는 미국 및 연합국가들과, 어떠한 이유로도 전쟁만은 안 된다는 반전국가들간에 일어났던 의견차이는, 사담후세인을 제 사위마저 권력에 위협이 된다하여 참살한 냉혹한 인간으로 보는 차이와 비록 제 나라 국민들 상대로 팔아먹었지만 소설쓰는 베스트셀러작가(사담은 몇 권의 베스트셀러를 썼음)로 보는 차이 만큼이나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어떠한 이유로도 남의 나라를 무력으로 쳐대면 아니 된다는 대의명분은 반전주의자들에게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십 여년 전 지금 침범 받고 있는 이락이 이웃나라를 침범했을 당시에 그와 같은 대의명분만을 고집했더라면 이락 주변의 몇몇 나라들은 사담에게 꿀꺽 삼켜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국은 여느 '한가한' 국가들과는 입장이 많이 다른데, 과거에도 미군의 개입때문에 가까스로 소생 할 수 있었는데, 도대체 무슨 느긋함이 그렇게 많다고 사회일각에서는 반전 시위까지 벌여대고 있는지 답답하다. 미국이 한국전에 개입했던 일도 같은 잣대로 볼 것인가? 그렇지 않음 미국의 그 개입은 이번 개입과는 다르다고 할 것인가. 아하! 그 때는 유엔이 결정했었기에 이번과는 다르다고?

개입의 성격이니 명분이니 하는 것도 결국에는 각 나라마다 다를 형편에 따라 달라지는 법. 그런데도 불쌍한 이락 인민들의 처지만 상상하며 통곡하는 층들이 꽤 많이 있다고 들었다. 약소국에 대한 제국의 일방적인 공격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일부 한국인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그것도 옳은 말이 되겠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가. 동정해 줄 가치조차 없는 사담후세인의 처지를 생각해줄 때이던가?

미군의 한국전 개입과 미군의 지금 이락 공격은 그 성질도 다르고 명분도 달랐다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이 개입했던 나라가 모두 다 잘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안다. 그러나 한국은 한국의 입장에서 봐야지 섣불리 반전국가들의 입장에 볼 문제가 아니다. 그나마 미국의 개입이 있었기에 지금 이 정도이지 지금 반전주의의 선봉을 자처하는 나라들의 논리를 쫓아갔다면 오늘날의 세계지도가 어떠한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 인류는 어떠한 삶을 누리고 있을지 한 번쯤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어제, 몇몇 미국의 이락 공격을 반대하고 있는 과거의 우방국가들의 인터넷신문을 보니 '제국의 공격!' 이라는 대문짝만 제목 하에 미국의 공격개시를 비판하고 있었다. 무고한 인민들이 많이 죽을까 심히 우려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일방주의가 유엔에 정신을 훼손시킨다고 우려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 털어 봐도 인간방패를 두려워하고 민간인들의 인명피해를 두려워하는 제국이 있다는 글은 본 적이 없다. 적국 주민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살포해 주었다는 기록도 못 보았다. 더군다나 공격당하는 국가 지도자가 공격자의 인도주의를 너무 굳게 믿는 나머지, 민간인을 앞세우는 방어전략은 모든 병법을 적어놓았다는 손자병서에도 나오지 않는다. 공격당하는 병사들이 침략 군대의 인명 중시함을 자국의 지도자의 인명관보다 더욱 신뢰했다는 이야기도 못 들어보았다. 이게 무슨 제국이란 말인가?

이락 전쟁은 미국에게 있어 아주 편한 전쟁, 마치 바둑의 꽃놀이 패감 만큼이나 느긋한 전쟁이다. 미국에 비해 아주 보 잘 것 없는 무기로 무장된 이락군과의 전투결과는 해보나 마나 일방통행이 될 것이고, 사담이 은닉해 놓았을지도 모를 몇 가지 '비장의 무기'로 반격 해 온다면 희생은 많아지겠지만 이는 미국의 주장이 옳았다는 것을 극명하게 증명해주는 셈이 되기에 미국 측에서는 오히려 그렇게 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사담 측에서 꺼내들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미국의 입장을 아주 곤란케 할 수 있는 민간인방패 전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이락 민중들이 방패임무를 끝까지 완수해낼 만큼 사담을 신뢰하고 따른다고 보는가?

미국의 공격을 지지하는 층들은 겉 과속이 혼연일치되어 보다 미미한 인명피해로 전쟁이 하루 속히 마무리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담 측과 반전주의자들, 그리고 임진강 넘어 누구 패거리는 겉으로는 무고한 인명피해를 걱정하는듯 하나 속으로는 전쟁도 가급적이면 질질 끌고 사담도 살아나며 특히 엄청많은 민간인들이 죽어나가 미국의 입장이 무진장 어려워지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소망'들이 다 무슨 소용 있나? 사담이 제거되고 미영 연합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사담이 쫓겨난 그 이후의 세계는 무척 달라지게 되리라. 과거의 동맹, 우방 관계가 청산되는 대신 새로운 동맹, 우방 관계가 생겨날 것 같고 경제불럭화의 경향도 더욱 뚜렷해 질 것 같다. 순조롭게 이루어져 가던 유럽 연방정책도 차질이 생길 것 같고 김정일은 무척 고달픈 처지로 전락되고 말 것이다.

미국 영국없는 유엔을 생각해 보았는지?

왈가불가 하느라고 허송세월만 보내는 유엔대신 두 쪽으로 쫙 나누어 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평화를 외쳐대면서도 제 이득만 챙기느라 남의나라 불행에는 무관심하고, 민중을 핍박하고 심지어 무고한 국민들을 인간방패로 전락시키는 독재자무리들을 용납 해 주는 축과, 때때로 무력은 사용하지만,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고 타국불행에 관심 많으며 특히, 제 백성위에 전지전능한 신처럼 군림하면서도 인간방패질을 마다않는 포악무도한 독재자를 응징하는 축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