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 축하 차원에서 다음달 중순쯤 실시될 국가보안법 위반 등 공안사범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에서 법무부가 공안사범 가석방 및 사면·복권의 전제조건인 ‘준법서약제도’를 개정, 사실상 폐지키로 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23일 ‘준법서약제도’에 대해 존폐 여부를 포함한 전면 개정을 검토 중이며, 이번 사면 대상자 선정 기준에 준법서약서 제출 여부를 고려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준법서약제는 지난 1998년 사상전향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가석방 심사의 전제조건으로 대한민국의 국법 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토록 한 것으로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 위헌 시비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돼 왔다. 아마 법무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양심의 자유'를 두텁게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양심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이다. 우리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사상의 자유' 또한 '양심의 자유'로서 보장된다.

'양심의 자유'는 그것이 '양심상 결정의 자유','內心의 자유'에 머무는 한,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설사 개인적으로 공산주의나 주체사상, 나치즘이나 파시즘을 신봉한다고 해도, 그것을 행동으로 표출하지 않는 한, 보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양심의 자유'를 외부로 표현하거나, 실현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제약이 따른다. 즉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서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양심의 자유'를 외부로 표현, 실현하는 행위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해서도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른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을 비롯한 공안사범들은 엄밀히 말해 '양심의 자유'때문에 처벌받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양심'이라고 주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김일성주체사상, 사회주의 사상을 표현하고, 실현하려다가 '사법부'의 판단에 의해 처벌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하등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는 그들을, 준법서약조차 거부하는 그들을, 사면하고 가석방한다?
이것은 다시 말해 국가가 그러한 사상을 묵인하겠다고 천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자유의 敵'에게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자살로 몰고 가는 행위이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축하 차원에서' 그런 '자살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더더욱 어이없는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선서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할 것'을 다짐한 것을 벌써 잊어버렸단 말인가?

'준법서약의 폐지'는 行刑法에도 어긋난다. 행형법 제51조 제1항에 의하면 '(교도)소장은 형법 제72조 제1항의 기간을 경과한 受刑者가 行刑성적이 우수하고 再犯의 危險性이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法務部令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심사위원회에 假釋放심사를 신청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同條 2항에서는 '심사위원회가 假釋放의 적격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受刑者의 연령, 罪名, 犯罪의 동기, 刑期, 行刑成績, 假釋放후의 生計手段과 生活環境, 再犯의 危險性 유무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즉 준법서약서의 제출여부는 가석방을 위해 요구되는 '再犯의 위험성'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인 것이다. 준법서약서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가석방된 후에도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르겠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법서약을 거부한 공안사범들을 가석방하는 것은 분명히 가석방시 '再犯의 위험성'여부를 고려하도록 한 行刑法 규정에 반하는 것이다.

'양심의 자유'는 물론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양심의 자유'를 남용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자들에 대해서도 관용을 베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유의 敵' 나치에 대해서도 무제한의 자유를 허용했던 바이마르공화국이 결국 어떤 말로를 밟게 되었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공안사범 가석방 및 사면·복권의 전제조건인 ‘준법서약제도’를 개정, 사실상 폐지키로 한 법무부의 방침은 철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