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답답한 마음에서 씁니다. 여러분 시청앞에서 뵙겠습니다.


작년 월드컵 기간 중 여섯 명의 젊은이들은 아름다운 우리 강토를 지키기 위하여 서해바다에서 한 알의 옥이 되어 조국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부서져 갔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이 젊은이들의 희생으로,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휴전선과 해안선을 지키고 있는 우리의 아우, 조카들의 고생으로 행복을 즐기며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원해서 또는 원하지 않았더라도 국가의 부름을 받아 많은 우리의 형제들이 군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언제 또 내가 사랑하는 나의 동생이, 나의 조카가 국가를 위하여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우리 곁을 먼저 떠나야 할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저는 몇 일전 전사하신 여섯 분을 추모하기 위하여 그 분들이 전사하신 꼭 1년 뒤인 6월 29일 오전 10시에 시청 앞에서 저 혼자라도 그 분들을 추모하겠다는 글을 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메일을 주셨습니다.

메일의 내용은 거의 대부분이 욕설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욕설에 하나하나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혼자라도 추모하겠다는 것은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도 아니며, 다른 사람에게 용돈이나 받는 아르바이트도 아닙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지키기 위하여 나를 대신하여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작게는 내 개인의 감사함의 표현이요, 양심의 명령입니다. 그리고 크게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순국선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억만금을 주고도 살수없는 것이 사람의 생명입니다. 이러한 생명을 나라지키는데 버리신 분들을 위하여 살아남은 자로서 할 수 있는 작은 성의의 표시입니다. 이러한 마음을 '알바' 등의 표현으로 매도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또 '민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집회를 하겠다는 거냐?'라고 질책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그 분께 여쭙고 싶습니다. 북한 동포들이 민족이라서 총을 겨누지 못한다면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국군 장병들은 외계인이란 말입니까? 그 젊은이들도 우리 옆에서 숨쉬고 인생을 향유했던 우리의 동포요 형제입니다. 이 젊은 우리 옆에 있던 '민족'의 가슴에 총질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외롭게 참으로 외롭게 아군 함정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서해바다에 쓰러진 우리 젊은이들의 죽음을 추모하겠다는 어떻게 정치적인 선동이 됩니까? 어떻게 남북대화를 악화시켜 전쟁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됩니까?

어떤 분께서는 '6월29일이 네 제삿날이 될 줄 알라' 하셨습니다. 좋습니다. 6월 29일이 제 제삿날이 된다면, 전 전사하신 여섯 분과 같이 제사상을 나눠 먹겠습니다. 저승에서 나마 그 분들과 같이 겸상해서 식사를 한다면 저는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저는 내가 살아가는 이 땅을 사랑합니다. 이 땅을 잘 가꿔 물려주신 조상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이 땅을 잘 가꿔서 나의 사랑하는 아들과 딸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어떠한 일이 생긴다 해도 6월29일 시청 앞에서 여섯 분들을 추모할 것입니다. 제가 이 분을 추모하는 것이 앞으로 또 발생할지 모르는 국난에서도 우리 나라를 지켜 내고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되시는 분은 자신의 주변에서 한 분이라도 같이 6월 29일 10시 시청 앞에 같이 모여 전사하신 여섯 분을 추모합시다. 우리 모두 우리의 정성을 모아 이 분들께 감사드릴때 우리의 미래도 밝아지리라 믿습니다.

4336 대한민국 84년 3월16일 2240 만주국경

게시자 : 만주국경 kma6445@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