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불법 자금망과 연계된 혐의를 받고 있는 마카오 소재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이 혐의를 벗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 은행은 작년에 미국 재무부에 돈세탁 우려 대상에서 빼달라고 요청한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북한과의 거래를 이미 중단했으며 앞으로도 북한과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작년 9월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미국 재무부의 조사결과 이 은행이 북한의 돈세탁과 위조 달러 유통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미국 금융기관들이 이 은행과 거래를 못하도록 하는 행정 규제안도 내놓았습니다.

규제안이 시행될 경우 미국 금융기관들은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을 위해 새 계좌를 열어주거나 기존 계좌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외국 금융기관들도 미국 금융기관의 계좌를 통해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과 환거래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재무부는 이 행정 규제안을 연방 관보에 올린 후 공개적인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작년 10월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은 법률 자문회사를 통해 재무부의 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법률회사는 재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재무부 행정규제안이 발효될 경우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작년 9월 미국 재무부의 발표가 있은 직후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은 고객들이 예금을 줄줄이 빼가는 바람에 예금수신고가 3분의 2로 줄었습니다.

현재 수사를 진행중인 마카오 당국은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의 자금을 모두 동결하고 북한의 예금계좌도 닫아버렸습니다. 미국 재무부에 수신된 서한에 따르면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은 20개 북한 은행과 11개 북한 무역회사, 그리고 북한사람 9명의 계좌를 닫아버렸습니다.

이 계좌들에 맡겨져 있던 돈은 마카오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특별계좌에 묶여 있습니다. 북한은 이 은행에 수백만 달러의 돈을 예금해 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은 돈 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강화했다고 서한은 밝혔습니다.

서한은 또 현재 마카오 당국이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미국 재무부가 행정규제안을 발효시킬 경우 그 대상은 마카오 당국이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마카오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입니다. 서한은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행정규제안은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이 걸려 있는 민감한 시기에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중국은 그동안 6자회담을 주최하면서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미국 재무부가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을 목표로 하는 행정규제안을 채택하지 말고, 이 은행을 돈세탁 우려 대상에서도 제외시켜야 한다고 서한은 주장했습니다.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은 지난 16일에도 법률 자문회사를 통해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했으며 앞으로도 북한과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또 미국 재무부가 행정규제안을 철회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의회조사국의 라파엘 펄 연구원은 그러나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의 이번 발표만 가지고 미국 측이 새로운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은행이 동결해 놓은 북한의 예금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Perl: The isssue here is the money and the N. Korean account they have.

펄 연구원은 이 돈 대부분이 북한의 불법행위에서 벌어들인 것인 만큼, 은행 측이 북한에 돌려줄지 아니면 계속 동결해 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통한 금융 소식통은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이 현재 마카오 당국의 관리 아래 있는 만큼, 동결된 북한 예금 문제는 마카오 당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02년 우크라이나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뒤, 우크라이나가 돈세탁 방지를 위해 관련법들을 대폭 개선한 점을 고려해 2003년 철회한 바 있습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