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발행되는 더 타임스(THE TIMES)는 오늘자 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 인터뷰를 소개했다. 제목이 [한국 지도자, '너무 나가지 말라'고 부시에게 말하다]였다.

<북한 제트 전투기들이 미국 해군의 정찰기를 공격하려는 듯 위협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한국에서 긴장이 고조되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미국이 재가동한 북한 핵시설에 대해서 공중정찰을 강화했기 때문에 高空에서의 조우는 예상되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북한의 정찰기 요격행위를 단호하게 비난하지 않음으로써 서울과 워싱턴 사이의 날카로운 갈등이 더해질 듯하다. 한 고참 서방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많은 미국 인사들은 한국의 무관심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극심한 인권탄압에 대해서 개선시킬 의지도 없이 방관하는 것이라든지, 서울을 겨냥한 장거리포를 구경만 하고 있다든지. 노 대통령은 북한 핵개발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해야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토니 블레어 영국 수상이 적당한 중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300만 명이 굶어죽었는데도 자원을 백만 군대에게 쏟아붓고 있는 북한 당국과 계속 교류하려고 애쓰는 노 대통령에게 절망하고 있다.>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공해상공에서 있었던 북한 전투기의 위험한 근접 요격과 발포 위협에 대해서는 비판도 하지 않고 위협당한 미국이 당할 짓을 한 것처럼 '너무 나가지 말라'고 충고한 셈이다.

공해상의 정찰행위는 합법적이다. 그 정찰의 주임무는 북한의 핵개발 상황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우리 국군에게도 제공될 것이다. 우리 국군이 해야 할 일을 우방국인 미국이 해주는 면도 있다. 이런 비무장 정찰기에 대해 넉 대의 북한 공군기가 15미터까지 접근하여 발포용 레이더를 켜보이는 등의 위협을 했다. 정상적인 한국 대통령이라면 북한측의 도발 행위를 비판해야 한다. 런던 타임스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위협받은 미국측을 나무란 것이다. 미국으로선 기가 찰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또 미북 직접 대화에 의한 핵문제 해결을 주장하였다. 부시 행정부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주변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간 대화를 원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블레어 수상의 중재를 희망했는데, 구차하게 들린다. 김대중 정권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도 美北 중재를 자신들이 하겠다고 했고 북한 핵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었다. 미북 중재에 실패하니 이제는 블레어까지 거명한다.

북한 핵개발의 1차적 피해자인 한국의 지도자가 그것이 자신과는 관계 없는 일인 것처럼 미국과 북한이 마주 앉아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주도권의 포기로 들린다.

미국 보고 '너무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미국이 너무 나간 것이 무엇인가. 비무장 정찰기를 공해 상공에 띄우는 것도 너무 나간 것이라면 우리 국군이 북한군의 무전을 엿듣는 것, 우리 군대가 남한 상공에서 북한지역을 비스듬히 공중정찰하는 것도 너무 나가는 일이니 중단해야 하는가. 대통령의 말은 정확해야 한다. 막연히 너무 나가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정확히 지적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참으로 문제이다. 말 잘하는 사람은 말로써 망한다는 말이 예사롭게만 들리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그동안 발언들을 분석해보면, 대체로 김정일의 전략을 지지하고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부인하면서 먼저 김정일에게 당근을 주면 달라질 것이란 이미 검증이 끝난 이야기를 하고 있다. 北核 위협의 제1당사자로서 김정일의 핵무장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란 책임감은 느껴지지 않고 남의 일로 보는 듯 유장한 콤멘트(너무 나가지 말라류)만 있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이 워싱턴에서 이야기했다는 말: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북한의 붕괴보다는 차라리 북한의 핵무장을 원한다'가 생각난다. 죽느냐 죽이느냐의 타협이 불가능한 무장대치상황에서 우리의 최고 사령관이 적의 최고사령관 입장(미북 직접 대화)을 편들고 동맹국의 최고사령관의 전략을 반대한다면 이는 중대 사태를 예고하는 것이 아닐까. 더구나 그 敵將이 인질작전과 기만선동의 명수라면 말이다.

인터뷰 기사 영어 원문: http://www.timesonline.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