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혁이란 것은 뜯어고친다는 의미이다. 개혁이 꼭 改善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개혁을 맨 처음 國政 지표로 들고나온 정부는 全斗煥 대통령이었다. 全정권은 사회정화, 정의사회 구현 같은 말도 만들었다.
2. 개혁이란 말을 도그마로 사용한 것은 金泳三 정부였다.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反改革이라 몰아세웠다. 개혁이 하나의 정치적 무기(또는 흉기)가 된 셈이다. 金泳三식 개혁의 종말이자 총결산은 외환위기였다.
3. 金大中 정권도 개혁이란 말을 좋아했다. 盧武鉉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개혁은 그러나 어디까지나 뜯어고친다는 말이지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자동적으로 보증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개혁은 과격한 수단이나 깜짝 발표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 1993년에 있었던 金泳三 정부의 금융실명제 실시 전격 발표 같은 것이 좋은 예이다. 면밀한 계획, 검토, 실험 같은 필수 과정을 생략하면 반드시 실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시작은 거창했던 개혁이 시행중에 뒤죽박죽이 되고 결말은 허망하게 나는 경우가 많다.
4. 改善은 천천히 확실하게 좋은 방향으로 고쳐간다는 자세이다. 온건한 방법을 전제로 한다. 이 방식이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결과는 확실하다. 문제는 한국처럼 압축성장을 하는 나라에서는 시간이 중요하므로 점진적 방식이 항상 善이라고는 볼 수 없다.
5. 개혁을 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자신을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착각하고 이견을 말하는 사람들을 적대시하는 것이다. 개혁을 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진보가 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관념의 포로가 되기 쉬운 한국인들은 좋은 것을 지향한다고 해서, 좋은 것을 주장한다고 해서, 좋은 말을 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개혁을 말하면, 민주를 말하면, 통일을 말하면, 민족을 말하면, 평화를 말하면 그 좋은 말 때문에 자신이 민주투사, 평화의 사도, 개혁주의자가 된다고 착각한다.
6. 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역사를 한 걸음 진전시킨 개혁을 달성한 사람은 많지 않다. 박정희, 레이건, 대처, 등소평 같은 사람들이 개혁의 巨人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말은 작게, 행동은 크게 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들겠다’식의 도덕 강의를 하지 않았다.
6. 개혁은 아무것도 아니다. 改善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