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월3일자 타임誌(주간)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와 한국인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려는 데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 한편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는 전쟁이 나도록 해선 안된다. 경제제재나 압력은 전쟁이 나도록 할 것이기 때문에 대화 이외의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햇볕정책의 성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만약 한국이 對北대화를 단절하고 압력을 행사했더라면 무슨 결과가 일어났을까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렇게 했더라면 북한은 이미 몇개의 핵폭탄을 가졌을 것이고 우리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을 것이며, 한국인이나 세계의 다른 관련 당사자들은 큰 위협 밑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3월3일자 뉴스위크지와의 인터뷰에선 '우리가 북한정권이 애타게 원하는 체제안전보장, 관계 정상화, 경제원조를 해준다면 그들은 기꺼이 핵무기 야심을 포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들은 對北시각과 對북핵 정책의 핵심 논리 구조를 보여준다.
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의 對北경제제재나 압력은 전쟁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인식은 올바르지 않다. 김정일은 경제제재를 걸면 선전 포고로 간주하겠다고 공갈하지만 어디까지나 공갈일 뿐이다.

미리 이런 경우에 전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전쟁을 안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북한정권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습뿐이다. 전쟁 수순을 미리 알려놓고 기습할 수는 없다. 정통 對北전문가들 중에서 북한정권에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한다고 해서 그들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이나 유엔이 對北압력을 행사하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는 김정일의 공갈을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김정일의 핵공갈에 우리 대통령이 넘어간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된 논리는 미국이나 유엔의 對北압력과 제재가 전쟁을 유발하는 나쁜 선택이라는 오해를 확산시킬 수 있다.

범인의 협박과 공갈에 넘어간 피해자가 범인을 강제로 체포하려는 경찰관을 향해서, '그렇게 하면 범인이 대어들어 당신이나 나나 큰 피해를 보니 말로써 달래자. 달라는 것을 다 주면 저 친구도 개과천선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격이다.

김정일에게 체제안전, 경제원조, 관계 정상화를 선물로 주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하는 논리도 김정일이나 親김정일 인사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지 사실이 아니다. 김정일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전에 어느 나라가 김정일 체제의 안전을 위협했나. 한국과 미국이 북침 전략을 세웠나, 쿠데타나 암살 계획을 세웠나.

김정일 체제의 불안은 개혁 개방을 거부함으로써 북한주민 수백만 명을 굶겨죽인 일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의 체제 안전은 핵무기 개발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개혁 개방으로써만 보장되는 것이다. 미국이 김정일 체제의 안전을 보장했다고 치자.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주석궁을 포위하면 미군이 올라가 폭동을 진
압하고 김정일을 보호할 것인가.

김대중 정권이 그토록 많은 경제원조를 해주었는데도 그 기간에 비밀 핵개발을 했다는 것은 김정일이 핵무기와 경제원조를 맞바꾸지 않겠다는 증거가 아닌가. 이 이상 확실한 또 다른 반증이 있을 수 있나.

노무현 대통령의 논리는 김정일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인 바탕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의 대변인이 된다. 실제로 미국측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의 對北觀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대목이 있다. 그는 햇볕정책을 변호하면서 對北 지원을 중단했더라면 그들은 이미 핵무기를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은 對北퍼주기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그 기간에 불법 핵무기 개발을 계속했다는 점이다. 즉, 김정일은 김대중 정권으로부터 받은 비자금 등이 고마워 핵무기 개발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사실과 동떨어지고 논리도 맞지 않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실제로 미국이나 유엔의 對北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 한국의 국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노무현 정책이 논리에도 사실에도 맞지 않아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강조했던 유엔안보리 회부 반대론, 미북 사이 중재론, 한국의 주도적 해결론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던 것을 보면 안다. 어슬픈 논리나 상황인식으로써 한국의 친북언론을 설득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냉혹한 힘의 논리와 말의 설득력만이 효과를 발휘하는 외교의 세계에선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