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이 글은 토론방에서 가져온 것이다.
제목은 바꾼 것이다.

이름:조약돌 (doleeko@hanmail.net) (54, 남, 회사원)
2003-02-27 오후 6:47:00 211.108.49.48

대북 송금 의혹 특검 방해말라!

대북송금 의혹에 대하여 특검을 설치하여 수사토록 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 검찰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발동해주도록 의견을 냈다고 한다.

사법수사와 공소제기 및 유지에 대하여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조직에 포함되는 검찰로서도 자신들의 업무와도 직접 관련이 되는 금번 사안에 대하여 특검의 설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안에 대하여 거부권을 가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는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대다수 국민들은 대북 비밀 송금 의혹에 대하여 궁금해하고 있으며, 이를 명쾌하게 수사하여 그 실체를 밝혀내고 불법이 개입되었다면 상응하는 조치를 하도록 기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한 것인지 모르지만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기관인 국회가 특검 설치를 의안으로 상정하여 통과시켰다면 이는 곧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거역할 수 없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국민의 의사라고 하여도 국가를 운영하도록 최고 책임을 국민들로 부터 부여받은 또 하나의 최고 권력기관인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에게는 거부권이란 것을 부여하여 국회의 전횡을 견제하도록 하고 있는 바, 국민들에 의하여 선출된 대통령이 헌법에서 보장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또한 엄밀한 의미에서 민의의 발현임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이런 형국에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검찰이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 올바른 일 처리법인지에 대해서는 조약돌로서는 딱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렇지만 말이다. 국회가 특검의 설치를 의결하기 이전에 검찰에서도 한 점 의혹 없는 수사를 바라는 국민들의 민의를 정확하게 꿰뚫고 국민들의 편에 서서 대북 송금 의혹 수사를 검찰이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당초 검찰은 대다수 국민들의 민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또다시 부패한 정권의 바람막이 역할을 마지막끼지 충실하게 수행하려는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받으면서 까지 대북 송금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국익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유보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얼마전에 밝힘으로써 국민들을 실망시킨 터이다.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특검법안의 국회 통과가 검찰의 이런 깔아뭉개기식의 대응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불의를 덮어버리려는 것으로 비쳐진 검찰의 대응 방식이 야당에 의한 특검법안의 국회 통과 관철 명분을 강화해준 것만은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에 밝힌 것처럼, 검찰이 최선을 다하여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수사한 후에도 미진한 점이 있다면 그 때가서 특검법을 발동하던지 말던지를 판단하라고 주장했더라면, 그런대로 명분도 서고 그나마 검찰이 국민들의 신뢰를 더욱 상실하게 되는 요인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하고 수사에 착수했음에도 야당이 막무가내식로 특검법을 밀어붙여서 통과시켰다면 검찰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더라도 누구도 비난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대북 송금의혹에 관한 한 김대중 정권과 입을 맞추어 전혀 수사할 의사를 비치지 않음은 물론, 이를 깔아뭉개려고 했던 검찰이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금에 와서는 특검에서 수사를 할 바에는 검찰에서 맡아서 수사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건의했다고 하니 검찰의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국민들에게 의혹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도대체 검찰은 왜, 특검에 의한 의혹 없는 수사를 좌절시키기 위하여 근래에 발동된 적이 없었던 비상수단이자, 더욱이 모르긴 몰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대통령에게 송부되는 국회 의결 첫 법률안에 거부권 행사라는 여러가지로 좋지못한 조짐을 시사하는 무리수를 대통령이 감수하면서 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지금에 와서 집요하게 나서는 것일까? 검찰에게 그럴만한 절박한 사정이 무엇인지 보통 국민으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당초 본 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전혀 없던 검찰에서 특검을 좌절시키고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한 수사를 설령 맡는다고 하더라도 그 수사가 국민의 기대하는 것처럼 한 점 의혹없이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도 어렵게 되었다.

국익에 관련된 보안문제가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여 검찰이 직접 수사하여야 한다는 검찰측의 수사 명분이 오늘따라 공허하게 들린다.

현재의 상황에서 검찰이 더 이상 나서서 이미 통과된 특검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면서 자체 수사를 주장하는 것은 검찰이 왜 그러는지 국민들에게 의혹만 증폭시키고 검찰의 위상을 더욱 왜소하게 만들 뿐이다.

따라서 검찰은 현 시점에서는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에 대하여 대통령의 승인여부를 조용히 지켜보고 대통령이 이 법안을 승인할 경우 임명된 특별 검사의 수사에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협조하여 국민들의 관심사항인 대북 송금 의혹이 명쾌하게 밝혀지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실추된 검찰권위를 어느 정도 만회하고 국민의 신망을 회복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본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 자체는 유감스럽지만 입법부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말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이 거부권 행사 건의에 혹시라도 흔들려서 당초의 생각을 바꾸어 금번 특검 설치 법안에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출마시부터 말을 자주 바꾼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국민들 사이에 회자되어 왔는데 이를 국민들에게 확인시켜주고 갓 취임한 노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들 수도 있다. 금번 특검법안의 처리에 임하는 대통령의 대응을 국민들이 주시하고 있으며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가름하는 첫 시험대가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5년 재임기간동안 노 대통령과의 의회관계, 특히 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려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다.

대북 송금 의혹 특검 법안 처리와 관련 대통령과 검찰의 사려깊은 처신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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