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이 글은 토론방에서 가져온 것이다. 제목은 여기서 바꾸었다.

No, 3234
이름:조약돌 (doleeko@hanmail.net) (54, 남, 회사원)
2003-02-21 오후 10:31:00 218.158.75.249
조회: 15회

노 당선자, 통일의 훼방꾼이 되지 마세요

노무현 당선자님,

조약돌은 님이 시국관이나 안보 통일관을 피력할 때마다 힘이 쭉 빠지고 한 없는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말로는 자신이 결코 반미주의자가 아니라면서 우방과의 공조보다는 불협화음을 조장하고 이 나라의 안정을 호소하면서도 정작 당선자 자신은 말마다 전쟁이 발발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둥 가만히 있는 전쟁이란 유령을 수시로 꺼내어 한반도 상공을 배회하게 함으로써 위기의식과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어제(2.20)는 한반도에서 전쟁도 아니 되고 북한이 붕괴되어서도 아니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면서요?

북한의 붕괴란 곧 대한민국에 의한 흡수 통일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노 당선자께서는 설마 우리 민족의 꿈에도 그리는 통일 자체가 싫으신 것은 아니시겠지요? 아니면 우리 방식에 의한 흡수통일이 못마땅하다는 것입니까?

남북간에 통일방식이라면 우리식의 흡수통일 방식과 적화통일, 그리고 남북의 합의에 의한 평화통일 방식, 크게 3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님이 그리는 통일 방식은 어떤 것입니까? 남북 쌍방이 수락할 수 있는 평화적인 통일 방식이라고요? 인류 역사에 쌍방간에 오손도손 사이좋게 합의로 통일을 성취한 전례가 있던가요? 인류가 국가를 형성하고 다른 국가를 병합하거나 아니면 여러 부족 국가들이 하나의 통일 국가를 이룬 과정을 고찰해보면, 한결같이 힘에 의한 정복이거나 아니면 어느 한쪽의 자중지란에 의한 붕괴로 강대국에게 흡수 통일되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이 주변 부족국가들을 하나로 병합하여 강대한 통일국가를 형성할 때나 피터대제가 러시아를 평정한 경우, 비스마르크가 독일제국을 통일할 때도, 당 태종이 중원을 하나로 통일할 때에 언제 한번이라도 칼에 피를 묻히지 않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하면서 사이좋게 나라를 넘겨주고 받았던 평화적 통일이 있었던가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나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할 때, 아니 근래에 들어 베트남이나 남/북 예멘, 그리고 동/서독이 통일할 때에 언제 쌍방간의 합의에 의하여 주고받는 평화적 통일이 이뤄진 경우가 있던가요?

쌍방간의 합의에 의한 평화적인 통일 방식은 어디까지나 때깔 좋은 외교관들의 턱시도우 속에 감춰둔 외교 문서나 외신 브리핑에나 나오는 이상론이거나, 아니면 정치학 교수나 통일 일꾼들이 탁상공론으로 만들어낸 말 장난이거나 허구일 뿐이란 점은 교훈으로 깨달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역사적 교훈에 비추어 실현 가능성이 무망해보이는 데도 평화통일에 집착하시는 것입니까?

노 당선자께서는 동/서독이 선택한 통일 방식, 즉 동독의 붕괴에 의한 서독에로의 흡수 통일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게르만 민족의 통일 방식으로는 괜찮으나 한민족은 그런 통일을 모색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입니까?

이도 저도 아니면 혹시 지금처럼 분단이 고착화되어 북한동포들은 영원히 김정일의 폭정하에서 죽을 때까지 형극의 나날을 보내도록 방치하겠다는 것은 아니겠죠?

물론 노당선자께서 북한 체제가 하루 아침에 붕괴되어 혼란이 초래되면, 이에 서독이 감수해야 했던 통일 후유증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우리 대한민국에 전가된다는 점까지를 내다본 지도자로서의 우려라고 선의적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말입니다. 압박과 고통에 신음하는 북한동포들을 옭죄는 그 사슬이 붕괴되어 그들을 구출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데도 이런 여건을 기화로 그들을 해방시킬 생각을 아니하고 이를 모른 척 외면하는 것은 고통받는 2천만 북한 동포와 천만 이산가족에게 마땅히 해야될 직무를 유기하는 크나큰 죄악임에 비추어 가책을 느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독일 통일과정에서 파생된 막대한 통일 비용때문에 북한의 붕괴에 의한 흡수 통일을 할 엄두가 나지 않으신다면 통일은 강구하되 비용을 좀 적게 먹히는 방법을 모색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를테면 통일 후 북한 인민들의 정신적 자유는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보장하되 다만 경제적으로는 삶의 질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될 때 까지는 현재의 휴전선을 순차적으로 개방하는 방법을 고려한다든지, 통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면 다양한 묘책이 왜 없겠습니까?

그리고 노 당선자가 아셔야 하실 것은, 북한의 독재자에게 비굴하게 몰래 지원하는 군자금에는 우리 국민들도 분노하지만 북한동포들을 정당하게 돕는 통일비용이라면 우리의 삶의 질을 얼마간 희생하더라도 고통을 분담할 일정 각오가 되어 있는 따뜻한 피를 가진 것이 한국인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노 당선자님, 북한이 붕괴되어도 좋으니 꿈에도 소원인 민족통일을 이루는 데 제발 훼방꾼이 되지는 말아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물이 맑아 더 파랜 趙 躍 乭 PEB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