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1강 구도’를 깨기 위한 汎보수 진영의 단일화 여부가 이번 대선의 마지막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중앙일보 기사는 황당하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간 단일화 논의는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 않지만, 이미 물밑에선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 중이란 이야기도 상상의 영역이다.
단일화에 목이 마른 쪽은 국민의힘이란 이야기는 맞을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김 후보의 확장성 한계를 메울 수 있는 방안으로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필수 요소로 본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에 의해 당에서 축출돼 12ㆍ3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민주당의 ‘내란 공세’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李 후보의 자산이란 지적도 맞다. 1951년생인 김 후보보다 서른네 살 어린 1985년생이라는 점도 보수의 세대교체 및 이미지 쇄신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사실에 가깝다. “대선 승패를 떠나 보수를 쇄신할 차기 주자로 이준석을 언급하는 의원들이 당에서 많이 늘었다”는 국힘측 말도 틀리진 않을 것이다.

반면에 이준석 후보는 한결 여유 있는 입장이고 전략은 명확하다고 했는데 이 또한 사실일 것이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자신이 출마해 승리한 ‘동탄 모델’의 전국화를 노린다는 것도 사실에 부합한다. 기자는 변수는 두 가지라고 했다. 우선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李 후보 지지율이 선거비용 全額이 보전되는 기준선인 15%를 넘길 경우 李 후보는 완주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해 대선 승리를 못 하더라도 추후 보수 재편 과정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 보전 기준인 10% 이상만 안정적으로 나와도 협상 주도권을 李 후보가 쥘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는 지적은 단일화를 전제로 한 상상이다. 반면 이 후보 지지율이 5% 이하로 지지부진할 경우 되레 단일화 시너지 반감을 이유로 국민의힘이 협상을 주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했다. 이것도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이준석 후보를 놓고 희망회로를 돌리는 것이다.

외부 변수로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꼽힌다고 썼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40% 초반대 박스권에 갇힐 경우 보수 진영의 단일화 압력이 거세지겠지만, 반대로 50%를 넘는 지지율을 보인다면 보수 진영이 대선 패배를 전제로 한 재편 전략에 초점을 맞추며 단일화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타당하게 보인다는 것인데 이미 이 구도이다. 이재명 지지율 51%, 김문수 31%, 이준석 8%로 나오고 있다(오늘 한국갤럽 조사). 그렇다면 단일화 논의 자체가 이뤄질 수가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이미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 측의 수싸움은 시작됐다>고 썼는데 이건 기자의 상상이든지 국힘측의 희망사항일 것이다. 그런데 중앙일보 기자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니 <“단일화는 쇼”라고 공개 언급한 이 후보는 김 후보의 확장성 한계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한다. 자신이 쓴 앞의 기사를 다 부정한 것이다. 李 후보는 이날 경북대 방문 뒤 취재진과 만나 “김 후보는 저와의 단일화를 언급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결이 맞는 전광훈 목사나 자유통일당과의 빅텐트를 언급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텐트가 얼마나 큰지, 찢어진 텐트인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은 투표용지 인쇄 전에 진행되는 오는 18일과 23일 대선후보 TV 토론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썼는데 단일화를 안하겠다는 마당에 투표용지 인쇄 전과 후가 무슨 의미가 있나?

반면 김 후보 측은 이날 빅텐트 추진단을 꾸리며 단장엔 비윤계 3선 신성범 의원을 낙점했다고 썼다. 12ㆍ3 계엄 당일 국회 본회의장으로 가 계엄 해제에 투표했던 신 의원은 이준석 후보와 같은 상임위(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전날 김 후보의 계엄 사과, 이날 김용태 비대위원장 내정자의 윤 전 대통령 탈당 등 발언도 단일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는데 그런 분석이 나오는 게 아니라 기자의 상상을 사실인 양 粉飾하고 있을 뿐이다. 김 후보는 이날 부산 선대위 출정식에서 ‘반명 빅텐트’ 관련 질문에 “자유통일당보다는, 한덕수 전 총리와 이준석 후보, 이낙연 전 총리 등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 또한 관심 없는 이준석에 대한 스토킹에 가까운 발언이다. 김문수 캠프에선 합리적 보수가 이준석 지지로 도는 것을 막아야 하고 그러려면 단일화 이야기를 띄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중앙일보 기자는 그런 사람들을 이롭게, 이준석 후보 측을 괴롭게 하는 쓸 데 없는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