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결과와 관련해 “막판에 기각에서 인용으로 결정이 뒤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고 이철우 경북지사가 전했다.

10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전날 윤 전 대통령을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만났다는 이 지사는 “윤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상당한 아쉬움을 토로했다”며 “윤 전 대통령이 구체적인 날짜까지 언급하며 ‘여러 분석을 봤지만 몇몇 헌법재판관이 막판에 결정을 바꾼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윤 전 대통령의 속내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이 “결정이 바뀌었다”고 언급한 건, 헌재 결정이 지연되자 계엄지지·탄핵 반대 진영에서 퍼졌던 ‘5 대 3 데드락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8명의 재판관들 입장이 일치되지 않고 인용 5명, 기각·각하 3명으로 갈려 헌재가 평결을 미루고 교착 상태에 빠졌을 거라는 가설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음모론'에서 그랬듯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만 해석하는 소위 '확증 편향'에 빠진 인물이라는 점을 다시 드러낸 셈이다.

본지는 헌재재판관들이 내부적으로는 전원일치 의견이 모아졌지만 '졸속 심리’를 한다는 윤 지지층의 공격을 의식해 ‘보다 신중한 결정’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날짜를 미뤄왔다고 봤다. 또 헌재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한덕수 총리 탄핵을 기각 복귀시켜놓은 것은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국정 혼란 책임을 피하기 위한 전단계로 해석했다. 윤 전 대통령측은 백방으로 정보를 많이 취합했을텐데 헌재의 내부 분위기를 그렇게 몰랐던 것일까. 

무엇보다 전국민이  TV를 통해 위헌 위법한 계엄 상황을 지켜본 목격자인데, 어떤 성향의 재판관이라도 각하나 기각 의견을 논리적으로 구성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그런 재판관이 있었으면 역사에 '사이비 재판관'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재판관도 처자식이 있는 인간인데 어느 누가 그런 오명을 남기고 싶겠나. 

그런데도 각하 기각될 헌재 결정이 막판에 뒤집혔다고 불만을 내비친 것은 윤석열과 법기술자들, 주변 참모의 사실과 상황 판단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새삼 보여준다. 자기들만의 희망 회로에 꽂혀 상식적인 판단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기 전날까지 당연히 기각될 것으로 믿고 참모들은 복귀 입장문을 준비해놓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여론에서는 100% 탄핵 인용될 걸로 봤는데도 청와대만 그렇게 외딴 섬처럼 자기들의 믿음에 갇혀있었던 것이다.  

또 이철우 지사는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하며 배신을 너무 많이 당했다. 사람은 충성심을 보고 써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여러 가지 뜻에서 ‘배신자’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재판관 중에도 배신자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고, 한동훈부터 시작해서 탄핵 (국회 표결에) 들어갔던 사람들, 공직을 맡겼는데 자기를 수사하러 오는 사람들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상처가 깊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런 윤석열은 검사 시절(2013년) 국회에 출석해 직속상급자였던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하극상 발언을 남겼던 장본인이다. 합리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의 발언에 충격을 받고 검찰을 떠났다.

그런 윤석열이 지금 와서는 '사람은 충성심을 보고 써야 한다'고 말했으니, 이런 코미디도 없다. 이미 파면된 상태라 말을 덧붙이고 싶지 않았지만 윤석열은 인간으로서 막장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이 지사는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청년 등을 언급하며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승리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도 전했다고 밝혔다. 향후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개입하겠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이 대선에 개입해서는 안 되는 수치가 68%가 나왔다. 그가 개입할수록 국민의힘은 '내란 정당'으로 몰리고 그가 이미 세게 짓밟아놓은 보수는 회복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에게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데 대한 진심어린 사과나 죄송하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전날 탄핵반대 집회에서 '헌재를 폭파해버려야 한다'는 등의 선동발언을 해온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한남동 관저로 불렀다고 한다.

전한길씨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나야 감옥 가고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국민들, 청년 세대들 어떡하나”라며 “전국 곳곳에서 ‘탄핵 반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선 분들께 너무 미안해서 잠이 오질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또 윤 전 대통령은 전씨에게 “당장 눈앞의 파도를 보지 말고,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전씨는 윤 전 대통령에게 “다가오는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윤 전 대통령께서 지키고자 하셨던 ‘자유민주주의 수호’, ‘법치와 공정과 상식이 살아 숨 쉬는 나라’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망상에 빠져 위헌적 계엄을 했던 윤 전 대통령이나 ‘자유민주주의 수호' '법치와 공정'이라고 찬사하는 전씨나 어쨌든 동류의 인물인 것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