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력경제지 니혼게이자이(日本経済新聞)의 영자지 '닛케이아시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재판이 한국에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 칼럼을 게재했다.
닛케이아시아는 게재 칼럼에서 '정치적 문제를 지름길로 해결하려 하다가, 윤석열은 어린아이조차 아는 교훈을 혹독하게 배웠다. 지름길(Short-circuit)은 위험하다. 불을 일으키고, 때로는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조직을 손상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세 달간 한국에서 벌어진 일들은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이라며 '그 책임은 한 사람에게 있지만, 그 충동적인 선택의 대가는 수백만 명이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칼럼 필자 에이든 포스터-카터(Aidan Foster-Carter)는 영국 리즈대학교의 사회학 및 현대 한국 연구 분야의 명예 선임 연구원이다.
아래는 3월 12일자 '윤석열, 브랜드 코리아를 쓰레기통 속으로 집어넣었다'는 제목의 칼럼 전문이다.
------------------------------------
한국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할지 여부에 대한 판결을 곧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이 확정되면 한국은 새로운 지도자를 맞이하게 된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5년 임기의 절반을 지나고 있었지만, 그의 임기는 순탄치 않았다. 정치 감각이 둔한 검사 출신의 대통령은 2022년 간발의 차로 당선되었고, 그의 실언과 부인의 스캔들은 여론조사에서 그를 한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야당이 장악한 국회에 발이 묶이고 끊임없이 공격을 받았던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DPK)과 타협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분노하며 근거 없는 음모론에 빠져들었다. 그러던 중 12월 3일, 그는 광기의 계엄령을 선포했다. 다행히도 이 조치는 단기간에 끝났지만, 이는 그가 국정을 완전히 망쳤음을 의미했다.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라를 망가뜨렸다. 이는 끔찍한 오판이었다.
한국이 12월 2일보다 더 나아졌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윤 대통령이 초래한 피해는 엄청나고 지속적이다.
우선 그는 ‘브랜드 코리아’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한국은 자국의 이미지에 민감한 나라다. 또한 세계 최상위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G7 정상회의에 초청된 경험이 있는 한국은 정식 회원국이 될 가능성을 점쳤고,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은 초청받지 못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덕분에 앞으로도 초청받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그리고 민주주의 문제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있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월 27일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10계단 하락한 32위를 기록했다. 과거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로 분류됐던 한국은 이제 ‘결함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로 강등됐다. EIU는 12월 3일 사태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의 비교적 짧은 역사(37년)와 상대적 취약성을 상기시키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12월 3일, 이성적인 지도자들은 자기 자신을 향한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에 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트럼프 폭풍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것은 민주당과 협력할 수 있는 좋은 초당적 이슈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오히려 민주당을 터무니없이 ‘평양의 대리인’이라고 몰아세웠다.
그 결과, 윤 대통령은 스스로 수류탄을 터뜨려 자신을 날려버렸다. 이제 한국은 트럼프와 김정은을 상대해야 하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을 이끌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제 무대에서 ‘브랜드 코리아’를 망친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정치도 독하게 망가뜨리고 있다.
탄핵된 전임 대통령 박근혜와 달리, 윤 대통령은 조용히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끝까지 저항하며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한국 정치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으며, 그 여파는 심상치 않다.
역설적으로, 윤석열은 탄핵당하고, 내란죄로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힌 지금(3월 7일 법원의 결정으로 석방됨)오히려 대통령직에 있을 때보다 더 인기가 높다 .초기에는 계엄 시도에 대한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여론은 점차 팽팽하게 나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월 중순 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6.6%에 달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 보수 정당은 즉각 그녀를 짐짝 취급하며 손절했다. 하지만 결국 대선을 민주당(DPK)에 내주고 말았다. 두 번째 패배를 피하고 싶은 마음에, 윤석열의 집권당인 국민의힘(PPP)은 내부의 불만을 억누르고 그를 중심으로 결집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크다.
기회주의적으로, 더 나은 판단을 해야 할 중도 보수 세력조차 음모론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중 하나는 지금까지 극우 유튜브 채널에만 국한되었던 ‘민주당(DPK)이 2020년과 2024년 총선에서 부정선거로 승리했다’는 주장이다. 12월 3일, 윤 대통령은 국회뿐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NEC)에도 군대를 보냈다.
물론 NEC의 사이버 보안 문제가 지적된 바 있지만, 이 주장은 터무니없는 허구다. 정작 국민의힘은 선거 당시 ‘부정선거’라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Stop the Steal!’(2020년 대선 패배 후 트럼프가 민주주의를 뒤흔들기 위해 사용한 슬로건)이 윤석열 지지 집회의 구호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친윤 시위의 규모는 반대 집회보다 커졌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전히다수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맞먹는 또 하나의 근거 없는 음모론은 윤 대통령 탄핵이 ‘중국의 공작’이라는 주장이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DC Inside)에서는 “중국이 대규모 부정선거의 배후”라는 황당한 주장이 올라오고 있으며, 심지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헌법재판관들이 사실은 중국인이며, 변장하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이야기들은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적대감이 고조되면서 한국 내 중국인 유학생과 거주자들이 길거리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의 소매업자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관광 유치 전략(?) 아닌가? 더욱이, 중국이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부당한 금지 조치를 곧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점에 말이다.
물론 한국이 중국에 대해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 민주당이 종종 그런 태도를 보였듯이 말이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반중 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서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 학자 차오신(Cao Xin)이 최근 이 지면을 통해 지적했듯, 지금 중국과 한국은 어느 때보다도 서로를 필요로 한다. 윤 대통령은 비록 강경 반공주의자이지만, 재임 중에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사업 축소 요구를 거부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거스르면서까지 일본과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제 그 유산마저도 위태롭다.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으면 한일 관계는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이러한 점들을 진지하게 고민했더라면 어땠을까? 직감을 따르는 대신 머리를 써서 결정했더라면?
다행히도, 민주주의 국가(설령 결함이 있다 해도)에서는 국가가 전부가 아니다.한국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K-pop 같은 글로벌 기업과 브랜드가 여전히 존재한다. 한강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윤 대통령이 그 소식을 얼마나 싫어했을까—블랙핑크의 리사는 오스카 무대를 빛냈으며, 전 세계가 ‘오징어 게임 2’를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1980년대 민주화 이후 계엄이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는 자부심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되어 사라졌다.
정치적 문제를 지름길로 해결하려 하다가, 윤석열은 어린아이조차 아는 교훈을 혹독하게 배웠다. 지름길(Short-circuit)은 위험하다. 불을 일으키고, 때로는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조직을 손상시킨다.
지난 세 달간 한국에서 벌어진 일들은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 책임은 한 사람에게 있지만, 그 충동적인 선택의 대가는 수백만 명이 치르게 될 것이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