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관련 “논란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특검법을 통해서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했다. 현재 내란죄 수사는 수사기관 중 경찰만 할 수 있는데, 공수처가 윤 대통령 내란 혐의를 수사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과거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했을 당시 소추·재판 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곽 의원은 “법원행정처장님, 대법원에서 특검 추천하는 게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하신 적이 있다. 왜 부담스러운지 말씀해보시라”라고 했다. 민주당이 새로 발의한 내란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게 돼 있다.

천 처장은 “이번에 내란죄 수사와 관련해서 야당 측에서도 그렇고 여당 측에서도 그렇고, 경찰 외 수사기관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해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저 또한 문제제기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천 처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장이 발부되었고, 관할이라든지 (형사소송법) 110조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서도 법적 논란이 있지만 영장 법원에서 판단이 있었다”며 “저희들 입장에선 1차적인 법원 판단이 있었다면 상급심에서 (판단이) 바뀌기 전까지 존중하는 것이 옳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천 처장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점점 더 증폭되는 상황하에서는 논란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특검법을 통해서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했다. 천 처장은 “저희들도 사법부, 특히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한 부담이 있다”며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객관성, 독립성 측면에서 곤혹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렇지만 국회에서 여야가 서로 협의해서 원만하게 특검법을 입법하고 그에 따라서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하게 된다면, 국회의 헌법에 정해진 권한 행사니까 우리 사법부에선 따를 수 밖에 없다고 한 바 있다”고 답했다. 한편, 국회 법사위에선 야당이 다시 발의한 내란 특검법이 통과됐다. 야당이 단독 처리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하며 표결 전 집단 퇴장했다.

내란죄 수사권의 주체가 정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 체포를 이렇게 서둘 필요가 있나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尹 대통령에 대한 체포나 구속영장 청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여부 결정이 나오는 이후까지 미루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메모를 해보았다.

1. 현직 대통령이란 특수성이 있다. 전직 대통령 구속은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 네 사람의 경우가 있지만 현직은 전례가 없다.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현직 국가원수 구속은 일단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킨다.
2. 무죄추정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에 반한다.
3. 증거인멸은 몰라도 도망 갈 위험은 없다.
4.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은 진행중인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에 선입견 등 불공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공정한 탄핵심리에 방해가 된다.

5. 체포 및 구속 이후의 혼란도 감안해야 한다.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의 격돌, 國論분열, 이에 따른 최상목 권한대행의 지도력 약화 등.
6.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구속한 뒤 내란 특검이 출범, 수사를 통합할 경우, 신병과 업무를 넘겨야 하는데 굳이 그런 혼선을 빚을 필요가 있나.
7. 내란 우두머리 혐의이고 부하들이 거의 구속되었으므로 예외를 허용하면 수사와 재판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순리대로 가는 데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필요도 있다.
8. 내란죄를 구성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내란'이나 '우두머리'라는 말에 집착하여 과잉대응하지 않아야 한다. 한 방의 총도 쏘지 않았고 한 사람도 연행하지 않았으며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에 순순히 응한 정상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9. 탄핵재판은 2~3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을 해야 할 사유가 있다면 전직 대통령이 되었을 때 하는 것이 본인과 수사기관과 나라와 정의구현을 위해서도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일단 헌재의 탄핵심판에 집중, 국민들이 사건의 전말을 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10.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참고로 할 만하다.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날 경우, 구속한 뒤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