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90분간 만찬을 하면서, 의료의 ‘의’ 자도, 김건희의 ‘김’ 자도, 민생의 ‘민’ 자도 안 나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30여명 참석자들을 앉혀놓고 체코 방문 성과(원전 수주)를 쭉 이야기했고, 참석자들은 경청(?)하면서 다른 화제를 꺼내거나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 말씀 중간중간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하거나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독대'를 요청했다가 거절받았던 한동훈 대표는 만찬 자리에서 따로 인사말을 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한다. 한동훈은 이날 현장에서 정무수석에게 다시 대통령 독대를 요청했으나 답변은 못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만찬이 끝난 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상견례와 함께 당 지도부를 격려하고 화합을 다지는 만찬이었다"고 언론에 릴리스했다.
그러면서 이날 만찬 메뉴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한식이었고, 윤 대통령이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과 국힘 지도부들간에 어렵게 이뤄진 만찬에서 얼마나 알맹이가 없었으면 대통령실이 '메뉴 소개'에 공을 들였겠나 싶다.
말그대로 조직의 최고 보스가 그냥 단체 회식을 시켜주고 참석자들은 저녁만 먹고 나온 셈이다. 물론 회식 비용은 윤 대통령의 개인 돈이 아니라 국민세금이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미국 같으면 이런 식사엔 국가 예산이 들어가면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이고 국군통수권자일 뿐 여당 총재가 아니고 이런 파티의 성격은 공적인 요소가 없다"며 "여당이나 야당 행사에 국가예산을 쓰면 안 된다는 것쯤은 특수부 검사 출신 두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자신이 국민에게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국정 운영은 골치아프고, 세금으로 잘 먹고 잘 누리면서 측근과 부하들에게 인심을 쓰는 대통령의 이미지만 계속 연출하고 있다.
이날 만찬은 자신을 배신한(?) 한동훈과는 말을 섞고 싶지도 않지만 만찬 얘기를 꺼낸 터라 여론의 눈치가 보여 만든 자리였을 거다.
윤 대통령은 당초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 모두를 초청해 만찬을 하는 걸로 했다. 그런데 만찬 이틀 전인 28일 대통령실은 “추석 민생이 우선이니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알렸다.
바로 전날 한 대표가 상의도 없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중재안을 내놓자 윤 대통령이 심기가 불편해 만찬을 연기했을 거라고 다들 추측했다.
그런 윤 대통령이 친윤계로 분류되는 윤상현 김민전 인요한 의원을 관저로 불러 따로 만찬을 가졌다. 한동훈 대표를 빼고서. 그 자리에서는 의대 증원 문제와 의정 갈등, 지역 민심 동향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추경호 원내대표와 거래하고 '원외 대표' 한동훈을 패싱해버릴 수있다. 대통령 지지를 못 받는 여당 대표는 허수아비와 비슷한 신세가 된다. 하지만 원한(?)을 품은 한동훈이 정면으로 반격에 나서고 당이 분열될 때 '지지율 20%대' 윤 대통령은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어질 것이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