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正日 세습을 최초로 포착했던 정보부 북한국장 출신 康仁德 前 통일부 장관 분석
『이 자료는 金正日의 처
고영희를 「인민군의 어머니」로,
그 아들 金正哲을 金正日의
후계자로 사실상 선언하고 있다』

金演光: 월간조선 차장대우


金正日의 부인을 「존경하는 어머님」으로 우상화

북한 정권이 金正日(김정일)의 후계자로 金正日과 高英嬉(고영희·50)의 사이에서 출생한 金正哲(김정철·22)을 확정, 공식화하기 위한 정지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철은 스위스 국제학교에서 공부한 후 현재 노동당 선전부의 핵심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인민군은 지난해 8월부터 인민군 장병들을 상대로 金正日의 부인(고영희로 추정)을 개인 우상화하는 사상학습을 벌이고 있음이 확인됐다. 月刊朝鮮은 최근 일본 쪽의 정보 채널을 통해 조선인민군출판사가 「주체 91년(2002년) 8월」에 발간한 「존경하는 어머님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 끝없이 충직한 충신 중의 충신이다」는 제목의 강연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에는 「대내에 한함」이라는 표시가 돼 있어, 북한군이 비밀리에 사상학습을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 16페이지 분량의 학습자료는 「존경하는 어머님」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자료에는 이 여인이 「최고사령관 동지를 가장 몸 가까이에 보좌하고」, 「최고사령관 동지의 신변안전을 위해 모든 심혈을 바치고」, 「8년여 세월 최고사령관 동지를 따라 전연(최전선) 고지에 올랐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료는 「존경하는 어머님」을 『항일의 여성영웅 김정숙 동지와 꼭 같으신 분, 우리 모두가 따라 배워야 할 충신의 위대한 귀감이시다』고 했다.
인민군 내부 학습자료를 月刊朝鮮에 전달한 일본 측 정보소식통은 『金正日의 군부內 현지 지도에 따라다닌 「존경하는 어머님」은 金正日이 정식 결혼한 김영숙이 아니라 고영희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존경하는 어머님」이 고영희라는 데 일본의 관측자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없다』고 전했다.
康仁德 前 통일부 장관 등 한국 측 전문가들 역시 「존경하는 어머님」이 고영희를 지칭하고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고영희는 1953년 일본에서 출생했다. 출생지는 도쿄와 오사카 두 가지 설이 있다. 고영희는 在日교포 북송사업이 시작된 1960년대에 부모와 함께 북한으로 건너가 1971년경 만수대 예술단에 들어가 무용수로 활동했다. 고영희는 金正日과 정식 결혼을 하지 않고 살면서, 1981년 아들 김정철을 낳았다.
金正日은 고영희와 결혼하기 전에 월북작가 이기영의 며느리인 유부녀 성혜림과 동거하면서 1971년 5월10일 아들 金正男을 얻었다. 金正日은 1974년 김영숙과 정식 결혼했으나 두 사람 사이에는 아들이 없다.
인민군 학습자료는 『모든 일꾼들은 대를 이어 수령복·어머니복을 누리는 오늘의 이 영광, 이 행복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선군시대 충신의 위대한 귀감이신 존경하는 어머님의 숭고한 모범을 따라 배워 우리 당과 혁명의 운명이시고 미래이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를 총대로 결사옹위하며 최고사령관 동지의 선군 혁명령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나감으로써 남녘 해방과 강성대국 건설위업을 하루빨리 완수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중앙정보부 북한국장을 지내고, 金大中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康仁德 전 장관은 『이 자료는 金正日의 후계자가 누가될지 판단할 수 있는 최초의 자료가 될 것』이라며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관이자 「위대한 어버이」인 金正日과 인민군의 「존경하는 어머님」인 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북한 권력의 최고 책임자가 될 것임을 이 자료는 천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경하는 어머님」은 고영희가 분명』

통일원 통일정책실장을 지낸 具本泰(구본태)씨는 『북한軍은 이 자료를 통해 金日成 사후 8년에 걸친, 후계구도 확립을 위한 권력투쟁이 종식됐음을 선언하고 있다』며 『성혜림의 아들 김정남을 지지하는 노동당 당료 세력과 김정철을 지지하는 軍 세력 사이의 싸움에서 당이 밀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具 前 실장은 『2001년 5월 김정남이 일본에 불법 입국하려다 체포된 것과 관련해서 이탈리아의 언론들이 「망명설」을 제기했는데, 이 자료를 보면 이탈리아 언론들이 요점을 짚었다』며 『김정남은 완전히 정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후계구도를 둘러싼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은 정돈됐지만, 북한은 앞으로 對南·對外정책에서 호전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개혁·개방을 할 수 없는 金正日-김정철 세습체계에 도전하는 세력이 잉태될 것이고, 지난 8년을 능가하는 제2차 권력투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 관료와 중국에 가까운 세력들의 지지를 받아 온 김정남이 숙청됨으로써, 중국형 개혁·개방을 추진하려는 북한 내부의 움직임은 강력한 견제를 받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具 前 실장은 『이 자료에 등장하는 「존경하는 어머님」은 고영희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들이 없는 본부인 김영숙을 개인 숭배하기 위해 북한 인민군이 이런 자료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권력의 핵인 북한 인민군이 고영희 우상화에 나선 사실로 볼 때 북한 군부와 노동당이 金正日의 후계자로 김정철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한 서방의 북한 관측자들은 金正日과 성혜림의 사이에서 태어난 金正男이 金正日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관측해 왔다. 반면 북한 노동당과 정부,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金正日 후계체제에 대해 침묵을 지켜 왔다.
지난 2월9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康仁德 前 통일부 장관을 만나 자료를 한번 精讀(정독)해 줄 것을 요청했다. 康 前 장관은 「존경하는 어머님은…」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어디서 이런 엄청난 자료를 입수했느냐』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康 前 장관은 1973년 중앙정보부 북한국장 시절, 북한 노동당이 간부들의 사상교육을 위해 만든 「학습제강」을 조총련을 통해 입수했다. 그는 이 글에 담긴 「당 중앙」이라는 표현이 金正日을 의미하는 것임을 찾아냈고, 金正日이 金日成의 후계자로 옹립됐음을 최초로 확인했다.
「존경하는 어머님은…」을 다 읽고, 康 前 장관은 『북한은 金正日의 후계자가 누가될 것인지는 물론 과연 3代째 정권을 대물림할 것인지에 대해 단 하나의 실마리도 남기지 않았다』며 『인민군의 내부 자료를 읽고 나니 金正日을 포함한 지도부가 후계구도 확립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는 걸 알겠다』고 말했다.

金正男은 庶子로 밀려났다

―金正日의 부인 고영희를 「인민군의 존경하는 어머님」으로 개인 숭배하는 것이 어떻게 김정철의 후계자 옹립으로 이어지는 겁니까. 논리적인 연계가 있습니까.
『북한은 유교적 문화 속에 있습니다. 개인 숭배를 유지하는 문화적 토대는 忠孝(충효) 사상입니다. 마르크스 레닌주의가 아니에요. 북한에서 유교사상을 제거하면 유일사상 체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고영희는 「인민군의 존경하는 어머님」입니다. 그렇다면 「존경하는 어머님」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金正男은 庶子(서자)가 됩니다. 이 자료는 고영희를 인민군의 어머니로, 그 아들 김정철을 인민군과 북한 노동당의 嫡子(적자)로 선언한 것입니다. 嫡子가 大統(대통)을 잇는 게 당연하죠』
―자료를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이 자료는 한마디로 고영희를 제2의 김정숙으로 만들려는 노력입니다. 고영희가 인민군 병사들이 사격하는 것을 보면서 「권총 사격법이 마음에 안 든다」, 「세운 목표는 무기성능을 검열하는 데는 좋았지만, 실지 적을 쏘아 잡는 훈련에는 적합하지 않다. 움직이는 표적을 쏘아야 한다」고 지도합니다. 金正日의 생모 김정숙을 우상화할 때와 똑같아요. 김정숙이 권총을 잘 쏜다고 선전하다가, 나중에는 위대한 전략가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고영희 우상화 작업이 북한 인민군에서 처음 시작된 걸까요. 아니면 노동당이나 다른 분야에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걸까요.
『고영희는 최고사령관의 부인이지, 국가 주석의 부인이 아닙니다. 최고사령관의 부인이니 당연히 軍에서부터 우상화 작업을 시작했을 겁니다. 金正日은 「나의 권력은 軍力(군력)에서 나온다」고 얘기했습니다. 軍을 장악하지 않으면 金正日의 권력은 없는 겁니다. 후계구도에 대한 정지작업을 軍에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죠. 앞으로 당과 정부 사회단체 부분으로 우상화 작업이 넘어가겠죠』
─고영희 우상화의 다음 단계는 뭐가 될까요.
『軍의 비밀 학습자료를 노동신문 같은 공식 언론이 게재하는 게 다음 순서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고영희의 이름을 딴 도시와 병원, 학교가 생길 겁니다. 이런 단계가 한참 진행된 다음 고영희의 아들 김정철이 공식석상에 등장하고, 그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진행되겠죠』
―金正日의 장남인 金正男은 비록 庶子이긴 하지만 당 선전선전부 지도원을 지냈고, 조선컴퓨터위원회 위원장 등의 직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金正男은 2001년 5월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가 일본 세관당국에 적발됐습니다. 그 후 그의 행방에 대한 추측이 무성합니다. 그렇지만 서방에서는 그가 金正日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관측해 왔지 않습니까.
『저도 金正男이 北京으로 일본으로 떠돌고 있는 사실이 의아했습니다. 「밖으로 떠돌게 하면서 선진문물을 보게 해 교육을 시키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이 자료를 보니 상황이 명확해집니다. 金正男은 끝났습니다』

軍·黨·革命사업 장악 나설 것

―金正日은 서른두 살 때인 1974년 노동당 정치위원회에서 후계자로 내정됐습니다. 金正男의 나이가 올해 서른두 살인데 아무런 공식직함을 갖고 있지 못하죠.
『金正男이 국가보위부에 있다는 얘기 등이 다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최고 지도자가 될 사람은 노동당 안에 머물면서 제왕학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도 金正男은 권력승계의 가능성이 희박해 보입니다』
―앞으로 김정철의 후계옹립을 위한 조치들이 뒤따르겠군요. 어떤 것들이 예상됩니까.
『자기 아버지의 길을 따르겠죠. 김정철은 현재 노동당 선동선전부에서 일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어요. 선전선동부와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거친 후에는 혁명사업을 장악할 겁니다』
―혁명사업은 무얼 얘기하는 겁니까.
『對南 적화사업 분야죠. 金正日은 1969년 1월 인민군 4차 당대회에서 인민군을 완전 장악했고,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를 거쳐 1975년 對南 공작부서를 장악했습니다. 對南 공작부서가 총검열을 거쳐 완전 재편된 것이 1976년입니다. 김정철 역시 軍과 黨, 혁명사업 분야를 차례로 장악할 겁니다』
―경제부문에서의 개혁·개방이 북한의 최우선적인 숙제인데 경제는 어떻게 할 걸로 예상하십니까.
『경제는 아래에 맡기고, 책임만 물어 갈 겁니다. 경제는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金正日 스스로 「수령님께서 경제문제에 매달리면 중요한 일을 놓친다고 하셨다. 나는 軍과 黨에만 관심을 쏟겠다」고 얘기했습니다』
―金正日과 북한 지도부, 노동당이 김정철을 후계자로 결정했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여기까지 진행됐다면 노동당과 최고 지도부에서 결심을 한 겁니다. 黨과 軍의 결정으로 나온 자료로 봐야죠. 金正日이 살아 있는 한 결정은 흔들리기 어려울 겁니다』
―김정철이 올해 스물두 살인데 후계구도를 확정하기에는 빠른 것 아닙니까.
『金正日이 노동당에 들어와 10년쯤 지난 뒤인 1974년 서른두 살에 후계자로 지정됐습니다. 빠른 건 아니죠. 지금쯤 후계를 정해야 김정철이 10년쯤 부모의 보호막 아래서 자신의 조직을 만들 수 있습니다. 金正日 역시 노동당에서 일하면서 3대 혁명소조를 중심으로 한 자신의 세력기반을 마련해 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인기를 끈 「한라의 빛」은 제주도를 무대로, 한 여인이 미군에 항쟁하는 내용입니다. 6·15 頂上회담 이후 한국을 찾은 북한軍 장성과 고위인사들이 앞다투어 제주도를 찾았습니다. 제주도가 고영희의 아버지, 즉 김정철의 외할아버지의 고향이라는 사실과 연결돼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제주도가 4·3 폭동의 무대고, 남한에서 처음 일어난 혁명투쟁지라는 관점에서 봤습니다. 후계구도라는 관점에서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북한과 조총련에서 제주도를 성역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지 저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피의 숙청」 예상된다

―북한은 金日成-金正日의 유일 지배체제가 50여 년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金正日이 「내 아들 김정철을 후계자로 지명한다」고 선언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왜 이렇게 복잡한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한 겁니까.
『북한의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와 黨僚(당료)들이 바보가 아닙니다. 이 사람들은 「조금만 더 참으면, 金正日 지배만 끝나면」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개혁·개방도 어차피 金正日 정권이 사라져야 가능한 거니까요. 한 代을 더 이어 「주체사상」으로 가자고 해 보십시오. 저는 金正日 후계구도 확립 때보다 더 엄청난 반발이 생기고, 피의 숙청이 따를 걸로 생각합니다』
―북한 핵 문제와 후계구도 확립에도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핵문제는 「내 권력은 軍力에서 나온다」는 金正日의 발언에서 봐야 합니다. 핵은 金正日 권력의 핵입니다. 이건 양보할 수 없죠. 북한은 벼랑 끝까지 갈 게 확실합니다. 그리고 후계구도 확립을 위해서는 당원들과 인민들을 찍소리 못 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 자료를 읽고 북한에서 일고 있는 전쟁 분위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됐습니다』
―金正日의 권력세습이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겠습니까.
『이제는 봉건 군주국가인 북한체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입니다. 햇볕정책은 두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 체제를 상대는 하지만 그 접촉은 변화를 위한 것이라는 전제입니다. 두 번째는 북한이 군사적 위협이 안 된다는 겁니다. 북한이 봉건세습 국가 체제를 강화하면 이 두 가지 전제가 무너지는 거니까요』
―남쪽의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어차피 개혁·개방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을 보세요. 수백만 명을 굶겨 죽여도 주체사상은 버릴 수 없다고 하잖습니까. 개혁은 체제를 바꾸는 겁니다. 봉건적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개혁을 합니까. 김정철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제2의 「3대 혁명소조」가 다시 출현할 겁니다. 그 이름이 「先軍政治 옹호부대」가 될지 다른 게 될지 모르겠지만』
―북한이 先軍政治와 金日成 家系의 권력승계를 고집하는 한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치와 긴장이 계속된다고 봐야겠군요.
『남쪽에서는 「先軍政治」를 군사 우선정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입니다. 「先軍政治」는 金正日 정치의 전부입니다. 사회·문화·경제·외교 모두가 군대식으로 간다는 게 先軍政治입니다. 모든 것이 결사항전, 죽기 아니면 살기니까, 긴장이 가라앉기 어려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