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이 글은 토론방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름:自文平 (rosarose@orgio.net) (48, 남, 연구직)
2003-02-16 오전 11:03:00 61.104.146.48


노정권의 양자택일:'전쟁이냐 경제위기냐?'

노무현의 양자택일론:'전쟁이냐 경제위기냐?'

노무현 당선자는 며칠전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였다. 그것은 전쟁을 막기 위하여는 미국과의 의견불일치, 즉 외교적 대결도 불사하여야 하고 또 그로 인한 경제적 위기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으로 다 죽는 것보다는 전쟁을 피하고 어렵게 사는 것이 더 낫다')

간단히 말해 노당선자에게는 현재의 북핵위기가 전쟁과 경제 중 어느 하나를 배타적으로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보이고, 그의 선택은 전쟁방지에 있다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매우 비장한 결단으로 들릴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자존과 국권보존을 위해서는 때로는 인명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전쟁을 감수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차치하더라도 문제는 정말로 전쟁과 경제 중 어느 하나를 배타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우리가 처해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바꿔 말해 전쟁도 경제위기도 피할 수 있는 선택이 분명 있다. 그것은 한미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북핵문제를 국제법상의 제재권이 있는 유엔을 통해 해결하는 길이다. 물론 북한은 경제제재가 곧 전쟁선포라고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지만, 도대체 북한은 경제제재시 누구와 전쟁을 하겠다는 것인가? 중국? 러시아? 북한은 약점이 있기 때문에 북핵문제의 유엔상정을 피하려는 것이다.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비토권이 있다. 따라서 '만일 경제제재안이 안보리를 통과하였다면, 이 두나라도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북한의 우방국으로 알려진 이 두나라가 경제제재안을 통과시키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분명 IAEA 및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위반한 북한에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는 것에 이 두나라가 동의할 수도 없다.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조폭의 비호세력으로 낙인 찍히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이라크의 무장해제와 관련한 안보리의 논의를 볼 때,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를 분명 개발 혹은 보유하고 있고, 미국 및 여타 국가를 공개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북한을 이라크처럼 대한다면, 유엔은 완전히 그 권위와 기능을 상실할 수 밖에 없으며, 현재 북한에 대한 국제여론은 유일하게 노정권을 제외하고는 극도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제재안이 상정되기 전에 북한에 압력을 가할 수 밖에 없고, 실제로 1993-94년의 북핵위기시 중국은 북한의 김일성에게 전화를 걸어 '유엔의 북한 제재안에 '반대'하지 않겠다, 즉 비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하였고, 그 직후 카터의 방북이 실행되어 제네바 협약이 체결된 것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이런 방식으로 북한에 압력을 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유엔을 통한, 또는 현재 논의가 되고 있는 5+2(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한국+일본), 혹은 5+5(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한국+일본+북한+호주+EU) 등 다자협의체를 통해 북핵문제를 다루는 것이 전쟁의 위험도 방지하고 또 한국의 경제위기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이 방법을 제외하면 북핵문제는 북한의 핵공갈에 대한 미국의 굴복 혹은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라는 양자택일로 압축되고, 후자의 경우 한반도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하여는 미국을 멀리하고 북한을 지지하여야 된다고 노당선자는 보고 있다. 그리고 이 경우 미국의 경제보복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바로 위의 '전쟁과 경제위기' 중 차라리 후자를 선택하겠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문제는 유엔 혹은 다자간 협상이 전쟁과 경제위기를 동시에 피할 수 있는 방법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노정권이 왜 그것을 반대하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해방 후 김영삼정권까지는 굳건하게 지속된, 그러나 김대중정권부터 점점 희미해져간, 그리고 노무현정권에서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한국외교의 기저변화에 있다. 이전에는 국제적 협력관계, 특히 한미간의 유대에 바탕을 둔 대북정책이 기저였으나, 노정권은 북한과의 유대관계에 바탕을 둔 국제, 대미정책을 외교의 기저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한국의 외교정책의 파라다임이 변한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노정권은 북핵문제에 있어서 김정일정권의 입장을 거역하게 되는 한 절대로 미국의 정책방향에 동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설사 미국의 입장이 전쟁과 경제위기를 동시에 피할 수 있는 합리적 방향이라도 말이다. 바꿔 말해 한국은 현재 국제적 스탠다드로부터 급격히 쇄국적 민족주의로 선회하고 있다. 설사 그 껴안아야 할 대상이 조폭집단의 괴수라도 말이다.

그러나 노정권이 이처럼 합리적이건 불합리하건 관계 없이 김정일의 입장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을 국가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이유가 단지 민족주의적 사고의 반영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지난 대선기간에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이들은 정권획득을 위해서는 어떤 거짓말, 어떤 조작도 마다하지 않을 뿐 더러 국익마저도 뒷전에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국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북송금과 관련된 김대중의 기자회견에서 '국익 운운'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이미 이점을 우리는 대선과정에서 이회창을 전쟁광으로 몰고가기, 김대업, 현대의 대북송금사건, 설훈의 발언 등에서 이미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핵해결에 있어서 이처럼 비합리적인 노정권의 행동은 아마도 내년 총선의 승리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인다. 즉 앞으로 있을 정계개편을 시작으로 노정권은 이미 '시민단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너무나 권력과 유착된 민주당 근처를 맴도는 시민단체 및 20, 30대의 반미감정, 그리고 좌파기회주의자들을 동원하여 대한민국을 좌경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세몰이에 나설 것이다. 언론장악과 조작은 가장 기초적인 작업에 속한다. 즉 올해에 한국은 좌파파시스트, 사이버파시스트의 광기어린 행태를 보게 될 것이고 그 화두는 '친미에서 친북으로, 대북적대에서 대미적대로'가 될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세력은 반민족, 수구, 전쟁광, 외세의 압잡이, 사대주의 등으로 맹렬히 몰아세울 것이다. 또 이미 만연하였지만 초등학교 및 중고교에서 전교조를 통한 어린이, 청소년들의 친북반미 세뇌에도 광분할 것이다. 한국식 문화혁명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대세몰이를 통해 내년 총선을 결판낸 후, 김대중과 김정일이 이미 합의한 '낮은 수준의 연방제'를 '높은 수준의 연방제'로 그의 재임기간 중에 바꾸려고 들 것이다. 노정권이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전혀 비상식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바로 한반도의 좌경화를 통한 친북통일정책에 있다고 봐야한다. 이제 한국의 국제주의적 시각에 바탕을 둔 합리적 보수에게는 매우 험한 시련의 시기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