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인터넷판 화면 캡처
춘하추동 계절마다 한번쯤 "최선생, 내가 말이요~"라며 연락해오던 장기표(79) 선생에게 전화가 올 때가 됐는데 안 왔어 궁금했는데, '담낭암 말기'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장 선생은 4년 반 전인가 19대 총선에서 또 낙선한 뒤 "정치로써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내 꿈을 포기하진 않았어요. 꿈이 이뤄질 때까지 나는 늙지도 죽지도 않아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특권폐지 운동'을 가열차게 벌여왔다.
늘 청년처럼 유쾌하고 씩씩하고 낙관적이던 그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장기표는 암 발병 사실을 감추지 않고 본인의 페이스북에 고지했다. 장기표다운 솔직한 스타일이다.
장기표는 "오늘 저는 말씀드리기 대단히 어려운 일을 말씀드리려 한다"며 "며칠 전에 건강상태가 아주 안 좋아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은 결과 담낭암 말기에 암이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되어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혹스럽긴 했지만 살 만큼 살았고, 할 만큼 했으며, 또 이룰 만큼 이루었으니 아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며 " 더욱이 자연의 순환질서 곧 자연의 이법에 따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사람이기에 자연의 이법에 따른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꼴을 보노라면 이런 나라 만들려고 그토록 열심히 노력해왔나 싶어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무지의 광란이라 불러 마땅할 팬덤정치가 횡행하여,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고 나라 걱정을 했다.
마지막으로 장기표는 "저의 뜻을 존중해서 여러 어려운 사정에서도 물심양면의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갑자기 죽음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당분간은 매주 수요일 오전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02-2277-5253)에 나가서 꼭 저를 만날 일이 있는 분만 만나려고 한다.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내가 이런 멋진 인간과 인연을 맺었다는 게 축복처럼 느껴졌다.
*아래는 장기표 선생의 글 전문이다
저와 함께 해온 동지 여러분!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를 오랜 기간 성원해주신 지인 여러분!
그리고 저희가 하는 일에 동참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말씀드리기 대단히 어려운 일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며칠 전에 건강상태가 아주 안 좋아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은 결과 담낭암 말기에 암이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되어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당혹스럽긴 했지만 살 만큼 살았고, 할 만큼 했으며, 또 이룰 만큼 이루었으니 아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더욱이 자연의 순환질서 곧 자연의 이법에 따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사람이기에 자연의 이법에 따른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찌 회한과 아쉬움, 그리고 못다 한 일에 대한 안타까움이 없겠습니까?
무엇보다 60여 년간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으로서, 특히 자연과학의 첨단적 발달로 모든 사람이 인생 최고의 행복인 자아실현의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신문명세상(정보문명시대)을 맞아 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이념과 정책대안을 정립해두고서도 이를 구현할 정치적 토대를 구축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게 된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더욱이 신문명세상에 맞는 사상과 이념, 그리고 정책을 구현하지 못함으로써 나타나는 기후위기와 이에 따른 폭염과 질병, 그리고 사회갈등과 인간성 상실 등으로 온갖 고통을 겪는 것도 문제지만,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초인공지능에 의한 현존 인류의 소멸까지 우려되는 상황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를 알고서 이에 맞는 정치가 이루어지면 능히 해결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때가 되면 거기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리라 봅니다.
그런데 더 가슴 아픈 것은 평생 나라의 민주화와 민족통일, 그리고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해왔건만 요즘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꼴을 보노라면 이런 나라 만들려고 그토록 열심히 노력해왔나 싶어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도한 양극화와 이에서 오는 위화감과 패배의식, 그리고 높은 물가와 과다한 부채, 여기에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온갖 사건 사고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더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엄습해 있는 터에 이를 극복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정치는 그야말로 무지의 광란이라 불러 마땅할 팬덤정치가 횡행하여,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듭니다.
더욱이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걱정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단지 물극즉반 곧 사물이 극단에 치우치면 반드시 대반전이 일어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거늘 이를 극복할 대반전이 일어나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그런데 정작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의 뜻을 존중해서 여러 어려운 사 정에서도 물심양면의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갑자기 죽음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저와 특별한 관계를 맺어온 많은 분들에게 더이상 연락드리지 못하게 되었음을 양해해 주십사 하는 말씀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체력으로 보아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개별적으로 만나 뵙는 일은 어려울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매주 수요일 오전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02-2277-5253)에 나가서 꼭 저를 만날 일이 있는 분만 만나려고 합니다.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오늘의 이 어려움이 다 극복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한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다들 건강 챙기셔서 건강한 가운데 하시는 일들이 다 잘 되기를 바랍니다.
그간의 모든 성원에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감히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말을 하자면 한 달이 모자랄 것이고
입을 닫아도 세월은 내 마음과 무관하게 갈 것입니다
중앙정보부에 쫓기면서 몸을 숨기기 위해 남녘 어느 절에서 승려 생활을 한 인연으로,
그 절에 불두화가 만발하면
해마다 꼭 내려오던 분이었는데 연락도 없을 만큼 바쁜가 싶었는데............
내 처이모를 통해 보고 안 사실로, 때론 암이 저절로 낫는 경우가 있다
내 마음이 자꾸 거기로 향한다 나는 직감력이 있는 사람이다
다만 성경 한 구절을 입이 아프도록 외운다
"진정 하느님은 나의 구원이십니다
내가 당신을 의지하니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야훼는 나의 힘. 나의 노래. 나의 구원이십니다"
평생을 민주와 노동 인권 운동에 헌신했으면서도 정작 민주화투쟁 유공자 정부 보상도 사양하신 시대의 양심. '행동하는 양심' 은 김대중이 아니라 장기표 선생에 붙여야 되는 수식어다. 김문수와 더불어, 대통령 한번 꼭 해봤으면 하고 바라던, 평생 재야에서 보내게 하기에 참으로 아까운 분. 사이비 민주팔이 양아치들이 판을 치고 이런 분은 못 알아보는 더러운 개돼지가붕개 세상.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도 친절하게 전해주는 ‘언론’ 에는 보도 안되고 '최보식의 언론' 을 통해서야 알게되는 딴따라 세상. 수 년전 간암 판정받은 복거일 선생도 암을 이겨내신 것 같던데, 장선생님께도 암이 치유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