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이준석, 그가 자기 시대와 국민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

1.

이야기는 힘이 있다. 사람이든 국가 사회든 본인에게 어떤 ‘敍事’가 있다고 받아들이는 순간, 그 자각은 내부에 굉장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자신이 필연적인 존재라는 인식이 의미와 자긍심을 조형한다. 반대로 스스로를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 우연 속에 태어나 되는대로 살다 가는 존재라고 이해하면 아무 것도 잘 풀릴게 없다. 행운도 번영도 없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는 것이다.

2.

세상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것은 이야기꾼이다. 주로 지식인들 몫이다. 지식인들은 특정 시대, 특정 사회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길 좋아한다. 시대 구분도 즐겨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팀 브로코'가 20세기 초반 미국인들을 일컬어 '그레이트 제너레이션', 위대한 세대라고 지칭하였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 세대의 미국인들은 히틀러와 싸워 이겼고 문명 파괴로 허덕인 戰後 세계에 '자유주의'라는 비전을 수출했으며 오만하고 방탕한 히피 후세대들을 기꺼이 인내하며 보듬었다. 그렇게 자기 역할을 다 하고 조용히 눈 감은 세대였다. 너무나 詩的이고 아름다운 의미부여다.

물론 이 시대의 미국이 교과서적인 ‘도덕의 제국’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 시절 미국인들이 자유의 최종적 수호자였다는 식의 해석도 좀 童畵的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야기성 그 자체다. 이런 서사를 부여받았을 때 사람들은 무의미성의 수렁으로 빠져들지 않고 시대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는 내적 힘을 얻게 된다. 지식인, 오피니언 리더들이 국민들과 자기네 사회 공동체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그런 필요에서다. 우리는 무의미하게 태어났다 사라지는 티끌이 아니다.

3.

오늘날 한국에서 국민과 사회, 각 세대 국민들과 관련해 정치적 의미부여를 하는 데 가장 탁월한 이야기꾼은 이준석이다. 나는 그간 이준석의 이런 ‘서사부여’적 빼어남들을 여러 정치 장면들에서 확인했었다. 예를 들어 그가 지역구 선거에 도전하는 순서와 방식에는 명확한 일관성이 있다. 그는 항상 지역구에 도전할 때 그 지역과 지역 사람들에 대해 정치사회적 의미 부여를 먼저 한다. 본인 어필은 나중의 일이다. 그가 세번이나 지역구 도전을 했었던 서울 상계동과 상계동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의미부여했는지 한번 살펴보자.

“내가 내 고향 상계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평균적인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인구 20만의 상계동은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간 곳이다. 이 말을 지금 듣고 있는 누구든 높은 확률로 상계동에 知人이 있을 것이다. (이곳은) 노력하는 사람들의 도시, 현재 가진 것이 많기보다 꿈꾸는 미래가 더 많은 사람들의 도시이다. 서울시민이지만 가장 먼 거리를 출퇴근해야 하는 사람들, 좋은 학군을 찾아서 구축아파트에 사는 것을 감내하는 일상의 도시이다. 이들은 지금의 불편함을 다소 감내하며 대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한 희망이 깃든 사람들이다.”- 출마선언문 중

놀랍지 않은가. 사실 서울이라는 메가시티에서 상계동만큼 뻔한 동네가 없다. 그런데 이준석은 상급지로 아직 가지 못한 사람들의 뜨내기 정서, 他鄕 의식을 되려 인간적 건강함으로 풀이한다. 그들의 일상을 희망어린 분투요 성실한 노력으로 수식했다. 좋은 학군을 찾아서 구축아파트에 사는 삶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한 희망 때문에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요컨대 그가 풀이해내는 서울 강북의 정서는 평범성, 근면함, 그리고 소시민적 樂天性이다. 이준석의 이야기 속에서 상계동의 흔한 삶은 하나의 美學이 된다. 이런 이야기를 이준석의 입에서 들을 때 상계동 사람, 강북인들은 감동어린 자각에 이른다. 아, 내 노력이 그저 먹고 살기 위한 남루한 분투인 것은 아니구나, 나는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싸움을 벌이고 있구나.

이준석이 모험적으로 옮긴 새 지역구 동탄 신도시. 그는 이곳에서도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의미부여부터 먼저 돌입했다. 이준석은 여러 연설에서 일관되게 동탄을 가리켜 '토박이가 없는 도시', '그물망 같은 기득권 세력이 없는 도시'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참으로 멋진 다음의 표현이 이어지는데 바로 '자라날 우리 아이들이 이 도시의 첫번째 토박이가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는 다른 연설에서 '동탄인들은 부모들에게 물려받은 것보다 물려줄 것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이며 '그렇기에 출신도 배경도 다르지만 다들 모여 사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 얼마나 우아한 동탄설화인가. 

4.

상계동이든 동탄이든 세상 가장 흔하고 평범한 것들로 가득한 도시다. 그런데 그 흔함을 이준석은 작지만 위대한 이야기로 새로 규정해낸다. 혹자는 그저 정치적 판촉행위 아니냐고 낮추어 품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언제나 위대한 리더는 구성원들 개개인에게 살아갈 '의미'를 부여한다. 자기 삶과 자기 시대의 의미를 설득시키고 수긍하도록 이끈다. 공동체에게 자기 사명을 납득시킨다. 그런 면에서 이준석의 정치언어는 아주 세련된 방식의 새마을운동과 닮았다. 비저너리라는 측면에서 그는 박정희적이다.

5.

현재까지 이준석은 지역구 정치인이다. 그래서 자기 지역구의 좁은 바운더리 안 사람들, 지역내 구성원들의 시민성에 대해서만 의미 부여를 해왔다. 내가 그에 대해 지닌 궁금함 중 가장 큰 것은 훗날 서울 같은 광역지자체장에 도전할 경우, 그가 當代 서울과 서울인들에 관해 어떤 이야기성을 부여할까 하는 점이다. 혹은 대통령에 도전할 때 자기 국민들과 當代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해 어떤 의미 부여를 할까. 그가 闡明할 우리 시대 한국인의 像, 한국이라는 나라의 理想이 나는 너무나 궁금하다. ‘한국은 이런 나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자부심을 가집시다. 더 힘을 내십시다. 우리는 꿈이 있고 그 꿈을 성취할 때 더욱 나아질 것이며 잘될 겁니다. 우리 후손들 삶은 우리보다 더 근사할 것입니다.' 그는 분명 이런 비저너리적 언어들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李承晩이 그랬고 朴正熙가 그러했듯. 

속히 나는 그의 근사한 한국론, 한국인론을 엿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