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全敬雄

9월 30일 보도분

KBS 뉴스모니터 /

9월 30일 KBS뉴스 9에서는 ‘재심특별법’이 왜 문제가 되는지 설명하지 않은 채 이를 단순한 정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제목: 與, ‘재심 특별법’ 추진 / 조성원 기자 / KBS 뉴스 9
<앵커 멘트>
대법원이 과거 공안, 시국사건 판결 수집에 나선데 이어 국가공권력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재심을 보다 쉽게 요구 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이 여당 내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 1974년 혁신계 인사 8명이 확정판결 하루 만에 전격 사형당한 이른바 인혁당 사건.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3년 전 중정이 조작한 사건이라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재심 결정이 나지 않았습니다.
<녹취>김형태(인혁당 사건 담당변호사) :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기 어렵고 위증죄 공소시효 문제 있다.'
재심을 위해 또 다른 확정판결을 요구하는 현행 형사소송법과 명백한 새 증거를 요구하는 법원의 입장 때문에 재심청구는 극히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이 재심 사유를 늘려 청구를 쉽게 하는 특별법을 곧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이은영(열린우리당 제1정조위원장): '과거 군사독재시절 억울한 유죄판결 받았던 분들에게 재심의 기회를 드리고자 한다.'
국가범죄에 대한 시효배제를 밝힌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나, 최근 대법원의 잘못된 과거판결 수집과 맞물리면서 사법부 과거사 정리 작업이 본격화되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사법부의 독립을 해친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녹취>강재섭(한나라당 원내대표): '사법부의 독립성에 반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재심특별법 추진은 자칫 정쟁으로 번질 수도 있는 만큼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재심을 쉽게 하자는 절충안도 여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재심이란 법원 판결이 잘못되었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KBS의 보도에서 말하는 재심은 형사소송법상의 재심을 말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재심의 요건을 판결의 증거물이 위조된 것이거나 허위라는 것이 증명되었을 때, 무고로 인해 유죄 판결 받았다는 것이 증명될 때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른 언론들은 보도를 통해, 열린우리당이 재심특별법을 만드는 의도가 ‘과거사 청산’을 마무리 짓기 위한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2005년 10월 1일자 조선일보는 기사를 통해 재심특별법 발의의 배경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작년 9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존속 및 합헌입장을 밝히자 열린당이 자체적으로 공안사건 판결문 검토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때 열린당은 아무리 다른 부처에서 과거사 청산작업을 한다 해도 자신들과 ‘코드’가 맞지 않는 사법부에서 과거의 판결을 그대로 두면 ‘과거사 청산’이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여당에서는 ‘과거사 청산’을 마무리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을 해왔다.

지난 9월 26일 취임한 이용훈 대법원장은 9월 29일, 1972년부터 1989년까지의 공안사건 판결문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최근 법무부도 장관자문기구인 정책위원회를 열어 권위주의 정권 시절 검찰의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9월 30일에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10월 중 인선될 대법관으로 적절한 사람은 누구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열린당 이은영 의원의 재심특별법 발의 추진도 이러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10월 1일자 중앙일보 기사는 법조계에서 이런 시도들에 대해 과거 법원의 판결을 뒤집음으로써 법원의 권위를 무시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조계의 설명에 따르면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린 재판결과를 비정상적으로 번복할 경우, 그 사건을 선고한 재판부와 법원의 권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강훈 공동대표는 “재심특별법은 헌법의 근간인 3심제를 흔들 수 있고, 과거의 시국사건에만 재심 혜택을 줄 경우 다른 사건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선 변호사도 “법원 판결의 확정성과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재심특별법은 사법권을 무력화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10월 1일자 기사에서도 법조계의 반발을 설명하고 있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현행 형사소송법 재심사유 규정이 있는데, 왜 특별법을 만들면서까지 재심사유를 확대하려는지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일선 판사들도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한 판사는 “문제 판결을 다시 살펴봄으로써 과거사 청산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재판’이 아니라 ‘사람’을 정리하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과거 정권의 공안사건 모두를 문제 삼는 것은 법관의 재판권 침해”라고 말했다.

KBS는 이런 재심특별법의 발의에 대해 보도 첫머리부터 “...지난 1974년 혁신계 인사 8명이 확정판결 하루 만에 전격 사형당한 이른바 인혁당 사건.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3년 전 중정이 조작한 사건이라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재심 결정이 나지 않았습니다...”라고 소개함으로써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시청자들이 현재의 재심 청구가 까다로우며 문제가 많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게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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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보도분

KBS 뉴스 모니터 / 협력적 자주국방은 한미동맹 해체?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 때문에 국군의 날에 대한 보도는 짧았다. KBS는 이 행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전시작전통제권 회수’라는 말이 가지는 문제는 설명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옮기고만 있다.

제목: 盧대통령, 국방개혁으로 자주 군대화
<앵커 멘트>
오늘은 57주년 국군의 날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주 국방을 위해 국방 개혁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송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잠재적 갈등 요인이 많은 동북아, 그 속에서 한국의 균형자 역할을 제시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위해서는 힘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국군의 날인 오늘 자주 국방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한 의지를 담아 최근 발표한 국방 개혁안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며, 법제화 의지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노무현 (대통령) : '정부는 국민의 참여와 토론, 그리고 법제화를 통해 국방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군은 선진정예군, 문민화의 모습을 갖출 것이며, 특히 전시 작전 통제권 행사를 통해 스스로를 책임지는 자주 군대로 거듭 나게 될 것이라며 국방 개혁 이후의 모습을 제시했습니다. 자주 동맹과 더불어 다른 한 축은 한미 동맹이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건강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평가입니다.
<녹취>노무현 (대통령) :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더욱 공고해진 한미 동맹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토대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내년도 국방 예산을 늘려 장병 복지와 인권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제목: ‘전시작전권 행사’ 발언 배경은?
<앵커 멘트>
들으신 대로 오늘 기념사에서는 '전시 작전통제권' 행사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다소 민감한 사안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배경 김현석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노무현 대통령은 오늘 '전시 작전 통제권'행사 가능성을 공개적이고, 명시적인 방식으로 언급했습니다.
<녹취> 노무현 (대통령) :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행사를 통해 스스로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자주군대로 거듭날 것입니다.'
'독자적 작전수행능력'을 언급한 지난해 국군의 날 연설과 '스스로 작전권을 가진 자주군대'라는 올해 국정연설에 이어 나온 발언입니다. 지난 94년 환수된 평시 작전 통제권과는 달리 여전히 미군이 행사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을 돌려받는 것을 자주국방의 구체적인 비전으로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또한 동북아의 불투명한 안보상황 속에서 '전시 작전통제권'확보는 우리가 동북아 평화를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하는데 필수조건이라는 점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남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력을 높이는 데도 남측의 완전한 전시 작전권 행사는 필수적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 같은 자주국방에 대한 비전이 배타적 자주국방이 아니라 전통적 한.미 우호관계를 중시하는 협력적 자주국방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KBS는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자주국방의 핵심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나 기자의 설명은 현재 우리나라 군대의 지휘체계를 잘 모르는 데서 비롯된 오류이다.

지휘권(군령권)에는 통제지휘권과 작전지휘권이 있다. 나토용어해설집에 따르면 작전 지휘권은 예하 부대의 편성, 운용, 배치, 예속 등의 부대 편성권, 군수지원책임, 위치결정권, 연락유지책임, 통신축선유지책임등을 포함하는 권한을 말하며 통제지휘권은 작전계획수립 및 명령 전달 부분이다. 한편, 지휘권(군령권)과는 별도로 군정권이 있다. 군정권은 각군 본부에게 있는 것으로 보급, 행정, 인사 등의 권한이다. 이 지휘권과 군정권을 합쳐 통수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군 통수권은 전시와 평시에 관계없이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행사한다.

이 권한 중 평시의 지휘권은 모두 우리나라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가 가지고 있고, 전시에는 작전권의 극히 일부인 '통제권'만을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위임’하게 된다. 그 이유는 양국이 ‘공동의 적’에 대응하는 작전을 펼쳐야 할 경우, 통합된 지휘통제체계를 가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2003년 9월 국방저널에 실린, 안광찬 국방부 정책실장(前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 수석대표)의 인터뷰에 따르면 ‘전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업무수행 체제는 한미 양국의 국가통수기구(NCMA: National Command & Military Authority) → 한미안보협의회의(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 군사위원회(MC: Military Committee)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한미연합사령관은 이런 기구와 관련 지침를 통해 임무와 전략지시, 작전지침을 받기 때문에 미군이 한국군을 마음대로 지휘한다는 말은 틀렸다고 말했다.

2003년 9월 국방연구원의 차두현 박사가 국방저널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사한 사례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냉전 시기보다 더욱 확대된 나토는 나토 사령관이 회원국 군대들의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각국 군에 대한 지휘는 해당 국가에서 하는 것이고 연합 작전의 효율성을 위해 작전통제권만 나토 사령관에게 ‘위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토 회원국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도 나토 회원국의 군대가 미군에게 예속되어 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회수해야 한다’거나 ‘우리나라 군대는 미군에 예속돼 있다’는 표현을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모순된 단어를 설명하면서 여러 번 사용했다. 이번 발언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를 외치는 친북단체들이 이런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다. KBS는 안보 문제에 대한 사실확인 없이, 군 통수권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