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全敬雄

노무현 대통령의 UN연설 관련보도, 美 재무성의 북한자금세탁혐의 포착, 美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맥아더 동상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강한 유감을 표시한 것, 청와대의 신문칼럼니스트 관리지침 등 어제와 오늘은 흥미진진한(?) 뉴스들이 많았다. 그러나 KBS는 이런 뉴스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지난 15일 ‘KBS 뉴스9’과 16일 ‘뉴스 광장’에 보도된 내용들을 살펴본다.

제목: “UN 강대국 중심주의 경계”
“...일본의 안보리 진출시도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盧 대통령: 세계 여러분야에 남아있는 제국주의적 사고와 잔재를 완전히 청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부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는 강대국 중심주의 경향을 경계해야 합니다.”
“...공동번영을 위한 강대국들의 각별한 성찰과 절제, 盧 대통령은 그 가능성을 유럽연합에서 찾았습니다. 동북아에서도 그런 질서가 실현되길 희망했습니다...”
: 어제 오전 노무현 대통령의 UN연설은 인터넷 등에서도 화제가 됐다. 바로 UN개혁에 제국주의적 사고를 지닌 강대국들이 중심이 돼서는 안된다는 연설요지 때문이었다. KBS는 이 부분을 ‘일본의 안보리 진출에 쐐기를 박기 위한 의도’로 해석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강대국들의 성찰과 절제를 유럽연합에서 찾고 유럽연합과 같은 질서가 동북아에서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보도대로라면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내용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일본의 안보리 진출을 방해하면서 동북아에 유럽연합과 같은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은 기존의 한-미-일 동맹을 해체하고 중국, 북한과 동맹을 맺고 싶어한다고 보도한 것이다. 또한 지금도 남아있는 제국주의적 사고와 잔재, 강대국 중심의 UN개혁 반대 등은 곧 미국을 향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 위험한 발언을 국제사회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에 대해 KBS는 왜 의문과 비판적 시각을 보이지 않는 것인가?

제목: 인천상륙작전 55주년...‘맥아더 갈등’ 진정국면
“...맥아더 장군 동상철거를 둘러싼 보혁 간의 갈등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의 역할에 대해 재평가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앞으로는 소모적인 집회보다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데 치중할 방침입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KBS는 이 보도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 불법폭력철거 시도’를 ‘맥아더 장군동상 철거를 둘러싼 보혁 간의 갈등’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얼핏 보면 맞는 것 같지만 문제의 핵심은 강제적이고 불법적인 철거시도이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진정된 것이 아니라 좌파 단체들이 전국민들로부터 공격당하자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의 부분들을 보면 ‘폭력시위’를 ‘소모적인 집회’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람이 다치고 공권력에 정면도전하는 불법폭력시위가 ‘소모적인 집회’라면 ‘파괴적’이고 ‘불법적’인 시위는 소요사태를 말하는 것인가?
그 다음, 지금 좌파단체들이 소위 ‘다른 방식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지금과 같은 국민들의 정서로는 ‘맥아더동상철거로 시작되는 통일원년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좌파단체, 대학교의 총학생회 등을 무대로 선전선동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선전선동에서 중요한 수단이 바로 미리 짜여진 이야기만 하는 각종 공청회와 토론회이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은 지금까지의 좌파활동과 같이 시위의 주체였던 전국민중연대나 통일연대가 직접 토론회를 주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폭력시위 주도 단체가 토론회 등을 열게 되면 애국단체와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게 될 것이므로 주로 합법적 활동을 하는 참여연대 등을 내세워 토론회를 주최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처럼 좌파 단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도 KBS는 좌파단체들을 평화적 단체처럼 묘사하고 있다. 만약 폭력시위의 피해자가 이 보도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제목: 알 자르카위, 시아파에 전면전 선언
“...바그다드에서는 오늘도 자살폭탄테러로 18명이 숨졌습니다...”
“...알 카에다는 수니파 저항세력 수천 명을 규합해 대대적인 폭탄공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 카에다는 시아파와의 장기 투쟁을 준비하고 있어서 이라크에 민주 정부가 수립되기는커녕 앞으로 내전상태가 5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이 보도를 보면 “...알려졌습니다.”라고 하면서도 이런 정보들을 어디에서, 누가 알려줬는지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외신 보도라면 일반적으로 출처를 알려준다. 화면의 화질, 보도내용 등을 보면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다. KBS는 혹시 알 자르카위나 알 카에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은 것인가? 보도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출처는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된다.

제목: 北, “경수로 보장”-美, “논의조차 불가”
“...힐 차관보는 경수로는 논의조차 될 수 없다며 북한이 경수로를 정치적 의제로 보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힐 차관보(美수석대표): 북한은 경수로를 경제문제나 에너지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로 보는 것 같습니다...”
: 현재 진행 중인 6자 회담에 대해서도 KBS는 객관성을 잃고 있다. 실제 보도를 보면 美수석대표인 힐 차관보가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그의 말은 우려가 아니라, 북한의 억지에 대한 단호한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6자 회담은 한반도와 북한 핵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회담이지만 그 개념은 국제회담이다. 일반적으로 국제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상대방의 의도를 읽는 것이라고 한다. 상대방의 의도를 읽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문화, 사고방식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KBS와 우리정부는 미국 대표의 생각을 한국식으로 끼워맞추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북한의 주장은 황당한 억지에 불과하다. 그런 억지주장을 듣는 미국이 우려하거나 겁을 먹는다는 판단은 우리정부와 KBS의 자의적 해석일 뿐인 것이다.

이상과 같은 것이 어제와 오늘 아침 뉴스의 주요 문제다. 또한 美재무성이 북한자금세탁의 혐의점과 증거들을 찾은 뉴스가 작게 보도된 점, 다른 매체들에 이미 게재된 뉴스가 2~3일 이후에나 방송되는 속보성 문제 등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와는 반대로 KBS의 뉴스에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연속기획: 정치인 재산검증’ 보도이다. 지금까지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재산검증을 받을 때 부동산 등의 자산을 저평가해서 신고하거나 누락하는 부분들이 많아 국민들의 불신과 의혹을 더 증폭시킨 부분이 있는데 이런 점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KBS의 뉴스들이 이처럼 좋은 기사, 그리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