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甲濟 기자의 현대사 강좌(228회)가 9월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대강당에서 400여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아래는 이날 강연의 요약이다. <주>
 
한국 언론을 보면 세계가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없다. 국가가 左傾化되면 하나의 특징이 있다. 폐쇄적으로 간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노선은 개방정책이었다. 對外지향적 개방정책이었다.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부터 한국사회가 왼쪽으로 가면서 폐쇄적으로 가게 됐다. 左派는 폐쇄적이다. 개방적 左派는 있을 수 없다.

국가가 左傾化되면 우물 안 개구리, 골목대장이 된다. 요사이 우리 언론을 보면 외국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사건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 방송을 보면 그 시작이 세월호-유병언이다. 한 국가가 반년동안 신경 써야 할 사건이 아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추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에 1조원의 적자를 봤다. 한국에서 가장 튼튼한 회사가 조선분야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이 중국에서 2등이 됐다. 중국산 스마트폰에 밀린 것이다. 석유화학, 포항종합제철 모두 중국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러면 이런 부분은 중국에게 내 주더라도 앞으로 나아가 새로운 업종을 열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라 하는데 아직 그 실체를 알지 못하겠다. 정치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立法도 못하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용감한 한국 기자들

뒤는 먹히는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샌드위치가 된다. 이런 상황을 우리 언론이 어느 정도 심각하게 보도하고 있는가! 보도하더라도 곁가지로 하고 있다. 이 실상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기업인들은 불철주야(不撤晝夜)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언론과 정치, 자칭 시민단체들이 이를 후진-방해하고 있다. 국가가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모르도록 우물 안의 개구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기자단체의 통계에 따르면 1992년 이후 현재까지 세계에서 취재 중 사망한 기자를 보면 1,072명으로 나온다. 이들의 대부분은 정치-전쟁-범죄를 취재하다 사망했다. 일본 기자들의 경우 6명이 취재 중 사망했다. 이들 가운데 1명은 女기자로 시리아에서 취재 중 사망했다. NHK인터뷰에서 그녀는 죽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어떤 학살이나 내전이나 이런 현장에 기자가 있다는 것 자체로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기자가 있기 때문에 학살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1,072명 중 한국 기자는 한명도 없다. 한국 기자들은 6.25전쟁, 월남 전쟁에서 취재하다 죽은 적이 없다. 원인을 따진다면 한국 기자는 위험한 지역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또는 비상한 재주가 있어 총알을 피한다. 둘 중 하나인데 경험상 전자일 경우가 높다. 그렇지만 한국기자들은 국내에서는 용감하다. 대통령과 장관을 비판하는데 아주 용감하게 앞장선다.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종편'

기자가 위험한 곳에 가는 것은 군인들이 전장에 가는 것과 같다. 용기가 없으면 부지런하기라도 해야 한다. 용기가 없으면서 게으르면 구재불능(救濟不能)이다. 광화문 광장에 17만 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모인 것을 100만 명이라고 쓰면 이것은 게으른 것이다. 천주교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만 받아쓴 것이다.

요즘 종편이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의혹을 많이 생산한다. 예컨대 유병언 씨의 屍身이 맞느냐 아니냐를 놓고 지금도 토론의 대상으로 올리는 방송이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DNA 조사를 해서 유병언 씨의 屍身이 맞다고 발표했다.

더 보태서 지문조회를 통해서 유 씨가 맞다고 했다. 이것은 명백한 과학이다. 그랬으면 믿어야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실수를 한 적이 없다. 국가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과거전력을 봐서 믿어야 한다. 그런데도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 이유는 유병언의 屍身이 맞다하면 시청률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청률의 포로가 된 것이다. 방송이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凶器)가 된 것이다.

총체적으로 한국은 교양(敎養)이 무너지고 있다. 敎養이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는 左翼들의 선동과 한글 전용 때문이다. 한국어가 정상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漢字語가 망가지고 암호화되고 부정확해졌다. ‘오늘 기온은 최대 5도’라는 말이 나와도 그냥 넘어가는 용어의 부정확성, 그리고 저속성이 한국 사회의 교양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어와 교양의 붕괴, 분별력 붕괴로 이어져

40여 년 전에 나온 한자-한글 혼용의 기사와 책이 지금 읽어봐도 훨씬 정확하다. 한국어의 붕괴, 한국어의 오염, 교양의 붕괴결과가 분별력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별력을 잃으니 反逆정당을 투표에서 찍게 된다. 학생들의 말하는 수준, 언론의 제목 수준, 문장의 수준, 신문사설의 수준, 정치인들의 말의 수준을 모아보면 저질화됐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교양의 수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척도는 말이다. 교양의 붕괴로 대한민국이 불안정한 나라가 될 것이다.

세월호 침몰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있다. 평화로운 바다에서 큰 배가 구멍이 난 것도 아닌데 변침(變針)을 시도하다 전복됐다. 큰 배가 내부적 요인에 의해 전복된 것이다. 밑이 가볍고 위가 무거워졌다. 개조와 과적을 하고 平衡水를 빼다보니 탑-헤비(top Heavy)가 됐다.

한국은 어떤가? 겉으로는 태평성대(太平聖代)이다. 그렇지만 세월호 처럼 전복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에서 平衡水 역할을 하는 것은 중산층이다. 중산층은 마이카(my car), 내 집, 그리고 직장이 있다. 안정되어 있고 급격한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대개 정치적 선동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위기가 올 때 중심을 잡는다.

민주화로 이행하는 1980년대 후반 ‘내가 중산층’이라는 사람들이 약 75%였다. 현재는 50%이다. 줄었다.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더 늘어야 한다. 자동차는 한 대가 아니고 두 대고, 주택보급률도 늘었고 더 잘 먹는데 중산층이라고 하는 사람이 줄었다. 자동차, 집, 핸드폰 가지고 있으면서 내가 하류층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됐는가. 잘 산다고 하면 욕먹기 때문이고, 나보다 잘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는 못산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양극화 선동이다. 못산다고 해야 얻는 것도 많고 서민이라고 하면 모든 정치인들이 편을 들어준다. 한국사회가 左傾化 되고 불평불만이 많아지니까 중산층 의식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의 平衡水가 빠져나간 것이다. 한국사회가 불안해진 것이다. 중산층을 어떻게 복구하느냐.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70%는 되어야 한다.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안보 과적

세월호가 전복된 가장 큰 요인 가운데에는 과적(過積)이 있었다. 과적에 해당하는 것이 한국사회에 무엇이 있을까? 우리 경제와 안보가 감당할 수 없는 짐을 계속 만들어 가고 있다. 통합진보당과 같은 정당을 국회에 그대로 두고 아직도 해산을 못시키고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감당할 수 없는 ‘정치적 과적’이다.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가 임박했는데 한국에서 빨리 미사일 방어망을 만들자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안보적 과적’이다. 軍內에서 발생한 사건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해서 軍을 해체하는 수준으로까지 선동하는 기사가 언론에 계속 나오고 있다. 이것도 과적이다.

또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복지예산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의료비인데 연간 100조에 달한다. GDP의 7%에 해당된다. 시한폭탄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 시한폭탄을 관리하지 못하면 국가부도로 갈 것이다.

물건을 잔뜩 실었으면 제대로 고박을 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월호는 뒤집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적을 하고 고박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통합진보당을 만들어놓고 결박장치를 하지 않아 자유방임상태로 자유를 파괴하는 자유를 주고 있다. 국가기강이 서지 않고 법치가 통하지 않고 있다. 무상복지도 마찬가지다. 계속확대만하고 견제를 하지 않고 있다. 근검절약 정신이 약화되고 있다. 모두 결박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세월호의 경우 외부충격이 없을 때는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다녔다. 굉장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충격이 없으니까 잘 다녔다. 골다공증(骨多孔症) 환자와 똑같다고 볼 수 있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넘어지면 큰일 난다. 이런 충격이 있을 때 대한민국號도 걸리게 될 것이다. 그 충격이 어떤 식으로 올지는 알 수 없다. 세월호보다 더 큰 사건이 나던지 북한이 백령도를 점령한다던지, 또는 경제위기 등 여러 형식으로 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北이 核으로 서울을 위협하면 반격이 가능한가?

러시아의 푸틴은 재래식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나서 “우리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핵전력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한다. 핵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에게 군사적 도전을 하면 알아서 기라는 뜻이다. 재래식 무기로 침공해놓고 반격을 받으면 핵무기 카드를 들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배운 김정은이 백령도를 기습점령하고 반격을 받을 것 같으면 서울에 핵을 쓰겠다고 나오는 경우를 상상할 수 있다. 핵무기 없는 우크라이나가 핵무기 있는 러시아에 당하는 공식이 한국에서 그대로 재현될 수 도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여 백령도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우리 해병대 1개 여단이 전멸했을 경우 우리 언론은 이를 어떻게 보도할까.

북한을 욕하는 게 아니라 우리 군이 작전을 잘못했다고 선전선동하고 유족 수만 명이 국방부-합참으로 가서 드러누워버리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전쟁하기 싫다’, ‘핵무기에 얻어맞기 싫다’, ‘북한요구 다 들어주라’, ‘평화를 원한다’, ‘민족 간의 화해를 원한다’고 해보라. 이 때 정부가 이들에게 휘둘리면 대한민국은 끝이다. 우리는 300여명이 사망한 선박사고로 나라가 흔들린다. 전쟁에서 1개 연대 또는 1개 사단이 몰살당했을 경우, 우리가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다면 전쟁에서 지는 것이다.

왜냐 북한은 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100만 명~200만 명의 戰死가 가능한 체제이다. 지도자를 지키기 위해 총폭탄이 되자고 하는 집단이다. 북한의 무기는 세 가지이다. 핵무기-從北세력-인간폭탄이 있다. 우리는 국민들이 많이 죽는 전쟁을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수행할 수 없다. 미국이 월남과 싸울 때 5만 명 이상을 죽이지 못했다. 월남은 3백만을 죽게 했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 5천명 이상을 죽이지 못해 철군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戰死者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이번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들여다 볼 때, 여러 가지 주의해야 할 부분이 보인다.

'설마'에 의존하는 국가의 말로

세월호는 밖에서 보면 근사한 배였다. 순항을 하고 있었고, 그러다 10도 변침을 하자 모든 누적된 요인들이 합쳐져 스스로 뒤집어 졌다. 이런 요인이 한국에서 점점 쌓여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충격이 오느냐, 오지 않느냐는 ‘우연적 요소’가 있다. 대한민국이 요행수로 살아가는 국가가 되는 것인데, 설마 김정은이 핵을 쏘겠느냐, 설마 미국이 가만히 있겠느냐하는 것을 전제로 ‘설마’에 의존한다면 대한민국은 도박장 같은 국가가 될 것이다.

태평성대(太平聖代)를 구가하는 스위스는 유사시 全 인구의 130%가 들어갈 수 있는 방공호를 집집마다 가지고 있다. 스위스 사람은 바보이고, 대한민국 사람은 머리가 좋아서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인가. 역사에 섭리가 있다면 대한민국처럼 힘이 있으면서도 편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을 도와줄 것인지, 아니면 준비하는 사람을 도와줄 것인지는 역사를 더 공부 하면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정리/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