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일제 잔재’를 일소한다는 명목으로 韓日 합방 시대의 유물을 파괴하거나 수정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의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최근 충북 음성 소재 의 ‘원통산’이 원래는 한자로 ‘圓通山이었는데, 일제시대 일본이 ‘원망하다, 서럽게 울다’라는 의미로 ‘怨慟山’으로 바꾸었다며 한자 명칭을 변경했다. 한국은 이런식으로 전국의 66개 지명을 변경 결정했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로 일제에 의해 改稱됐는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예컨대 일제 시대 지금의 서울은 漢城에서 京城이라고 표기됐다. 이것도 한국에서는 조선을 멸시했던 일본의 잔재라고 본다. 그러나 원래 서울의 경우 조선시대 이전부터 漢城, 漢陽, 京城 등 다양한 표기가 있었고, 한자로 표기되지 않는 ‘서울’이라는 ‘口語的’ 지명이 존재했다.

일본이 일부러 京城이란 말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것을 바꾸었을 뿐이다. 게다가 京城의 의미는 ‘왕이 거주하는 도시’라는 의미다. 때문에 일본이 조선을 멸시해서 지명을 바꾼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 ‘京城’(王都)을 ‘開城’에서 ‘漢城府’로 천도한 것은 조선이 만주족(滿洲族)이 세운 청조(淸朝)의 신하국(臣下國)이 되어 <대청황제송덕비>나 <迎恩門>, <慕華館>과 같은 신하의 예를 갖춘 건축물 등을 세운 것과 한 세트(set)로 진행된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王都는 ‘韓城.이라고 칭해야 했다. 그러나 이를 ’漢城‘이라고 한 것은 ’事大一心‘의 충성심을 표현한 것이다. 

오랜동안 中華 제국의 속국이었던 조선은 淸日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함으로써 처음으로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했다. 中華의 잔재인 ‘漢城’ 표기보다 ‘王이 거주하는 도시’라는 의미의 ‘京城’ 쪽이 더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만일 서울을 원래대로의 ‘漢城’으로 되돌리고 싶었다면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서울이라는 호칭을 사용할 것을 다른 국가들에 요구했고, 일상생활에서 한자를 버렸기 때문에 그동안 ‘서울’은 한자 표기가 없는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중국은 여전히 서울을 ‘漢城’이라고 표기하는데, 2005년 서울시는 서울을 한자로 ‘首爾’라고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에서도 중국의 속국임을 나타내는 ‘漢城’을 사용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京城이란 지명을 ‘일제의 잔재’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 

漢城의 중국어 발음은 '한첸'인데 首爾는 '쇼알'이 되어 '서울'의 발음과 가깝다. 그러나 이는 소리를 우선시했기 때문에 지명의 의미와 역사성, 그리고 정통성을 잃어버리게 됐다.

한국에서는 일제시대 측량을 위해 땅에 박은 말뚝을 ‘한반도의 기맥을 끊기위한 행위’라며 이를 뽑아왔으며, 일제시대에 식재된 수목을 몽조리 벌채해왔다. 軍에서 발생하는 폭력사건도 일제시대의 잔재라며 일본 탓으로 돌리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최근 切取線, 食費, 呼出, 回覧과 같은 일본에서 유래한 한자 단어를 수정 지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국가의례 용어에도 일본에서 유래한 한자 단어가 많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국민의례’, ‘참배’와 같은 단어 등이 ‘일제의 잔재’라며 깨끗이 씻어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한국의 전문가들도 무척 많다.

그러나 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에 있어 일본이 창출한 '和製漢語'의 존재는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봐야 한다. 서구의 근대 과학, 근대 철학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한자어로는 그 개념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본은 독자적으로 한자를 조합, 서구근대주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과학, 철학, 자유, 진화, 복지... 이 모든 단어들이 모두 '和製漢語'이다.

淸日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해 청나라에서 일본 유학 붐이 일어났고, 일본인이 만든 한자어가 중국 대륙으로, 그리고 아시아로 확산됐다.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의 ‘공화국’도 일본인들이 만든 한자어다. 韓日합방 이후 조선에도 일본인들이 만든 한자어가 유입되어 조선인의 계몽과 한반도 근대화에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인들은 ‘日帝가 조선반도의 언어를 빼앗아갔다’고 하는데, 오히려 근대적 사고를 위한 도구로 일본인들이 만든 한자어휘를 사용했다.

만일 일본인들이 만든 한자어가 한반도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한국은 조선시대의 전근대 상태였을까?

번역/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원제: 韓国が、日本語由来の「和製漢語」を追放したくてもできないわけ
출처: MAG2NEWS(인터넷판)/2016년 3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