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닷컴이 번역중인, 9.11 테러당시의 美 CIA 국장 조지 테닛의 회고록 '폭풍의 한복판에서'에는 재미 있는 대목이 있다. 2004년 그가 휴가중 중요한 성명을 발표하게 한 뒤 경치 구경을 나갔다가 공중전화를 쓰는 장면이다.


<나는 언론성명을 발표하기로 결정하자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 나는 전화회의가 끝나자 아내에게 말했다. “마침내 아이다호 경치를 볼 수 있게 되었어.” 그 얼마 후 나는 경호원이 운전하는 SUV에 올라타고 산 속을 지나 근처 호수로 가서 그렇게도 원했던 휴식을 취했다. CIA 국장으로 가질 수 있던 最上의 휴식이었다.
나는 내 성명 발표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알고 싶었다. 불행이도 우리들의 정교한 휴대폰은 아이다호의 산악지대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내 통신팀은 아직 선밸리에 있었으므로 나는 허름한 길가 상점에 들려 공중전화를 찾아보려고 했다. 그곳은 소투드시의 스마일리 크리크 로지라는 곳으로 큰 도시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공중전화가 한 대밖에 없었고, 4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경호원 한 명이 그 사람들에게 국가 긴급사항이니 먼저 전화를 하게 해달라고 양해를 구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어떤 녀석이 내 앞에서 배지를 내흔들며 새치기를 하는 광경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앞에 있는 사람들이 전화를 끝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경호원 한 사람에게 내 자리를 보아달라고 부탁하고는 밀크셰이크와 감자튀김을 사왔다. (다음에 소투드시로 가는 사람에게는 이 두 가지를 강력히 추천한다.) 내 전화 차례가 되자 나는 본부의 홍보실에 전화가 폭주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에 대한 반응은 아직 이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계를 떨게 만드는 미국의 CIA 국장이 공중전화기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거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은가? 경호원이 알아서 새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새치기를 해도 좋으냐고 물어보는 자세는 진정으로 상관을 충성스럽게 모시는 태도이다. 부하의 과잉충성으로 욕을 먹는 높은 분이 많은 곳이 한국이다.

조지 테닛의 행동에서 느끼는 것이 바로 미국 엘리트들의 교양이다. 미국인들은 職務를 떠나선 대통령이나 노동자나 다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고 생각하는 기독교 사상에서 개인의 자유를 根幹(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나타났다.

미국 엘리트들은 행동이 간편, 겸손, 당당한 것이 특징이다. 하나님과 헌법 앞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다는 생각이 일상적인 행동에서 나타난다. 한국의 국정원장이 공중전화기 앞에서 줄을 서는 날 國情院은 국민들의 愛護를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