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업부채가 너무 많다며 문제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기업부채를 200% 이하로 줄이도록 강제하는 불합리한 규제가 기업의 경영활동을 옥죄었고, 그 결과로 기업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시간이 지나 이제 기업의 부채비율이 낮아지자, 지금 와서는 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느냐며 문제시 한다. 기업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경제는 움츠려 들기 마련이다.

요즘 가계부채가 너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개인의 빚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부동산담보대출이 늘어 금리상승기에 가계부실로 인한 금융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누군가는 자금을 공급하고 그 자금을 누군가 빌린다. 개인과 금융회사 간에 발생하는 자발적 거래로 인해 가계부채는 늘어 날 수 있다. 개인의 금융행위는 개인의 책임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으로 본질적으로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더구나 가계부채에 관한 건정성 지표에 위험 신호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가계 부채에는 문제없다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개인의 부채는 개인이 책임지기 때문에 사회적 피해를 유발하는 대마불사의 위험이 없다. 정부가 개입해서 무리한 대출을 하거나, 신용이나 담보가 없는 사람에게 대출하라고 지원이나 보조 정책을 쓰지 않는 이상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어렵고, 개인의 부채는 건전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그렇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

우리 금융시장의 여건을 보면, 현재 기업에 대한 대출, 신용에 따른 대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외환위기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은행이 두각을 나타냈고, 이러한 개인금융 위주의 금융 환경 변화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신용대출보다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늘고, 특히 부동산을 소유한 개인에 대한 대출 비중이 느는 것은 금융 변화의 현실이다.

만약 개인의 부채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 정부의 개입에 의해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인데, 정부가 저신용자에게 무리한 대출을 하도록 정책을 쓰다가 신용위기를 불렀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어촌 지원 정책으로 저금리 대출을 하였으나 오히려 농어촌의 악성 부채를 만들었다. 따라서 최근 미소금융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절차를 줄이고 규정을 느슨하게 적용하게 되면, 저신용자에게 장기적으로 부실대출과 가계부채 부실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경기부양정책을 쓰다보면 부실대출 문제가 야기된다. 그 예가 카드대란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방만한 통화정책이 개인의 부채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은 개인의 합리적 소비와 저축을 왜곡할 수 있다. 현재의 소비를 선호하게 만들고, 부채를 유도하는 성격을 갖는다.

만약 가계부실이 우려된다면, 실제로 가계의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지도 따져 봐야 한다. 단순히 명목 데이터의 증가를 가지고 대출이 늘고 있다고 해서는 곤란하다.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늘고 있는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감소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또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늘고 있다면 어느 정도의 위험성인지를 봐야 한다. 이러한 변수들을 고려할 경우 가계부채가 절대액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개인의 부채 과다 문제는 제3자가 크다 작다고 평가하는 것이 개인마다 여건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말하기 어렵다. 개인의 능력과 세계관, 투자에 대한 의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되기도 한다. 현재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소비보다는 주로 투자용으로, 부동산담보대출을 통해 늘어나는 경향을 갖는다. 즉 단순히 소비성향의 대출이나 빚의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빚을 지는 그런 대출의 성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부채를 통한 투자를 선택하는 것이라서, 은행이 기업원리로 운영되는 한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짜 문제는 정부부채

정작 걱정해야 할 부채는 따로 있다. 누가 언제 부담할 지도 모르면서 늘기만 하는 정부의 부채가 진짜 문제이다. 최근 정부 부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개인의 부채증가보다 증가속도가 높다.

경기가 나쁘다고 정부가 빚을 지면서 재정지출을 늘린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정부부채가 커지면 경제는 장기적으로 활력을 잃는다. 정부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정부의 방만한 재정지출에서 비롯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방만한 살림규모를 줄이지 않는 이상, 정부의 부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건전성을 찾는 유일한 길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는 일이다. 국민이 세금을 내고 소비를 줄이는 대가로 정부는 재정지출을 할 수 있다. 국민의 소비를 대신해서 정부가 돈을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없으며, 경제를 살리는 길이 아니라 더욱 침체하게 만드는 길임을 지적하고 싶다.

최승노 /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위 칼럼의 출처는 자유기업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