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는 '문체반정'을 시행하면서 신분과 처지에 따라 문책을 달리했다. 남공철과 같은 주요 집안의 자제는 직접 불러서 엄하게 훈계하고 문체를 고치게 했다. 연암 박지원의 경우에는 '문체를 고치면 남행이지만 홍문관과 같은 청화한 관직을 주마'라고 말하는 등 당근정책을 썼다. 그런데 이옥과 같은 무반 집안의 서출에게는 가차없는 처벌을 내려 시범케이스로 삼았다. 양반이기는 하지만 한미한 무반계 출신이기 때문에 징계를 두고 크게 고려할 것도 없었다. '유권무죄, 무권유죄'다.>

한 신문이 '완역 이옥 전집'이란 책을 소개한 글이다. 漢字를 모르는 사람이 위의 글을 읽고 몇 %나 이해할까? 우선 '문체반정'을 이해할 수 없다. 文體反正이라고 써야 文體를 바로잡는다는 뜻임을 알게 된다. '문책'이란 단어도 금방 알기 어렵다. '문체를 고치면 남행이지만'이란 문장에서 '남행'을 알 리가 없다. '南行=蔭職=과거를 거치지 않고 조상 덕으로 얻는 벼슬'이다. '청화한'도 모를 것이다. '관직'도 금방 알기 어렵다. '무반'도 그렇다. 官職, 武班이라고 써야 한다. '서출' '한미한'도 모른다. 寒微(한미)는 '구차하고 지체가 변변치 못한 상태'이다. 庶出은 '첩의 소생'이란 뜻이다.

'유권무죄, 무권유죄'라고 써놓고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하라고 나오는 기자는 서비스 정신이 제로이다. '有權無罪, 無權有罪'라고 쓰기 싫으면 '권력이 있으면 죄가 없어지고, 권력이 없으면 죄를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어 써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런 경우 한글전용은 기자들의 게으름을 정당화해주는 수단이다.

이렇게 짧은 문장에서 이렇게 많은 암호가 있는데, 독자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가 있을까? 일일이 사전을 찾으면 시간 낭비이다. 대충 대충 이해하고 넘어갈 것이다. 그런 습관이 쌓이면 일도 대충 대충 한다. 공장에서 그렇게 일하다가는 안전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한국어로 먹고 사는 기자들의 한글專用은 母國語의 파괴이다. 모국어는 전통과 민족魂을 담는 그릇이다. 따라서 한글전용은 전통과 역사와 민족혼을 파괴하는 짓이다. 정확하고 품위 있는 교양어가 사라진 사회는 品格(품격)이 떨어진다. 한글전용은 사회의 저질화로 가는 지름길이다.

언론과 출판인에 의한 한글專用은 독서력을 약화시켜 결국은 자신들의 生業을 망칠 것이다. 자살행위인 것이다. 한국의 기자와 출판인들은 母國語를 파괴한 데 대한 보복을 반드시 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