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의 상고이유서

위 피고인에 대한 80도 306(302)호 내란목적살인 등 피고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변호인 강신옥은 아래와 같이 상고이유를 개진합니다.

아래

상고이유 제 1점

원심판결은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읍니다.

(1)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상피고인 김재규가 1979년 4월 일자불상경부터 대통령 등을 살해한 후 정권을 잡을 것을 기도하고, 보안유지를 위하여 단독으로 그 구체적인 거사계획을 세우고, 대통령과 차지철은 위 피고인 자신이 직접 살해하고 수행한 경호관은 궁정동 식당 현장에서 심복인 피고인 박선호, 1심 상피고인 박흥주 등을 시켜 처치키로 하여, 대통령 시해 후 국가안전과 질서교란을 이유로 계엄을 선포하고 중앙정보부의 권한과 동부의 조직력을 이용, 게엄부를 장악하여 무력으로 사태를 제압하고, 입법·사법·행정권을 총괄하는 혁명위원회를 구성, 자신이 위원장에 취임하여 집권기반을 확보한 후 대통령에 출마할 것을 계획하고, 1979. 10. 26. 19 : 10분경 위 식당에 인접한 중앙정보부 구관 정원에서 피고인 박흥주에게 '오늘 저녁 해치우겠으니 각오하라. 각하 등은 내가 직접 해치울 테니 총성과 동시에 너희들은 똑똑한 놈 세 명을 골라서 경호원들을 처치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육군참모총장과 제 2차장보가 집무실에 와 있다고 고지, 범행가담 의사를 확고히 하도록 촉구하여 30분내 준비 완료하겠다는 승낙을 하여서 국헌문란목적의 폭동살상에 가담할 것을 피고인 김재규와 공모한 것인 양 사실을 인정하였읍니다.

(2) 원심판결이 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로 제시한 것을 보면,
① 피고인들이 원심법정에서 판시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 부합하는 각 진술부분,
② 검찰관 작성이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 신문조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가 있는바,
위 원심이 증거로 사용한 어떤 진술부분이나 피고인이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이 건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는 아무 곳에나 찾아 볼 수 없읍니다.

(3) 구체적으로 위의 원심이 든 증거내용을 하나하나 지적해보면, 우선 상피고인 김재규의 검찰 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나 동인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내용 등을 보면, 김재규 피고인 자신도 이번 거사를 하게 된 동기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헌법을 제정하여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파괴하였기 때문에 파괴된 민주질서를 회복하기 위하여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것이지 대통령을 살해하고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고자 한 적도 없고, 민주자유회복을 하려 하였기 때문에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헌문란상태를 민주헌정으로 회복시키려 하였다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김재규의 진술을 보아서는 후에 밝히겠지만, 내란의 법률상 주요한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진술만이 있을 뿐입니다.

(4) 원심 공판조서 569 정부터 560 정까지의 적혀 있는 상피고인 김재규에 대한 피고인 박선호의 변호인 강신옥의 신문에서 김재규 피고인은 이번 거사에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다고 진술하고, 피고인 박선호에게 내린 경호원을 제거하라는 명령은 피고인 자신이 하려는 혁명목적달성을 위해서는 희생이 나와야 되는데 그 목적달성을 위하여 내린 명령으로서 정당한 명령이라고 생각하였고, 박선호는 순수한 명령이면서 그 명령이 정의로운 명령이라고 알고 받아들였다고 생각하고, 이 피고인이 말하는 혁명이란 민주회복을 하는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며, 피고인 박선호는 단순히 피고인 김재규가 경호원을 제지해서 안 들으면 처치하라고 했기 때문에 피고인 박선호는 '단순히 몇 사람만 죽인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는 진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5) 1심 공판조서 322 정부터 324 정까지의 피고인 박선호에 대한 검찰관의 신문내용에 의하면, 피고인 김재규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갖고 있지 않고 있는 이상 동인이 거사 전 불과 30분 전에 '내가 오늘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해치울 테니 총소리가 울리는 것을 신호로 경호원을 처치하라'는 일방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선택의 여지없는 강한 명령을 받은 박선호 피고인은 갑자기 내려진 명령이라 어리둥절하여 상관인 부장의 뜻을 이해할 수 없어 실제는 그날 경호원이 4명밖에 되지 않는데 '경호원이 7명이나 되는데요' 하면서 부장의 결심을 늦추어보려고까지 하였으나, 부장이 안된다고 하여 일부러 30분간의 여유를 달라고 하였다는 것이라고 진술하고, 그 30분간 피고인은 우왕좌왕했다는 것이고, 그 시간에 육군참모총장이 와 계신다는 것과 2차장이 안 올 시간에 왔다고 할 때 국내외 사정을 잘 아는 분이라 긴박한 상황이구나 느끼고, 그때 총을 차고 나가서 각오한 상황이라 '만약 제가 거부하면 성공이건 실패하건간에 제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읍니다'고 진술하고 피고인은 당시 상피고인 김재규가 모든 일을 처리하는 데 사심이 없고 또 최근의 부산·마산사태의 심각성과 그와 같은 사태가 전국적으로 퍼질 것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었고, 또 동시에 육군참모총장께서 그곳에 와서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국내외 정보에 정통한 김재규가 위와 같은 명령을 할 때에는 나라를 위하여 긴박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직감했을 뿐이고, 도덕적으로 정당하고 국가를 위해서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막연한 판단만을 한 채 궁극적인 가치판단을 상피고인 김재규의 결정에 맡기고 그의 명령에 성실하게 이행했을 뿐이라는 진술을 하고 있읍니다.

(6) 1심에서의 피고인 박선호에 대한 변호인 강신옥의 신문내용을 보면, 원심 공판조서 388정에 피고인 박선호가 이 건 거사에 가담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대답하기를
'심부름을 갔다 와보니 연희가 벌어져 있었는데 경호원 대기실에 있으니까 남효주가 부장이 나간 지 오래되었는데 모르냐고 해서 구관으로 가보니 그곳에 있어서 이미 각오한 것으로 말을 하고, 육군총장·2차장이 오셨고 해서 모든 것이 계획되어 확고부동하게 되는구나 생각했는데, 제가 각하도 포함됩니까 할 때 그렇다고 해서 매일 청와대에 가고 하면서 좋게 되나보다 생각했었기 때문에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차실장은 처치하고 각하는 납치 정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었읍니다. 부장 지시인 이상 최선을 다해야겠다고만 생각했읍니다.'

또 기록 389 정을 보면 '전국에 부산, 마산 같은 사태가 확산되면 나라에도 큰 피해가 있다고 느끼고 한 것 같던가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박선호는 '저는 식당관리만 하고 있어서 모르고 옳고 그른 것은 부장이 판단하고 저는 따를 뿐입니다. 김부장은 판단하는 것이 무리가 없어 보이고 순리로 판단하는 것을 제가 알기 때문에 총장도 와 있어서 통했구나 하는 것이 머리에 스쳤읍니다.' 또한 같은 기록 392 정에서 '현재의 심정으로서 김재규 부장의 지시라면 지금도 응할 심정인가'라는 질문에는 '이러한 상황을 모른다면 누구라도 응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을 죽여 죄는 지었으나 긴박한 상황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원심 공판기록 1480 정에서는 피고인 김재규의 명령에 따른 이유로 '부장님을 20년 내지 30년 모시는 동안 한번도 부당한 지시가 없었으며, 무슨 명령이라도 들어야 되겠다는 제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판단할 필요없이 들었고, 그것을 제대로 못할 때 국가에 위해가 있다고 생각했읍니다.' 또한 피고인은 1483 정에서 '김재규의 행위에 가담한 숨은 동기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부장님의 지시에 무조건 따른 것 외에는 없다'고 하고 있고, 또 피고인은 '김재규 피고인의 거사가 성공이냐 실패냐를 생각했기보다는 그 당시 죽고 사는 것이 문제였고 부장님을 쏘거나 밀고를 왜 안했느냐고 저보고 바보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저는 그런 배신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고 진술하였던 것입니다.

(7) 피고인 박선호는 원심 공판의 최후진술을 할 때에도 기록 1583 정을 보면,
'최후진술의 기회를 주셔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정보부에 근무하여 존경하는 김부장님을 모신 것이 영광스럽고 지금까지 한 번도 비관이나 원망을 해본 일이 없읍니다. 지금 솔직한 심정입니다. 부장님께서 구국을 위해 청와대로 들락날락하시고 수시로 저에게 알려주시고 당일 긴박한 상황에서 100 내지 90퍼센트 그대로 행동하였고, 지금도 그런 상황이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사실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으나 부장님 뜻은 각하를 납치할 것이 아니냐 속으로 염려는 했으나 웃분이 하시는 일이고 하달사항만 지켰읍니다. 제가 행동하지 않으면 부장님이 희생당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읍니다'라고 진술하고 있읍니다.

한편 1심 상피고인 박흥주의 진술을 보아도 피고인 박선호가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이 건 행위를 하였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진술을 한 바가 없읍니다. 위와 같은 증거말고는 원심에서 인용하는 어떤 증거도 피고인 박선호가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정인형이나 안재송을 살해한 것을 증명할 자료는 하나도 없읍니다.

(8) 위에서 증거를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 박선호가 피고인 김재규의 이번 거사에 가담하게 된 것은 오로지 그가 존경하는 상사인 김재규의 명령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고, 그 명령이 정당한가 여부의 가치판단은 김재규의 판단에 따르기로 했던 것이고, 김재규가 하려는 거사가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할 것이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생각으로는 김부장님이 각하까지 살해한다고 말했을 때에는 설마 각하를 살해하지야 않겠지라고 생각했을 뿐이고, 기껏해야 각하를 납치 정도 하려는 것이 아닌가고 생각했을 따름입니다.

또 피고인이 경호원 안재송이나 정인형을 맡은 것은 부장님이 경호원들을 처치하라 하였지만 피고인 생각으로는 피고인 자신이 위 경호원들을 맡아서 이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동인들이 먼저 총을 뽑은 까닭에 피고인이 할 수 없이 그들을 희생시켰읍니다.

(9)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피고인에 대해 동인들의 살해에 대한 단순살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에 든 여러 가지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에게 내란목적살인 및 내란미수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데도 원심은 증거 없이 국헌문란의 목적을 인정한 것은 결국 허무한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한 잘못으로 이 사실 오인이 원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것입니다.

사고이유 제 2점

원심 판결은 내란에 관한 법률해석을 그릇한 잘못이 있읍니다.

(1) 형법에서 말하는 내란이란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하는 것을 말하고, 내란목적의 살인은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한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이 두 가지 범죄 모두 국헌문란의 목적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헌문란에 관한 해석에 관해서는 학설이나 판례가 모두 국가의 정치적 기본조직을 불법하게 파괴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고, 의회제도의 부인이나 내각제도의 변혁, 기타 국가의 정치적 기본조직의 파괴를 직접 기도하지 않은 것은 국헌문란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다고 보고 있고, 제도로서의 내각의 파괴를 말하는 것이지 특정시에 있어서의 내각의 파괴를 포함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피고인이 자인하고 있는 정인형과 안재송에 대한 살인행위가 과연 우리나라의 헌법상의 기본원리인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파괴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사실이 인정되는가에 따라 이 피고인의 행위가 내란목적의 살인이 되거나 내란미수가 된다고 보여집니다.

(2)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박선호는 위 상고이유 제 1점에서 이유 없는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 김재규 자신이 스스로 하였다고 하는 혁명 그 자체도 형법상의 내란이나 내란목적살인의 중요한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을 갖추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즉 상피고인 김재규는 시종일관 그가 의도한 혁명은 단독으로 한 것으로서 박정희 대통령이 까닭없이 민주헌법을 폐기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모습을 말살한 유신헌법을 제정하여 이 나라에 내란상태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독재헌법인 유신헌법체제를 파괴하고 잃어버렸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의 정신이 체현된 민주헌법체제를 회복하기 위하여 할 수 없이 그 유신의 핵인 박대통령을 살해하게 된 것이고, 그밖의 경호관들은 피고인 김재규의 이번 거사는 박대통령이 만들어놓은 내란상태를 종식시키고 이 나라 국민들에게 잃어버렸던 자유와 민주를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보이므로 이와 같은 행위가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된다는 것은 실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원심은 피고인 김재규나 피고인 박선호가 위에 든 바와 같은 순수한 정치적 동기로 몇 사람의 자연인들을 살해했을 뿐인데, 이 사실에 대해 원심이 내란목적살인이나 내란미수를 인정한 것은 결국 원심이 내란이나 내란미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질렀다 하겠읍니다.

상고이유 제 3점

원심 판결문 자체에 기재된 사실 자체만을 보아도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이 될 만한 사실적시가 되어 있지 않은 잘못이 있읍니다.

즉, 원심 판결문은 공소장대로, '박대통령 시해후 국가안전과 질서교란을 이유로 계엄을 선포하고 중앙정보부의 권한과 동부의 조직력을 이용, 계엄군을 장악하여 무력으로 사태를 제압하고 입법·사법·행정권을 총괄하는 혁명위원회를 구성, 자신이 위원장에 취임하여 집권기반을 확보한 후 대통령에 출마할 것을 계획하고'라고 판시하였는데, 위 판시사실에 의하면 현재의 법절차에 따라서 대통령에 출마한다는 의미나 어떤 절차에 따르든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사실만 들어 있지 우리나라 정치적 기본조직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파괴할 것을 기도하였다는 사실적시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가장 핵심이 된다고 볼 수 있는 국헌문란의 사실적시가 되어 있지 않은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원심이 군법회의법 제 373조 1항 제4호에서 정하는 공소장에서 기재된 사실이 진실하다 하더라도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이 포함되지 아니하는 때라고 보아 공소기각의 결정을 하여야 할 것인데 원심 판결은 이를 간과하였읍니다. 따라서 원심 판결은 이유불비의 잘못을 저질렀읍니다.

상고이유 제 4점

원심 판결은 현대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저항권의 권리행사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저항권이 법리 및 형법 제 20조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 잘못은 원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읍니다.

(1) 김재규 상피고인은 현재의 헌법이 유신이라는 혁명에 의하여 불법하게 만들어진 무효의 헌법이라고 보기 때문에 위 유신이라고 잃어버린 진정한 헌법을 되찾기 위해 유신헌법을 파괴하기 위하여 이번 혁명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바,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자연법에서 인정한 저항권의 행사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항권을 실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예를 들어보면 미국의 독립선언문 중에 '어떠한 정치의 형체이더라도 만약 천부의 인권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을 해치는 것이 될 때에는 인민은 그것을 고치거나 파괴할 수 있으며, 그들의 안전과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정부를 조직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하였고, 위에 든 말은 어떤 정치체제가 그 본래의 목적에 맞지 않을 때는 주권자인 국민이 그것을 고칠 권리, 즉 혁명권을 인정한 것입니다.

(2) 이와 똑같은 취지의 권리는 버지니아 인권선언에도 실정되어 거기서는 '이 권리는 의심의 여지도 없고 양도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것'이라고 하였읍니다. 프랑스에서는 1789년의 인권선언은 사람의 자연권으로서 자유·재산·안전과 나란히 압제에의 저항을 들고 있읍니다. 1973. 6. 24의 헌법의 인권선언은 '압제에의 저항은 타의 인권의 귀결이다'(동법 33조)라고 정하고 다시 '정부가 인민의 권리를 침해할 때에는 반란은 인민 및 그 각 부분이 취할 가장 신성한 권리이며 가장 불가결한 의무이다'(동법 35조)라고 하여 반란권이라고 부르는 것을 인정한 것이 있읍니다.

프랑스의 1946. 4 헌법초안은 그 인권선언에서 '정부가 헌법에서 보장된 자유 및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는 어떤 형식으로든지의 저항은 가장 신성한 권리이고 또 가장 절실한 의무이다'(동 21조)고 정했고, 1946. 10의 프랑스 제 4공화제 헌법에는 그 전문에서 '프랑스 인민은 1789년의 권리선언에 의하여 승인된 사람 및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엄숙하게 재확인한다'고 하여 분명하게, 1789년의 인권선언 그 자체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여기서도 '압제에의 저항'의 권리를 승인하고 있음은 분명한 것입니다.

이 점에서 주목되는 것은 프랑스와 같이 자유주의적 저항권의 모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나라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그와 같은 근대적 저항권과는 인연이 뭔 독일에서도 그것이 헌법에 규정됨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즉, 1946. 12. 1 헤센헌법에는 '헌법에 위반하여 행사된 공권력에 대한 저항은 각인의 권리이며 의무이다. 헌법파괴 또는 헌법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기도를 아는 자는 국사재판에 제소하고 책임자의 형사소추를 요구할 의무가 있다. 상세한 것은 법률로 정한다'(동 147조).

여기에 있어 1947. 10. 21의 브레멘헌법의 '헌법에서 확정된 인권이 헌법에 반해서 공권력에 의해서 침해되었을 때에는 저항은 각인의 권리이며 의무이다'(동 19조)의 규정과, 1947. 1. 31 마르크 브란텐부르크헌법의 '도덕과 인간성에 반하는 법률에 대해서는 저항권이 성립한다'(6조 2항)고 규정하여 두었읍니다.

1968. 6. 24의 독일연방헌법에서도 그 헌법 제 20조 4항에 '이 자유민주주의의 질서를 제거하려고 시도하는 어떠한 자에 대해서도 모든 독일국민은 다른 구제방법이 없을 때에는 저항할 권리를 갖는다'고 정하고 있읍니다.

(3) 한국의 헌법 교과서에도 김철수의 『헌법학연구』 69페이지에는 '그러나 최종적인 헌법의 수호자의 손에는 최종적인 수단으로서 남겨진 저항권이라는 무기가 있다. 저항권은 치자계급의 긴급권보다 헌법보장의 도구로서는 훨씬 우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헌법체제가 권력자의 측에서 위기에 빠뜨려져 인권을 무시하는 탄압이 행하여지는 것 같은 경우 자유로운 인권의 기저에 숨어 있는 저항권을 불러내는 것밖에 다른 수단이 발견될 수 없을 경우도 있다. 부득이한 경우, 즉 입헌적인 의지의 통로가 폐쇄되어 정상적인 헌법질서가 파괴되려고 하는 경우에 저항권의 발동까지도 불사하는 강인한 의지와 자각을 가진 국민이 있으면 헌법은 최대의 보장을 그들에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4) 일본의 헌법학교수 궁택(宮澤) 교수는 이 저항권이야말로 사회질서와 인간양심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인간사회의 딜레마로서 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압제가 있는 한 없을 수 없는 기본권이고, 이 저항권의 존재는 다른 모든 기본권을 담보해주는 최후의 권리로 이해해야 하고 저항권이 어떤 때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인가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함부로 법이 악법이라고 하면서 순종하지 않는다면 무정부상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저항권을 행사할 때는 그의 전인격적 판단에 의해 순교자적 결단으로 이를 냉정히 생각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읍니다.

(5) 숭전대학교 앙견 교수는 저항권이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에서
'우리나라 헌법에는 저항권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종래의 헌법도 현행의 헌법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5·16 후의 제 3공화국 헌법 이래로 헌법 전문에서 건국이념의 하나로 4·19의거……의 이념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4·19혁명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이를 저항권의 행사로 파악한다면 우리 헌법도 결국 간접적으로나마 저항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된다.'

'그런데 판례에 나타난 근래 우리 대법원의 태도를 보면 저항권을 전혀 부정하고 있다.'

'1975년의 한 긴급조치위반사건의 판결에서 피고인들이 그들의 행위가 위법성이 없는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그들의 행위는 민주수호행위로서 정당성이 있는 것이고, 애국적 민주운동인 학생운동으로서 민주적 당연성과 역사적 진실성 있는 정당한 투쟁행위인 것이며, 또 이는 저항에 의한 행위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있다.

'소위 저항권에 의한 행위이므로 위법성이 조각(阻却)된다고 하는 주장은 그 저항권 자체의 개념이 막연할 뿐만 아니라, 논지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설시가 없어 주장의 진의를 파악하기 어려우나, 이 점에 관한 일부 극소수의 이론이 주장하는 개념을 살핀다면, 그것은 실존하는 실정법질서를 무시한 초실정법적인 자연법 질서내에서의 권리주장이며, 이러한 전제하에서의 권리로써 실존적 법질서를 무시한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되는바, 실존하는 헌법적 질서를 전제로 한 실정법의 범위내에서 국가의 법질서 유지를 그 사명으로 하는 사법기능을 담당하는 재판권 행사에 대하여는 실존하는 헌법적 질서를 무시하고 초법규적인 권리개념으로써 현행 실정법에 위배된 행위의 정당화를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고, 이와 같은 논지로서 심판한 원심과 제 1심 판결은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잘못은 없다.'(1975. 4. 8. 대판 74 도 3323)'

'위의 판결에 대하여는 다음의 점을 지적해둔다.'

'첫째, 저항권론을 일부 극소수의 이론으로 몰고 있는 것은 무지가 아니라면, 고의적인 왜곡이다. 1956. 8. 17 서독 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공산당(KPP)에 대한 위헌판결에서 '명백한 불법정부에 대한 저항권은 오늘날의 법률관에 의할 때 당연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우리 대법원의 판결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외국의 경우를 볼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인 헌법학자들은 극히 일부의 극소수가 아예 논급하고 있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저항권을 자연법상의 권리로서 이를 인정하고 있다.'

'둘째, 위의 판결은 철저한 법실증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법은 법이다라는 19세기적인 법실증주의를 오늘날에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술한 것처럼 그것이 결국 나치즘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은 주지하는 대로이다. 실정법의 해석작용에 있어서도 자연법적 원리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국가의 법질서 유지를 사명으로 하는 사법기능' 운운하는 부분은 우리 대법원의 전근대성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 민주국가에서의 법원의 사명이 국민의 인권보장에 있다는 것은 초보적인 상식에 속한다. 법질서 유지의 목적은 인권보장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비판한 바가 있읍니다.

(6) 김재규 피고인은 우리 국민들이 유신헌법이라는 박대통령 개인만을 위한 헌법 아래서 그들의 기본권이 유린당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없어 그들에게 자유와 민주를 회복시켜주기 위해 나라를 위한 대의에서 그 유신의 핵이며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박대통령을 순교자적 결단에 의해서 살해한 것이라고 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사실로부터 보면 피고인의 본건행위는 앞에 든 여러 나라에서 실정까지 되어 있고 현재 문명국들이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저항권의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유신헌법이 우리들의 진정한 헌법을 파괴하였다는 사실은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고 또 김재규 피고인의 혁명 직후 유신헌법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여망이고 현재 이 여망에 따라 헌법개정작업을 거국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바로 김재규 피고인의 이번 혁명의 정당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김재규 피고인이 그의 최후진술에서도 밝혔지만 10·26혁명은 5·16혁명이나 10월유신에 비해서도 정정당당한 것입니다. 5·16혁명이나 10월유신은 위에서 설명한 저항권의 이론으로도 정당화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10·26혁명에서 박대통령을 비롯하여 6명의 인간들의 생명을 잃게 된 것은 무혈혁명을 이상으로 본다면 마음 아픈 일이지만 무혈이 안될 때는 최소한의 희생은 불가피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피고인의 공소사실 그 자체는 바로 저항권에서 인정되고 있는 혁명권의 발동으로서 동인들의 몇 사람의 자연인 살해행위는 형법 제 20조에서 정하는 정당행위로서 벌할 수 없다고 하겠읍니다.

항소이유 제 5점

원심 판결은 기대가능성의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상관의 명령에 따른 행위를 처벌한 잘못이 있읍니다.

(1) 중앙정보부란 특수조직은 군대조직 못지 않게 특별한 조직으로서 중앙정보부법 제 16조에 의하면 '부장은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소속직원에게 무기를 휴대시킬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읍니다. 거기에다가 중앙정보부는 고도의 국가기밀을 취급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상하간의 명령규율 관계는 군대 이상으로 더 엄격한 곳입니다. 위와 같은 정보부의 특수한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일반 행정부처와는 달리 상명하복의 명령계통이 일사분란할 것을 필요로 하는 곳입니다. 중앙정보부의 최고책임자인 부장은 그 막중하고 고도의 국가안보를 위한 직무수행을 함에 있어 그 자산의 명령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2) 김재규 피고인이 1979. 10. 26. 19 : 10분경 피고인 박선호에게 내린 명령은 부하인 박선호는 그 명령을 명령대로 지키는 것이 그의 직무인 것이라고 함이 옳습니다. 명령의 존엄성에 관해서는 1936. 2. 26, 일본에 있었던 소위 2·26 사건에서 명령에 따른 행위에 대하여 부하들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의 이유를 보면
'피고인 등은 본래 현재의 사회정세, 나아가서 여기에 따른 청년장교 등의 국가혁신행동에 관하여 깊이 인식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았으므로……, 진실로 상관의 명령이라고 믿었으므로…….' 또 어떤 판결은
'각 피고인은 평소의 교육에 의하여 명령에 대한 절대성을 강하게 체득하고 일찍이 상관의 명령에 위법할 수 없는 것으로 믿고 있었으므로……. 반란간부의 지시가 위법한 명령인 것을 알지 못하고, 반대로 시종 이것을 진실하게 정당한 명령이라고 믿고 복종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라는 이유를 붙여 2·26 사건에 가담했던 많은 부하들의 명령에 따른 행동이라고 무죄를 선고받은 일이 있는 것입니다.

'판결의 취지는 군대에 있어서 복종은 절대한 것으로서 제 2의 천성으로 되고, 어떤 명령에 대해서도 그 옳고 그름을 논하거나 원인·이유를 질문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복종이란 그렇듯 절대한 것이므로 명령 역시 절대하고 신성할 것을 전제로 하고 다시 말하면 명령·복종 절대불이의 관념(命令·服從 絶對不二의 觀念)에 입각해서 국군은 단결하고 있으므로 상관은 신성하지 않은 명령을 내릴 것이 없음이 당연하다.'
'그런 경우에는 예를 들어 명령은 신성하지 않더라도 복종은 절대로 신성하다고 단정하지 않으면 아니되므로 수명자에게 형사책임은 없다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3) 본 건에서 상피고인 김재규는 그의 1심이나 2심 최후진술에서 거듭 강조하면서 진술한 바와 같이, 혁명은 단독으로 한 것이고 피고인 박선호에게 명령을 내릴 때는 그 명령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만한 시간여유를 의도적으로 주지 않았으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강한 명령을 일방적으로 내렸다는 것입니다.

한편 명령을 받은 피고인 박선호는 오랫동안 피고인 김재규를 상사로 모시면서 상사인 김재규가 모든 일을 순리대로 물 흐르는 대로 일을 처리하고 있는 분이라고 믿고 있었으며, 또 최근의 부산·마산사태의 심각성이나 또 가까이에 육군참모총장이나 김정섭 제 2차장보가 와 있다는 것을 듣고 국가에 매우 긴박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로구나란 막연한 직감이 스쳤을 뿐 우선은 명령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 그 자신의 신념이기 때문에 명령에 대한 가치판단은 상관에게 맡기고 명령을 이행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피고인은 위 상고이유 제 1점을 설명할 때 인용한 원심 공판기록 중에서도 분명히 밝혔듯이 현재도 그와 같은 상황에서 명령이 내려진다면 똑같은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하고 있읍니다. 피고인 박선호는 현대사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옛날의 일본무사 사무라이의 정신을 갖고 있는 사나이인 것입니다. 상피고인 김재규와 피고인 박선호 사이에는 피고인 박선호가 일단 상관의 명령이 내려지면 그 자신의 생명을 걸고서도 상관의 명령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것을 부하의 신념으로 하고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4) 구체적으로 이 건의 경우에 피고인 박선호가 상관의 명령을 배신하고 밀고한다든가 다른 어떤 행동을 기대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비열한 짓을 기대하는 것밖에 다른 것이 없읍니다. 이렇게 보면, 피고인 박선호가 상피고인 김재규가 중앙정보부장으로서 내린 명령에 따른 행위를 형사상 처벌한다고 하는 것은 형법 제 20조의 법리나 동법 제 12조의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형사책임을 묻게 된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는 것입니다.

상고이유 제 6점

원심 판결은 형의 양정을 잘못하여 피고인에게 극형을 선고한 잘못이 있읍니다.

(1) 군법회의법 제 432조가 헌법 제 8조와 제 9조에 반하여 위헌인 것으로 변호인은 믿고 있기 때문에 피고인에 대하여 양형을 다투는 것입니다. 피고인의 이 건 범행은 그 행위의 정치적 이유와 피할 수 없이 지켜야 하는 상사의 정당하거나 정의로운 명령에 따른 것이라든지 동인의 행동으로 얻어진 민주회복의 공헌도 등 그에 대한 양형을 정함에 있어 참작되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피해자 중 대통령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말할 수 없는 국가적 손실이기는 하지만, 한편 비록 대통령직에 있는 분이라도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일 뿐이고 국민의 공복일 뿐, 그 이상의 옛날 봉건왕정 때의 왕과 같은 신성불가침의 존재라고 보아서는 안될 것이요, 그분의 생명가치와 국민들이 앞으로 얻게 될 자유회복·민주회복의 국민적 국가적 차원의 가치는 서로 냉정하게 비교교량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아 이 점에서 이 피고인의 이번 행동은 발전해가는 역사의 긴 안목에서 온 국민에게 자유에의 희망을 불어 넣어준 원동력이 된 것을 평가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2) 피고인 등의 10·26 거사 후 국민의 한 사람이고 자연인인 개인에 지나지 않던 대통령이 돌아가신 뒤에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때까지 유신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주장하던 정치지도자들이 다투어 유신헌법은 민주헌법으로 빠른 시일 내에 고치겠다고 말하며 이것이 바로 국민 대다수의 여망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그때까지 총재직을 합법적인 절차에 의하여 박탈당한 야당 총재의 총재직도 법원의 가처분이 취소되지 않은 상태에 있으면서도 여당 스스로가 총재로 대우해주는가 하면, 서슬이 퍼렇던 긴급조치 9호로 구속되어 있던 수많은 학생, 국민들이 석방되어 나오고 급기야는 긴급조치 9호 그 자체가 해제되기에 이르렀고, 모든 학생들에게 강요되어오던 교과서 속의 유신내용도 모두 삭제키로 하였다는 것도 이번 일이 있기 때문인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인 것입니다.

물론 인간의 생명가치는 어떤 다른 가치보다도 우월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상피고인 김재규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명가치를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 우국충정은 그분을 상사로 모시면서 존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마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피고인이 위와 같은 사태가 서울에서 일어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국민에게 떨어질 것으로 정보판단을 스스로 하고 있는 동피고인에게 이심전심으로 전달되어 상사인 김재규가 그가 평소 그렇게 위하던 상사인 대통령을 살해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명령이 결국 우리나라를 위해서는 지켜져야 할 정의로운 것이라고 굳게 믿고 피고인 박선호는 그 자신의 해병대 동기생인 아무 죄 없는 정인형과 해병 후배인 안재송을 총으로 쏘아 죽여야 하는 운명적 결단을 내려야 했던 것입니다.

(3) 피고인 박선호는 씩씩하고 남아의 기상을 갖고 있는 의리의 사나이로서 상사로부터 친구가 포함된 경호원 처치와 뿌리칠 수 없는 명령을 받고, 상사의 정의로운 명령과 친우를 포함한 인간들의 생명을 끊어야 한다는 번민을 해결키 위해 긴박한 30분간의 한정된 시간을 일부러 요구하였으며, 상사의 정당하고 정의로운 명령을 이행하면서 그 자신이 어려운 이 순간에 친우인 정인형의 생명을 해치는 행위는 다른 부하들에게 맡겨버리면 번민은 적었을지 모르나, 그래도 혹시나 피고인 자신이 그 어려운 일을 자원하여 친우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그 일을 스스로 맡고서 마지막 순간까지 그중의 한 사람은 올림픽 사격선수였던 속사수 안재송의 반격으로 생명을 빼앗길지도 모르는 어려운 처지에서도 '같이 살자'라고 15초간이나 애절한 호소를 하였던 일과 그와 같은 애절한 호소에도 안재송은 총을 빼어 덤비려고 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은 그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순간까지 그 자신의 생명까지 걸고 의리를 지키려고 했던 인간적 성실과 사랑을 눈물 없이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4) 피고인 박선호가 이 사건에서 드러난 행위를 하게 이른 것은 그의 사나이다운 기질에서 소의를 버리고 대의를 택한 결과입니다. 동피고인이 이 사건 후의 법정태도를 보아도 양심에 비추어 하늘을 우러러보아도 부끄럼이 없다는 그 당당한 태도가 일관되어 있고 지금 극형이 선고될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도 비굴함이 없이 시종일관 분명한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그 씩씩한 모습은 이번의 일이 그 자신의 확신에서, 양심에서 우러나온 일임을 역력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피고인의 본 건 행위는 분명히 정치적인 것이고, 나라를 위해 한 행위에 대해 동인의 생명을 끊어버리는 속단을 할 것이 아니라, 후일 시간이 흘러서 이 피고인의 정치적 살인이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역사 앞에서의 겸허하고 진지한 태도로 충실한 검토를 하여주시기 바라며, 생명은 한번 끊어져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어서 후일 새로운 역사적 평가가 내려져 의인을 죽였다는 역사적인 우를 범할지도 모르는 결과를 깊이 통찰해주시기를 비는 것입니다.

(5) 현대 형사정책사상에서도 사형제도 그 자체를 폐지해야 된다는 것이 진보된 문명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상이고, 특히 정치범과 확신범에 대해서는 재판 받을 당시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그 때의 흥분되어 있는 감정으로 그 정치범을 처단할 것이 아니라 흥분된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 것입니다.

우리나라 형편에서도 우리들의 국시인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공산주의자들에겐 타협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여야 할지는 모르지만, 자유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는 일념에서 저지른 피고인과 같은 정치범에 대해서는 극형에 처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6) 피고인은 해병대 대령으로 예편되기까지 많은 훈장을 받은 사실이 있읍니다. 월남 청룡부대에서 화랑무공훈장, 보국훈장, 삼일장 등을 받은 사실이 있고, 포항 보안대장으로 근무시에는 울진 대간첩작전에 일개대대를 인솔하고 한 달 동안 작전에 참가하여 중정부장으로부터 공로 표창장을 받았으며, 해병대학을 1등으로 졸업하여 국무총리 표창과 월남 주월사령관 이세호로부터 전투우수부대 표창을 받았으며, 해병대사령관 공로 표창 및 해군총장 표창 등 10여 개 표창을 받았으며, 월남정부로부터 엽송무공훈장, 금성무공훈장, 훈련훈장 등을 받은 것을 보면, 피고인이 해병대 장교로서 국가에 헌신한 사실을 알 수 있는 바, 이런 점도 피고인의 형을 정하는 데 참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7) 또 피고인이 중정 의전과장으로 근무하게 된 것도 피고인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이 괜찮은 편이었는데 상피고인 김재규가 개인적인 사업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서 위 직을 맡으라고 해서 개인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위 직에 종사하였고, 피고인은 1978. 8. 11부터 1979. 10. 27까지 중정 의전과장에 있는 동안 하루도 쉰 날이 없으며 심지어 8월 추석이나 정초 휴가마저도 대통령의 행사를 위하여 쉬지 못한 충실한 공무원이었읍니다.

원심기록 387 정에 보면 차경호실장이 여자문제에 대해 더 힘들게 하고 피고인은 그러한 일을 하고 있는 데 대해 더 이상 일할 수 없다고 김재규 부장에게 사의를 수차 표했으나 김부장이 피고인이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여 사의를 철회한 사실도 있었읍니다. 현재 국민들은 피고인의 당당한 태도에 대해 열광적인 격려를 하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현대에서 보기 드문 사무라이의 기상을 보고 온 국민들이 이 피고인에 대해 관용이 베풀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모든 점을 심사숙고한다면, 원심의 사형은 그 형의 양정을 극히 잘못했다고 보입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상고하오니 원심 판결은 파기되어야 할 것이고, 피고인에 대해서 무죄나, 무죄가 안되는 경우에는 관대한 처분을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980. 2
위 피고인의 변호인 변호사 강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