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대법원판사 閔文基의 의견

내란의 죄에 관한 법리 오해라는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본건 사안인 내란의 죄가 본질적으로 정치색채가 짙은 범죄이고 현실로 체제변동도 곁들여 있어 시국관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범행(1979. 10. 26)으로 희생되어 궐위된 대통령의 뒤를 이은 권한대행 최규하에 의하여 확인선언(1979. 11. 10)된 바대로 새 헌법을 만드는 것이 전국민적 합의라고 함은 획기적 역사의 사실, 부인할 수 없는 정당성을 지닌 중대한 국민의 정치결단, 국민의 법적 확신으로 뒷받침된 불문율, 시국을 지배하는 구속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합의서는 유신체제와 상충됨이 그 본색을 이루니 그 체제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 분명하므로 따라서 국민적 합의가 있다는 그 자체가 실질적으로 유신체제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오늘의 정치발전이 그 증거이다)이 되며 이 합의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운명과 동시에 이뤄졌다고 아니볼 수 없는 까닭에 유신체제는 고 박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한 체제라고 할 법적 논리에 이른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실례로 설명하거니와 만일 민주주의 질서를 군주체제로 변혁하려는 일로 해서 내란의 죄로 문의되다가 군주체제로 국헌을 바꾼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을 때 그대로 내란의 죄로는 처벌할 수 없으리니 그 합의가 민주체제의 폐기를 의미하는 이상 합의 후에 있어서 내란죄는 민주주의 하자는 것이지 군주체제 하자는 것이 결코 될 수 없기 때문에 합의 후에 있어서 군주주의 하자는 이유로 하는 내란죄는 그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죄로 단죄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이 경우 국헌과 같다고 볼 체제가 달라서 각기 존립의 기초가 다르기 때문에 보호법익이 달라진 까닭이다. 본건은 이 예의 경우와 꼭 같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하겠다. 원판결 판단이 피고인 전원에 대해 형법 제 87조 1, 2호, 제 89조, 제 88조를 적용한 점과 그 이유로 설시한 취지로 미루어 그 전원을 국헌문란의 목적범으로 본 바가 분명하고 원심이 수괴로 인정한 피고인 김재규의 진술기재에 의하여 그 범행목적이 그 표현대로 유신체제의 핵인 박대통령을 제거하여 그 체제를 종식시키고 민주체제로 돌리는 데 있다는 취지로 기록상 인정 못할 바 아니므로 원설시와 부합한다.

원판결의 인정판단에 그대로 따르면 원심은 피고인들이 유신체제를 강압 변혁하려는 목적으로 설시처럼 대통령을 비롯한 사람들을 살해했다는 것이요, 소송절차의 경과로 보아 개헌하는 전국민적 합의가 있은 후에 있어서 재판한 사정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 사안은 행위시와 재판시의 체제가 위 설시 이유에 따라 서로 다름이 숨길 수 없으니 이와 같이 범행시의 기반이 재판시의 그것과 달라졌다는 정치상황이 바로 초법규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사유가 된다고 할 법리에 이르므로 본건 범행을 다른 죄로 봄은 별론으로 하고 내란의 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하겠다.

따라서 원판결 판단은 결론에 영향을 준 법률위반(유신체제하에서라면 옳다 하겠다)을 남겼다고 하겠고 이를 지지한 다수의견 역시 같다고 하겠다. 이상 이유로 논지는 결론에 있어서 이유 있어 다른 주장에 들어가지 아니한다. 끝으로 예비적으로 대법원판사 양병호·임항준·김윤행의 각 의견에 찬동하여 원용하는 뜻을 밝힌다.

대법원판사 양병호의 의견

피고인 김재규의 변호인 김제형 외 6인의 상고이유 제 1, 2, 3점, 같은 김정두의 상고이유, 같은 채훈천 외 17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원판결이유에 의하면 피고인 김재규는 중앙정보부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동피고인이 입안하여 시행한 정국수습책이 거듭 실패하여 직무수행상의 무능함이 노출되어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당하고 인책해임설이 나돌아 그 지위에 불안을 느끼는 한편, 위 대통령은 경호실장 차지철의 오만방자한 태도와 월권적 업무간섭에도 불구하고 그를 더 신임하는 데 불만을 품고 1979년 4월 일자불상경부터 대통령 등을 살해한 후 정권을 잡을 것을 기도하고 보안 유지를 위해 단독으로 그 구체적인 거사계획을 세워 적절한 때를 선택하여 대통령 등을 살해하기로 하되 대통령을 시해한 후 국가안전과 질서교란을 이유로 계엄을 선포하고 중앙정보부의 권한과 동부의 조직력을 이용, 계엄군을 장악하여 무력으로 사태를 제압하고, 입법·사법·행정권을 총괄하는 혁명위원회를 구성, 자신이 위원장에 취임하여 집권기반을 확보한 후 대통령에 출마할 것을 계획하여 1979년 10월 26일 19시 40분부터 20시 5분 사이에 원판시와 같이 대통령 등을 총격 사망케 함으로써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대통령 등을 살해한 내란목적의 살인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위 대통령을 살해한 것인가에 관해 원심이 그 판시 내란목적살인 사실을 인정함에 있어 채택 종합하고 있는 증거들을 기록에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건대 이에 관계되는 증거로서는 피고인 및 상피고인 김계원에 대한 1심 및 원심 군법회의 법정에서의 각 진술과 군 검찰관 작성의 피고인 및 동 김계원에 대한 각 피의자 신문조서 중의 각 진술기재밖에 없다고 볼 것인바, 그중 1심 및 원심 법정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상소이유보충서 기재 포함), 검찰관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진술기재에 의하면 이번 10·26 거사는 박정희 대통령 종신집권을 위한 비민주주의적인 유신체제를 철폐하고 유신체제의 핵심은 박대통령이고 그분이 있는 한 유신체제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하며 민주회복은 온 국민이 원하고 있던 바이고 유신체제에 대한 도전과 항거는 국민의 생각 속에 팽배하였고 사건 직전의 부산·마산사태가 그 좋은 예였는데 그것이 서울 등 전국 5대 도시로 파급되게 되었는데도 위 대통령은 그것에 대한 진압책으로 직접 발포명령을 하겠다고까지 하여 나라와 국민들의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게 되매 그분의 강한 집권욕과 절대로 물러설 줄 모르는 성격에 비추어 이 불행을 막을 방법이 없는 절박한 상태에서 자유민주주의의 회복과 대통령의 생명의 희생과는 숙명적인 관계에 있다고 보고 불가피적으로 그를 살해 제거하는 일을 아니할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동시에 위 거사를 혁명이라고 하면서 이는 유신질서를 없애는 데 있고 혁명과업은 우선 사태수습을 위해 계엄을 선포토록 하고 헌법도 정당한 개헌절차를 밟아 고치려 했다고 한다. 요컨대 민주회복을 위해 대통령직에 있는 자연인 박정희를 살해한 것이라 하고 그밖의 일은 적법한 정식절차를 밟아서 하려 했다는 취지이다.

그리고 피고인은 군인이고 혁명가인데 군인이 집권하면 독재가 된다 하고 자신이 대통령의 묘를 밟고 올라설 정도로 도덕관이 타락되고 있지는 않다 하여 결코 대통령이 되기 위해 혁명을 한 것은 아니라고 힘주고 있음을 본다.

이에 위에서 본 피고인의 진술을 자백이라 보고 이에 대한 보강증거가 있는가를 살펴보건대 1심 및 원심 군법회의 법정에서의 상피고인 김계원의 진술 및 군 검찰관 작성의 김계원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진술기재에 의하면 사건 발생후인 이 사건 당일 22시 25분경 육본 벙커 화장실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우선 계엄을 선포하고 혁명위원회 간판을 달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 부분이 있을 뿐 달리 자료가 될 만한 것을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자백 중 단지 계엄선포, 혁명 또는 혁명위원회 운운 부분에 대해서만 보강증거가 있는 것으로 되어 문제가 된다 할 따름이니 그러면 여기에서 피고인은 이 혁명 운운으로 무슨 뜻으로 말한 것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피고인은 이 혁명을 유신질서의 철폐를 말하는 것이라고 하였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그밖에 계엄선포와 혁명위원회는 사태수습과 정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과정상 필요한 절차 또는 기구라는 뜻으로 말하고 있다.

피고인의 혁명 운운을 헌법 또는 법률의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바로 국헌을 문란할 목적의 것으로 단정할 자료는 발견되지 아니하거니와 도대체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 4·19 사태도 이를 4·19 혁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만큼 혁명이라는 칭호를 쉽게 남용하는 현실임에 비추어 피고인이 말하는 혁명이 과연 국가의 통치기구를 변혁한다는 뜻의 것인지의 여부는 좀더 따져 가려보아야 할 것이요 혁명 또는 혁명위원회라는 말을 사용하였다는 것만으로써 곧 국가의 기본조직을 전복하려는 계획의 것으로 간단히 속단해버릴 수는 없는 사안으로 엿보인다 함이 상당하다.

원심이 인정한 바 피고인이 중앙정보부의 권한과 동부의 조직력을 이용, 계엄군을 장악하여 무력으로 사태를 제압하려 했고 자신이 정권을 잡을 것을 기도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단순한 혁명위원회 아닌 입법·사법·행정권을 총괄하는 혁명위원회를 구성, 자신이 위원장에 취임하여 집권기반을 확보한 후 대통령에 출마할 것을 계획했다는 사실은 검찰관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진술기재 중에 비슷한 말로 나오는 자백사실이기는 하나 이에 대한 보강증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위 피의자 신문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헌법기초위원회를 설치하여 국민이 원하는 헌법안을 연구 작성케 하여 국민투표에 회부하여 확정시킨 후에 새 헌법에 의한 선거를 실시하려고 하였다는 진술부분이 있는바 이는 현행 헌법절차에 의해 개헌을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어 헌법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다시 위 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선거실시에 있어서 대통령 출마 후보자는 일응 최규하 국무총리와 태완선 유정회 의장 등을 꼽을 수 있고 피고인 본인도 상황에 따라 출마 여부를 결정하려고 하였다는 진술 부분이 있어 이를 그 진술대로 본다 가정하더라도 피고인이 대통령 후보자로 위 인사들을 천거하려고 하였다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피고인 자신이 대통령으로서의 출마 여부를 결정하려 하였다 하여 이 사실만으로써 곧바로 대통령이라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 그 자체를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기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에 해당된다고 단정할 수 있겠는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밖에 피고인이 김계원으로 하여금 국무총리를 모시고 육본 벙커로 오게 하여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으로 각 장관들과 더불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비상계엄을 선포하도록 유도하였다 할지라도 이는 피고인의 진술대로라면 정식절차를 밟은 것이 된다 할 것뿐이다.

뿐만 아니라 대저 국헌문란의 목적이라 함은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불법으로 철폐 소멸시키고 국가의 기본조직인 통치기구 기타 헌법기관을 폭력으로 파괴 전복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할 것인바 원심이 그 판시 취지와 같이 피고인의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거사였다의 주장을 가리켜 대통령 선거후 국민적인 합의로 정부나 국회에서 유신헌법을 개정할 것을 전제로 하는 개헌작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국민의 각계각층에 민주화운동이 팽배하게 된 시기를 틈타서 갑자기 민주회복을 위해 장애가 되는 대통령인 자연인 박정희를 살해 제거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는 것으로 위장하는 것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미명 아래' 대통령을 시해하여 폭력에 의하여 정부를 전복시켜 오직 정권을 탈취하려고 불법적으로 국가의 기본통치기구를 파괴할 것을 목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사실 인정을 하려면 모름지기 이에 관한 정확한 증거의 적시가 있어야 할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밖에 피고인이 그 판시대로 중앙정보부의 권한과 동부의 조직력을 이용하여 계엄군을 장악하려 하였다면 군사단체가 아닌 중앙정보부로서 어떠한 권한조직과 방법으로 계엄군을 장악하려 한 것인지를 밝혀야 하고 또 무력으로 사태를 제압하고 입법·사법·행정권을 총괄하는 혁명위원회를 구성한다 함은 무력으로 국가의 각 기관이나 국민의 의사를 제지 억압하면서도 기도한 바 정권을 잡을 방향으로 사태를 끌고 가려 했다거나 국회와 법원, 정부를 뒤엎어 없애고 혁명위원회 자체가 삼권을 모두 행사하려고 한 것인지 그 내용을 명백히 해야 할 것이고 피고인이 집권기반을 확보한 후에 대통령에 출마하려 하였다는 것이 정당을 조직하여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등의 방법에 의하는 것이 아니고 계엄령이나 긴급조치로 반대의견을 일체 금하는 등 무력 기타 강압적 수단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 한 것일 뿐 헌법에 규정된 정당한 선거제도로써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행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음을 명시하였어야 할 것으로 본다.

만약 다른 고위직 인사도 아닌 적어도 일국의 대통령을 살해하였으니 정부를 전복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아니 볼 수 없다는 소견이 있다면 권력의 정상인 대통령의 지위 신분에 비추어 의당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라는 견해로 보겠는데 이는 지극히 소박하고 단순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국가정부의 기관이요 대통령이 곧 정부는 아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고귀한 지위 신분을 운위하기 전에 그의 지닌 바 책무를 더 중요시하여야 할 것이고 대통령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공무원의 한 사람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원심 판시사실은 피고인이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을 품고 그를 살해할 것을 기도하였다고 전제하고서는 국헌문란목적의 살해행위로 결론지우고 있는 바 개인적인 불만이었다면 대통령 자연인 개인을 살해하려 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나올 수 있음직한 사유일 뿐 아니라 판시의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유모순의 허물도 갖추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상과 같은 여러 점에 대하여 아무 살핌이 없이 피고인에 대하여 내란목적살인죄를 범한 것으로 단정하였으니 증거 없이 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 있는 경우로도 되려니와 대통령직에 있는 자연인 살해행위에 지나지 못한 것인지, 국헌문란목적의 살인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가 중대 관건으로 되어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적어도 이를 가려보기 위하여 좀더 사실과 증거에 대한 심리가 더하여야 할 것인데 이를 다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사실을 인정해버리고 만 심리미진·이유불비의 위법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 할 것이므로 논지들은 이유 있다. 피고인 김계원의 변호인 김수룡의 상고이유 제 1, 2 3, 4, 6점, 같은 배영호·김홍재의 상고이유 제 2점, 같은 이병용의 상고이유 제 1점을 함께 판단한다.

원판결이유에 의하면 피고인 김계원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이래 위 차지철의 오만방자한 태도와 월권적 업무간섭 등에 대하여 김재규와 더불어 평소 불만을 토로하면서 위 차지철을 제거할 의사를 표시해오던 중 이 사건 당일 17시 50분경 대통령 영접차 중앙정보부 궁정동 식당에 도착하여 김재규와 함께 그 식당 현관 앞 정원의 경계석에 앉아 대화 도중 피고인이 '차실장, 그 친구 강경해서 야단이야'라고 하는 등 불평을 터뜨리자 김재규로부터 '그 친구 오늘 해치워버리겠다'는 제의를 받고 그것이 평소 누적된 감정폭발로서 차지철을 살해하겠다는 것인 점을 인식하고서도 이를 승낙하여 김재규와 차지철을 살해할 것을 상호 공모하고 그런 후 김재규가 위 식당 만찬석상을 여러 번 이석할 뿐만 아니라 특별히 10분간이나 외부에 나가 있다가 들어온 것으로 보아 범행 결행시간이 임박한 것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있던 중 동일 19시 40분경 김재규가 피고인에게 '각하 잘 모십시오'라는 말과 함께 우측손으로 툭 치는 것을 신호로 차지철에게 권총을 발사하자 그의 범행을 순조롭게 하기 위하여 동장소를 빠져나오는 등 함으로써 김재규와 공동하여 차지철을 살해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채택하고 있는 증거들을 아무리 정사 검토할지라도 피고인이 김재규와 더불어 의사연락하여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을 살해할 것을 상호 공모하였다 함을 인정할 자료는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1심 및 원심 법정에서의 피고인 및 위 김재규의 진술, 검찰관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 신문조서 중의 각 진술기재에 의하면 사건 당일 17일 50분경 대통령 영접차 이 건 중앙정보부 궁정동 식당에 미리 도착한 피고인이 김재규와 함께 식당 현관 앞 정원의 경계석에 앉아 대화 도중 피고인이 '차실장, 그 친구 강경해서 야단이야'라고 말하자 김재규는 '그 친구 오늘 해치워버릴까'라고 말했다는 사실은 인정되는 바 원심은 이를 피고인이 김재규로부터 '그 친구 오늘 해치워버리겠다'는 제의를 받고 위 차지철을 살해하겠다는 것인 정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승낙하였으니 차지철을 살해할 것을 상호 공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뜻인 듯하나 '해치워버린다'는 말이 깡패사회도 아닌 피고인들과 같은 국가고위직 인사 사이에서 죽여 없앤다는 뜻의 말로는 도저히 새겨들어지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피고인이 차지철을 살해하겠다는 것인 정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보여지지 아니한다.

검찰관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 중의 진술기재 중에 피고인이 그 당시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는 진술 부분이 있기는 하나, 이는 단순히 '아―그러냐'는 표정 이상으로 그렇게 할 것을 의욕하거나 '그렇게 하라'는 승낙의 의사표시로는 볼 수 없다고 함이 상당하다. 더우기 대통령 영접차 위 식당에 미리 도착하여 대통령 도착(사건 당일 18시 5분경)을 기다리고 있는 임박한 시간에 식당 현관 앞이요 식당을 관리하는 관계직원이 왕래하는 정원 경계석이라는 장소에서 또 다른 대화(원심 채택증거들에 의하여 정국에 관한 대화로 인정된다) 도중 불쑥 한 마디 오고간 말로 사람을 살해하는 모의가 이루어졌다고 본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 및 논리법칙에 어긋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피고인이 차지철의 오만방자한 태도와 사무처리상의 월권 등에 심한 불만을 품어왔고 이 점에 대하여 김재규와 상호 입장이 같았다는 정도의 것으로서는 차지철의 살해를 공모할 동기는 되지 아니한다. 위 식당 만찬석상에서의 표정 기색 따위나 피고인이 김재규가 동석상을 여러 번 이석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김재규가 차지철에게 권총을 발사하자 피고인은 동소를 빠져나왔고 당시 현장에서 차지철이 신음하여 아직 살아 있다고 인식하였음에도 그대로 방치해버렸으며 육본 벙커 화장실에서 김재규에게 '왜 각하까지 그랬어'라고 말하였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그런대로의 이유 또는 상치점이 있기도 하거니와 이를 치지도외하고 그 사실이 그대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부작위범 또는 방조의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는 별론으로 하고 김재규와 더불어 위 살해에 대한 상호 공모가 이루어진 후 공동하여 살해하였음을 인정할 자료는 될 수 없다 할 것이다.

피고인이 살해에 대한 살해행위를 분담한 바 없음은 원심 판시 취지와 같고 그밖에 실행자인 김재규를 통하여 피고인 자기의 범죄를 실현시킨다는 의사 있는 경우의 것으로 볼 자료도 없다. 김재규가 차지철을 살해한 것은 대통령 박정희를 살해하는 목적달성에 결정적 장애가 되는 사람인 까닭에 그를 먼저 총격한 것임은 일건 기록상 분명하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을 차지철 살해에 대한 공동정범임을 인정하였음은 증거 없이 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한 중대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고 겸하여 공모공동정범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고 논지들은 이유 있다.

피고인 김계원의 변호인 김수룡의 상고이유 제 9, 11점 및 같은 이병용의 상고이유 제 2점을 함께 판단한다.

원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 김계원은 이 사건 당일 19시 43분경 위 식당 현관에서 김재규로부터 '이젠 다 끝났읍니다. 보안유지를 철저히 하십시오'라는 말을 듣고 김재규가 대통령을 살해하는 현장을 목격한 유일한 국가 고위직에 있던 자로서 위 보안유지는 자신의 지위에 수반되는 영향력 등을 비춰볼 때 국헌질서의 향방을 가늠할 정도의 중요한 임무임을 알면서도 '알았소'라고 대답하여 수괴인 김재규의 보안유지하라는 지시에 따라 이를 수행할 것을 승낙하고 그후 위 범행에 대한 보안유지와 사태가 불리해지면 피고인 자신이 대통령을 살리려고 했다는 구실로 삼기 위하여 동일 19시 55분경 대통령의 유해를 국군 서울지구병원에 후송하여 당직 군의관에게 진단케 한 바 '이미 5분 전에 사망하였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도 환자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사무실로 가서 비상소집된 최광수 등 대통령 수석비서관들과 대통령 경호실 차장 육군중장 이재전에게 '대통령 각하께서 무슨 일이 나서 병원에 계시고 차실장은 지금 부대를 지휘할 수 없으니 경계를 강화하고 경거망동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단속을 잘 하시오. 경호실의 병력 출동은 필요없다'고 말함으로써 이 건 범행목적 달성에 시간적 여유를 얻도록 하고, 동일 20시 50분경에 동소에 도착한 당시 국무총리 최규하에게도 '만찬회장에서 김재규와 차지철이 싸움 끝에 각하가 김재규의 잘못 쏜 총에 맞아 서거하셨다'라고 말하여 김재규가 대통령을 고의로 살해한 사실을 허위 보고하고 당시 내무부장관인 구자춘, 법무부장관인 김치열의 물음에 대하여도 '각하께서 다치셨다'고만 대답하여 김재규의 대통령 살해사실을 계속 은폐하고 동일 21시 30분경 다시 김재규로부터 '국무총리를 모시고 오라'는 전화연락을 받고 국무총리, 내무·법무부 장관과 같이 동일 22시 30분경 육본 벙커내 육군참모총장실로 가서 그곳에 김재규와 당시 국방부장관인 노재현 및 군 중요직 장성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김재규가 먼저 와서 군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 국방부장관 등에게 '각하께서 유고가 생겼다. 차실장이 너무 강경해서 일어난 사고다'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국무총리를 모시고 사태를 수습해야 된다고 제의하여 계엄령 선포를 유도하고 동일 22시 40분경 국방부장관실에서 김재규가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각부 장관들과 동석한 자리에서 보안유지를 강조하며 비상계엄령을 선포함에 있어 그 사유를 대통령 서거로 하지 말고 국내 치안문제로 하자고 제안하자 이에 호응, 절충안으로 대통령 유고를 사유로 계엄령을 선포하자고 건의하고 동일 23시 30분경 국무총리와 내무·법무장관 등이 김재규의 주장에 반대하여 호응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유혁인이 대통령 유고 경위를 국무회의에서 이야기하라고 독촉하자 피고인은 김재규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태도를 돌변하여 다음날 0시 30분경 국방부장관과 육군참모총장에게 '김재규가 대통령을 살해한 범인이다'라고 말하여 동 김재규가 체포됨으로써 국헌문란을 위한 폭동의 완성에 이르지 못하고 그 미수에 그친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 판시사실은 김재규가 대통령을 위 식당에서 살해하고 현관을 나오면서 피고인에게 '이젠 다 끝났으니 보안유지를 철저히 해 주시오'라고 부탁한 이후의 피고인의 관여 행위에 대하여 이를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를 범한 것으로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피고인이 담당종사한 중요임무로는 보안유지를 하는 것이 그 임무의 하나였다는 취지로 보여지는바 살피건대 피고인은 김재규가 불의에 대통령 등을 총격 살해한 돌발적인 공포분위기 현장에서 보안유지를 해달라는 요구를 그저 '알았소'라고 할밖에 다른 도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짐작되거니와 피고인이 대통령의 유해를 국군 서울지구병원으로 후송하고 대통령 수석비서관들과 경호실 차장을 비상소집하고 국무총리와 각 장관들에게 알려 청와대로 오게 한 것 등은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보고를 한 잘못은 있다 할지라도 김재규의 보안유지의 당부를 어기고 사건을 고위직 관계 인사들에게 알리는 자기 나름대로의 조치는 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에서 문제의 임무는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이어야 되는바 원심 판시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살해 등 폭력관계는 '이제 다 끝났으니 이에 대한 보안유지만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이후의 행위에 국한되는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채택하고 있는 증거들에 의하여 드러난 바와 같이 김재규가 위 식당 본관에 대기케 한 당시 육군참모총장인 정승화 및 중앙정보부 제 2차장보인 김정섭 등을 대동하고 육군본부벙커에 가서 보안유지를 강조하고 육군참모총장 등 군 주요장성과 국무위원 등의 동향을 감시하였다는 사실을 피고인으로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고, 김재규가 청와대에 재삼 전화를 걸어 '일 다 끝났는데 무엇 때문에 거기 있느냐. 국방부장관도 여기 있으니 국무총리를 모시고 육군벙커로 오라'고 하여 국무총리, 내무·법무 장관 등과 함께 그곳으로 가게 된 것이고, 김재규가 위 행위와 아울러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각부 장관들에게 보안유지를 강조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도록 유도한 것은 대통령 등 살해후의 사태를 수습하고 기도한 거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을 조용하게 밟으려는 것이었을 뿐 그 자체가 하나의 폭동이었거나 폭동이 끝나지 않고 그가 체포될 때까지 계속된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증거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김재규가 육군참모총장을 설득하여 군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육본 벙커로 간 것이라는 것도 김재규가 아무 폭동 없이 군을 장악하고 있는 줄만 알았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피고인은 그곳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사유를 대통령 유고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며 처리의 추이를 보고 있다가 기회를 포착하여 김재규를 체포케 한 것으로서 대통령 등의 살해로써 폭동은 끝나고 그 이후에는 아무 폭동의 행적이 없어 폭동이 존재하였다고 할 수 없다. 폭동이 계속되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이 그에 가담하였거나 모의에 참여하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도시 찾아볼 수 없다.

이렇다면 피고인이 폭동에 관계된 것을 전제로 하는 그의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죄는 인정될 여지가 없다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반대로 이같은 죄를 인정하였음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것이 아니면 법리오해 내지 이유불비의 위법 있어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 할 것이고 논지들은 이유 있다. 피고인 박선호의 변호인 강신옥의 상고이유 제 1점, 피고인 이기주·유성옥의 변호인 안동일의 상고이유 제 3점, 피고인 김태원의 변호인 김흥수의 상고이유 제 3점을 함께 판단한다.

원판결이유에 의하면 피고인 김재규는 이 사건 당일 19시경 위 식당에서의 대통령, 차지철 등과의 만찬회에서 나와 본관 집무실 2층 침실에 미리 준비하여두었던 권총 1정을 하의 주머니에 넣고 위 만찬석을 들어가다가 동일 19시 10분경 위 식당에 인접한 구관 정원에서 피고인 박선호, 1심 피고인 박흥주에게 '오늘 해치우겠으니 각오하라. 각하 등은 내가 직접 해치울 테니 총성과 동시에 너희들은 똑똑한 놈 3명을 골라 경호원들을 처치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육군참모총장과 제 2차장보가 집무실에 와 있다고 고지, 범행가담의사를 확고히 하도록 촉구하여 박선호로부터 30분내 준비완료하겠다는 승낙을 받고, 박선호는 동일 19시 15분경 위 식당 서편 정원에서 피고인 유성옥·이기주에게 '부장님 지시인데 오늘 일이 잘되면 한몫 볼 것이다. 부장님이 안에서 총을 쏘는 데 맞추어 너희들은 주방내의 경호원들을 사살하라'고 지시하여 동인 등의 승낙을 받고, 피고인 김태원 등은 위 식당 건너편 경비원 대기실에서 박선호로부터 청와대에서 경호원들이 오면 사살하라는 지시와 아울러 동일 20시 5분경 이기주로부터 위 식당 안에 아직 완전히 절명되지 않은 사람을 확인사살하라는 지시를 받고 식당 안 경호원 대기실에 들어가 경호원들이 피격된 것을 보고 국가변란사태인 정을 알면서 위 지시에 따라 가담하기로 응낙함으로써 각 국헌문란 목적의 살상에 가담할 것을 순차로 상호 공모하고 피고인 김재규·박선호·이기주·유성옥·김태원은 전기 공모 내용에 따라 동일 19시 4분경 김재규가 발사한 권총의 총성을 신호로 박선호는 식당 현관 앞 대기실에 있던 경호원들을, 이기주·유성옥은 박흥주와 더불어 식당 주방에 있던 대통령 운전사 및 경호원들을 향하여 각기 권총으로 발사하고 김태원은 20시 5분경 엠 16소총을 소지하고 식당 대기실 및 주방에 쓰러져 있는 경호원들과 만찬석내에서 신음하고 있는 차지철에게 각 발사하여 피고인 박선호, 이기주, 유성옥, 김태원들마저 김재규와 더불어 공동하여 각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대통령 등을 살해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채택하고 있는 증거들을 기록에 대조하여 정사 검토할지라도 김재규의 이 건 거사계획은 원심 판시내용에도 언급되어 있는 바와 같이 보안유지 관계로 단독으로 세웠다는 것이고 박선호 및 1심 피고인 박흥주에게 '오늘 해치우겠다'고 한 말도 이 사건 당일 19시 10분경에 처음으로 위 두 사람에게 이야기했다는 것임을 알 수 있는바 그때 김재규로부터 '각하 등은 내가 직접 해치울 테니 총성과 동시에 너희들은 경호원들을 처치하라'는 지시가 있었으면 대통령 등을 살해할 터이니 협력하라는 것으로만 알아들을 것이 당연한 순리요 비록 대통령을 살해하면 국가에 변란을 가져오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국가 변란을 꾀한다는 것을 박선호가 알았다 할지라도 그밖에 김재규가 기도한 바 거사목적 기타에 관한 별다른 지시를 받는 것이 없음은 일건 기록상 명료한 이 사건에 있어서 대통령직에 있는 자연인 박정희를 살해하는 범행에 가담 실행한 것이 아니고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그 자체를 폭력으로 전복하고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케 하는 국헌문란 목적의 살해 범행에 가담 실행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함은 우리의 경험 및 논리법칙상 비약된 이론이라 할 것이고 당시 박선호가 육군참모총장과 중정 제 2차장보가 본관 집무실에 와 있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써 결론을 달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이기주·유성옥은 박선호로부터 '총성이 나거든 주방내 경호원들을 사살하라'는 지시(기록에 의하면 경호원들을 주방 안으로 몰아붙이라, 경호원들이 총을 쏘면 응사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를 받은자들로서 박선호가 '오늘 일이 잘되면 한몫 볼 것이다'라고 말하였다는 것이나 이 말은 김재규가 한 말은 아니고 박선호가 자의적으로 지껄인 말로 보여지는바 위 식당 경비원 또는 운전사에 지나지 못한 피고인들이 한몫 본다 하여 출세한다는 등의 대단할 것도 아닐 것이고, 당시 육군참모총장과 중정 제 2차장보가 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거나 나아가 국가에 변란을 초래하는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중정조직체에서 상사의 지시명령을 무조건 복종한 데 불과한 피고인들의 인식 또는 생각이었다는 것이고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위 국헌문란의 목적을 말하는 것으로 인정할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그러한 생각만으로써 상호 공모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김태원은 또 한 다리 넘어 이기주로부터 위 식당 안에 아직 절명되지 않은 사람을 확인 사살하라는 지시를 받은 자로서 당시 국가에 변란이 일어난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하고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고 혼잣말로 한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뿐 반대로 인정할 만한 증거자료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이렇다면 피고인 김태원은 말할 것도 없고 피고인 이기주·유성옥과 박선호도 국헌문란목적의 살인행위에는 무관하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피고인들 전부에 대하여 국헌문란목적의 살인 공동정범 사실을 인정하였음은 증거 없이 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 있다 아니할 수 없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니 논지들은 이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