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래전에 썼던 ‘위대한 CEO 朴正熙(박정희)의 10가지 성공비결’(月刊朝鮮 2001년 3월호)이라는 기사를 읽다가 필자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기사 중에 野人(야인) 시절의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무렵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자기 소유인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에 있는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이듬해 그는 民選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필자가 그를 찾아간 것은 趙甲濟(조갑제) 당시 月刊朝鮮 대표가 “경부고속도로를 만드는 데 참여했던 이명박 전 현대건설 회장 얘기도 들어 보라”고 권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이야기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金泳三(김영삼)·金大中(김대중) 정권의 인사행태에 대한 비판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는 나라 전체로 봐서 인재가 그리 많지 않아 사방에서 인재를 발굴해서 썼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은 자기 주변에서만 인재를 찾다 보니 있는 인재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 말을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훗날 자기가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으리라.

유감스럽게도 취임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니 S라인(서울시 출신)이니 강부자(강남 땅부자)니 하는 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행태를 보여주는 말로 인구에 膾炙(회자)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가 아는 사람들만을 쓴다” “널리 사람을 구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최근 국세청장 인사를 두고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왔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사행태를 두고 “자기 주변에서만 인재를 찾는다”고 비판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그와 흡사한 비판을 듣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조만간 청와대와 내각의 일대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꼭 김대중·노무현 정권 인사들이나 야당에서 사람을 구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오래전에 말했던 것처럼 ‘사방에서 인재를 발굴해 썼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