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동을 잘 모른다. 그래서 이런 실수를 한다. 이란에 대해서도 미국이 오판하고 있을지 모른다.


2007년 9월4일 기사

미국의 이라크 점령 정책중 치명적인 실수는 이라크 군대를 해산한 것이었다. 이 해산명령은 당시 행정장관 L. 폴 브레머가 내렸다. 미국의 군부와 CIA, 그리고 파월 국무장관도 事後에 이 사실을 알고 반대했었다고 한다. 40만 명이나 되는 군대가 해산하자 졸지에 실업자가 된 이들중 상당수가 무기를 갖고 叛軍化되어 버렸다. 당시 이라크 군대는 장교단은 주로 순니파, 사병들은 시아파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단장 이상의 고위 간부들만 교체했더라면 이라크 군대는 미군에 충성하면서 叛軍들을 소탕하는 입장에 설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부시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브레머 전 장관의 군대해산 명령에 대해서 미리 몰랐던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에 발끈한 브레머는 2003년 5월에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에서 브레머는 이라크 군대를 해산할 계획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며칠 뒤 답장을 보냈는데 그 속에선 이라크 군대 해산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부시는 브레머의 편지에 나오는 이라크 군대 해산 계획 운운하는 대목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미 합참에선 브레머로부터 이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자문 요청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해산명령이 내려간 후에야 군, 국무부, 정보기관이 반대의사를 밝혔으나 너무 늦었다.

브레머는 "이라크 군대는 당시에 이미 해산상태였다. 군대를 재건하려면 다시 이들을 소집했어야 했는데 그것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켰을 것이다"고 변명하고 있다. 점령정책중 가장 중요한 군대 해산 문제에 대해서 미국의 국가지도부 안에서 진지한 종합적 토론이 없었음이 확실하다. 그때는 勝戰 기분에 들떠서 이 중대사안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버린 것 같다.

이라크 군대 전체를 敵으로 돌린 것이 이런 결과를 빚은 것 같다. 군대는 명령에 죽고 사는 조직이다. 명령을 내리는 사령탑과 신경망만 교체하면 될터인데 군대 전체를 敵으로 간주하여 해산시켜버린 것이다. 敵을 최소화해야 이기는데 敵도 아닌 사람들까지 敵으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몽골기마군단은 전투를 하여 敵의 항복을 받아내면 그들을 我軍으로 편입시켰다. 다만 장교들은 몽골군이 차지했다. 칭기즈칸의 손자 바투가 유럽원정에 나설 때 약15만 명의 기마군단을 동원했는데 몽골군인은 전체의 10%에도 미달했었고 나머지는 다국적군인들이었다고 한다. 소수로써 다수를 다스리는 일은 로마, 몽골, 영국처럼 대제국을 건설하고 운영해본 나라가 잘 안다. 미국은 그런 경험이 얕다. 덩치만 크고 지혜가 부족한 나라라고나 할까? 우리가 통일기에 북한군을 다룰 때 참고로 할 만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