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지난 9월 국정원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정원법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정원으로 하여금 북한과 해외정보 만을 수집하라는 민주당의 개혁안은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舊소련 해체 이후 KGB는 연방안보부(FSB)와 해외정보부(SVR)로 분리됐다. 이로 인해 FSB와 SVR은 정보수집 과정에서 마찰과 불필요한 경쟁으로 국력낭비를 초래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당시 미국의 CIA와 DIA는 소련의 의도에 대해 상반된 보고서를 작성, 최종 정책결정자가 불필요한 ‘선택의 문제’에 봉착하기도 했다.

해외-국내정보가 분리된 이스라엘은 1973년 중동전쟁 당시 모사드의 정보 독점으로 이집트 침공에 대한 조기경보를 어렵게 한 경험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세계 유수 정보기관들은 장기적-전략적 업무 체계 확립을 위해 분야별-지역별 정보를 통합하는 추세이다.

국내정보는 국가정보를 지역별로 구분할 경우 국외정보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현대사회는 국내-국외정보가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어 둘 사이의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남아공과 스위스의 경우 국내-해외 정보기관을 통합해 각각 국가안전부(SSA), 연방정보부(FIS)를 창설했다.

▲일본의 경우도 효율적인 국가정보활동을 위해 부문별 정보기관 통합관리를 위한 ‘일본판 NSC' 창설을 준비 중이다.

▲러시아의 경우 대통령이 SVR, FSB를 단일 기관처럼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도 국가안전부의 타기관 지도-조정 기능을 강화했다.

▲영국의 경우 국내안보국(MI5)은 내무장관에, 해외비밀정보국(MI6)은 외무장관에 정보 보고를 해오다 9.11테러 이후 총리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우리의 경우 남북한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상황에 처해 있고, 북한의 대남공작활동이 국제화-광역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대북-국내를 망라하는 정보망을 구축하는 정보기관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하다고 할 수 있다.

안보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국내정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에 대한 해외정보, 그리고 대북정보가 상호 유기적으로 통합되어야 최상의 전략이 나올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국정원과 같은 국내-국외 정보를 모두 수집하는 통합정보기관은 국가적 자산이다.

국정원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개편해 국정원이 해외정보수집만 담당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결국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업무 효율성 저하와 정보역량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리/조갑제닷컴 김필재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