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한국의 가장 큰 위기의 본질은 ‘대한민국’을 부인하는 정치세력의 躍進(약진)이다.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장된 말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소위 野圈(야권)의 보편적 컨센서스(consensus)가 돼 버렸다.
12월 출범한 야권의 양대 진영,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강령을 들여다보자. 이들 정당의 공식적 주장에 따르면, ‘대한민국’이라는 개념이 나오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헌법의 결단도 찾을 수 없다. 대한민국을 인정하는 것인지 아닌지 여부조차 불분명해 보인다.
민주당·시민통합당·한국노총이 16일 합당을 의결한 뒤 만들어 낸 ‘민주통합당(약칭 민주당)’은 강령에서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항일독립운동의 애국애족정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정신, 4.19혁명·부마민주항쟁·광주민주화운동·6월 민주항쟁의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자유·평등 인권·민주의 정신,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실현한 노동 존중과 연대의 가치, 국민의정부·참여정부가 이룩한 정치·사회·경제 개혁 및 남북 화해협력의 성과, 2008년 이후 촛불민심이 표출한 시민주권의식 및 정의에 대한 열망을 계승한다.》
민주통합당이 계승한 가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정신과 과거 민주화운동 및 2008년 촛불집회로 요약된다. 100일 넘게 진행된 불법·폭력·난동의 깽판, 法治(법치)파괴의 상징, 2008년 촛불집회를 계승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임시정부(臨政)의 건국정신을 잇는다고 할 뿐 정작 1948년 대한민국(韓國)의 건국정신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 憲法(헌법)을 찾아보자. 헌법은 前文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하여 대한민국이 임시정부(臨政)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헌법이 말하는 것은 임시정부(臨政) → 대한민국(韓國)으로 이어지는 정통성 승계이다. 즉 민족사적 정통성이 ‘임정’에서 ‘한국’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헌법, 즉 대한민국을 인정한다면 ‘임시정부(臨政)의 법통을 이어받은 대한민국(韓國)의 건국정신을 계승한다.’고 했어야 한다. 헌데 강령은 ‘임시정부(臨政)를 (···) 계승한다’고 하여 정작 중요한 대한민국을 빼버렸다.
자칭 진보·좌파의 국가관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대체 이들은 지금도 日帝(일제)와 싸우는 독립운동 중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이제는 소위 美帝(미제)와 싸우는 독립운동 중이라고 생각하는가? 광우병 난동이나 한미FTA 반대는 그들의 소위 민족해방 투쟁의 일환이란 말인가?
아니나 다를까? 12월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FTA반대 촛불시위에서 ‘나는 꼼수다’로 악명을 떨치는 정봉주 前열린우리당 의원은 황당한 발언을 했었다. “FTA 원천 무효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며 “이제는 지는 싸움 하지 말자. 반드시 이기자. 그래서 1%밖에 안 되는, 그리고 한반도를 자신의 경제적으로 예속시키려 하는 미국에게 ‘우리는 결코 당신에게 종속될 수 없다. 한민족은 살아있다. 한반도는 여전히 우리 것이다’라고 하는 것을 힘차게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이다.
鄭씨의 한미FTA반대 논리인즉 “1%”로 통칭되는 특권층과 “한반도를 예속하는 미국”에게 “종속되지 않는 한민족·한반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통합민주당의 황당한 강령 을 연상케 해주는 말이다.
대한민국(韓國)은 없고 임시정부(臨政)만 있는 통합민주당은 21세기를 살아가는 19세기형 위정척사파, 新版(신판) 수구반동 집단처럼 느껴진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갈등이 보수·진보, 좌파·우파의 대립이 아닌 대한민국과 反대한민국, 발전적 성취와 퇴보적 몰락의 선택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한 민주통합당 강령
- 金成昱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11-12-17, 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