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敎主)에게 예수의 그림자를 씌운 사람들
“성경을 백 번 읽으면 미칩니다. 그리고 천 번을 읽으면 종교를 만들 수 있어요.”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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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귀(魔鬼)>
  
  JMS라는 교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 그 교주의 신비성에 관한 말들이 많았다. 그가 염력을 넣은 물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고 했다. 그의 기(氣)가 들어있는 싸인이나 도자기가 일본에서 비싼 값에 팔린다고 했다. 그가 손을 대면 부러졌던 뼈도 제 자리를 찾고 일본 후지산의 안개도 물러갔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교주가 살고 있는 성전을 가보았다. 비단잉어가 꿈틀대는 연못 가운데 정자가 있었다. 교주가 묵는다는 푸른 기와의 전각 같은 건물을 봤다. 자그마한 왕궁 같았다.
  
  그들의 경전을 구해 읽었다. 붉은색 작은 책자의 표지에는 금박으로 ‘하늘 말 내 말’이라고 찍혀 있었다. 그 첫장에는 교주의 근엄한 얼굴과 함께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여기에 실린 글귀들은 내가 삼십이 년 동안 수도 생활을 해오면서 여러 환경과 숱한 사건을 겪으면서 그때 그때 하늘에서 들려온 음성이나 영감과 또 내가 직접 깨달은 내용들이다. 이것은 평범 속의 비범한 생명의 신의 말씀이다. 이걸 만민에게 전하라는 하늘의 말씀이 있어 내놓게 되었다.’
  
  나는 그 집단의 전도자가 새로운 신도들에게 강의하는 내용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이렇게 교주를 소개했다.
  
  “선생님께서는 열두 살 때부터 산에서 기도하며 성경을 읽으셨습니다. 그리고 삼십일 년간 성경만을 읽어온 분입니다.
  촛불 아래서도 달빛 아래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눈 덮인 동굴에서도 성경만 읽어오셨습니다. 천구백칠십년 이월 선생님은 환상 가운데 깊은 세계로 가셨습니다. 기도하다가 영계(靈界)로 가신 겁니다. 그 단계가 되면 삼차원인지 사차원인지 구분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 경지에서는 오직 진리와 자신만이 남게 되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거기서 큰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변호사인 나는 그 집단의 부교주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그 집단을 조용히 빠져나와 뉴욕에서 택시 기사로 새 출발을 했다. 의외로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가 말한 대충의 내용은 이랬다.
  
  고려대학생이던 그는 학교 근처를 초라한 모습으로 배회하는 교주를 우연히 만났다. 교주는 그에게 다가와 공부를 같이 하면 성경 속의 비밀을 풀어주겠다고 했다. 그는 호기심에 교주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 한 사람을 놓고 얘기하는 교주는 너무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감동을 받은 그는 친구 네 명을 불러들여 같이 얘기를 들었다. 교주는 밤이 이슥할 때까지 다섯 명의 대학생들에게 자기가 깨달은 성경을 풀어주었다. 교주는 먹을 밥이 없어도 잠자리가 없어도 걱정을 하지 않는 욕심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다섯 명의 대학생이 제자가 됐다. 그들은 교주의 말을 체계화하고 이론화했다. 교주에게 예수의 그림자를 씌웠다.
  
  그들은 새로운 종교를 만든 것이다. 기성 교회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칠팔년 만에 국내외 육십 개 도시 이백여 대학캠퍼스와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열다섯나라로 교세가 확장됐다. 교주는 살아있는 신이 됐다. 그 신은 단순한 우상이 아니고 돈과 조직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권력투쟁이 생기고 창립공신중의 하나인 그 부교주는 그 집단을 나오게 된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서 이면 얘기를 많이 들었다.
  
  변호사였던 나는 여러 종교의 탄생에 관한 자료를 보았다. 건축설계도 같이 대개가 비슷했다. 수도 생활을 하던 중 접신한 교주가 탄생한다. 몇몇의 제자들이 만들어지고 기적이나 치유에 대한 신화가 생긴다. 그리고 기성사회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따르기 시작한다. 조직에는 특수한 권력과 돈이 따르기 마련이다. 마귀는 광야에서 기도하는 예수에게 자기에게 무릎을 꿇으면 세상의 모든 권력과 재물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 유혹을 넘어서야 살아있는 종교가 되는 것 같다. 소외되고 가난했던 교주는 누군가가 부어주는 돈과 여자의 늪에 빠져버린 것은 아닐까.
  
  그 집단의 새로운 부교주가 된 교주의 심복을 법원의 조정 과정에서 협상 파트너로 여러 번 만났었다. 엘리트의 냄새가 풍기는 인물이었다. 그는 그 집단의 본질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교주가 신입니까?”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성경을 백 번 읽으면 미칩니다. 그리고 천 번을 읽으면 종교를 만들 수 있어요.”
  
  묘한 의미가 들어있는 말이었다. 내가 다시 물었다.
  
  “경전이 있던데 그게 전부 교주가 계시를 받은 건가요?”
  “진리라는 게 어차피 한 군데 있는 게 아니죠. 불교에서 얻어온 것도 있고 또 정신세계에 관한 자료들에서 얻어온 것도 있어요.”
  
  나는 어쩐지 그 집단의 주체가 돈키호테 같은 교주만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는 엘리트들이 있었다. 그 엘리트들을 잡아 묶고 있는 것은 세상적인 영향력과 돈인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을 무릎꿇게 한 멀리서 콘트롤하고 있는 존재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2023-04-05, 00:0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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