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별 회장들이 우울한 이유
"만나는 인물마다 어떻게든지 관계를 맺어서 돈을 받아내려는 의도를 느끼는 거지. 심지어 부인들마저도…"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우울증 탈출>
  
  대학 건축과를 나오고 건설회사 직원으로 성실하게 근무하던 아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회사를 퇴직하고 나서 나름대로 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소리를 전해 들었다.
  
  어느 날부터 그는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상황이 심각해졌다. 몇 달 동안 커튼을 치고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던 살던 그가 어느 날 소리 없이 집을 나갔다. 일년쯤 흘렀다. 그가 을지로 입구 지하철역의 노숙자로 있다는 소리가 들렸다. 가족이 그를 찾아갔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다시 소리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는 다른 지역으로 가서 노숙자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울증의 끝이 노숙자였다. 며칠 전 오랫동안 대형 로펌을 운영해 오던 변호사 친구와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재벌 회장들이나 국회의원 장관 대학 이사장등 사회적 거물들의 변호를 많이 해 왔다. 그가 대화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재벌 회장들을 보면 대개가 우울하고 불행한 감정에 빠져 있는 것 같아.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 보는 걸 느끼는 거야. 만나는 인물마다 어떻게든지 관계를 맺어서 돈을 받아내려는 의도를 느끼는 거지. 그러니까 재벌 회장들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싫고 경계심이 드는 거지. 심지어 부인들마저도 재벌 회장에게는 돈을 뜯으려는 존재로 인식이 되기도 하지. 재벌 회장들을 보면 상당수가 속을 터놓는 막역한 친구가 없어. 내가 본 재벌 회장들은 시스템화된 조직 속에서 몇백억 몇천억의 돈을 쉽게 쓰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남한테 밥 한 끼 사는데 인색한 성격인 것 같았어. 상당수가 우울증이 내재해 있는 게 아닌가 생각돼.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영혼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어.”
  
  영혼이 없는 사람이란 무슨 의미일까.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사람을 망가뜨리는 우울증이 어떤 증상일까. 내가 잘 아는 언론계 중진이 있다. 신문사 간부도 하고 대통령 비서관, 공기업 임원, 대학교수를 했다. 그는 한동안 우울증에 걸려 고생했던 얘기를 털어놓았다.
  
  “어느 날인가부터 한 가지 생각에 매여 계속 거기 집착하게 되더라구요. 그게 실수야, 나의 능력 부족이었어, 나는 못난 놈이야, 한심한 놈이야, 그런 자책에 계속 빠지게 되는 거죠. 밤에 잠을 못 자요. 온몸에 힘이 빠지고 운전을 해도 정상이 아닌 거에요. 역주행을 하게 되고 고속도로에 진입하지 못하고 계속 빙빙 돈 경우도 있어요. 핸들대를 잡으면 잠이 오고 차를 세우고 눈을 붙이려고 하면 말똥말똥해지고 그랬어요. 마치 나에게 어떤 귀신이 빙의된 것 같기도 했죠. 그런 우울증에서 빠져나오기가 정말 힘들었죠.”
  
  미국의 하바드대 심리학과에서 불행한 마음에 대한 연구를 한 기록을 봤다. 연구팀은 수천 명을 상대로 실시간으로 마음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아이폰 앱을 개발해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한 사람들의 절반가량은 마음이 방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이 흔들릴수록 불행해지고 반면 마음이 집중될수록 행복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방황하는 마음을 어떻게 집중시켜 행복으로 바꿀 수 있을까. 연구팀은 이렇게 말한다.
  
  ‘고대에서부터 비롯된 많은 철학과 종교적 전통은 행복이 이 순간을 사는 것에서 발견된다고 가르친다. 수행자들은 마음의 방황에 저항하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기를 훈련 받는다.’
  
  하바드대 연구팀의 결론을 보면서 나는 예전 어떤 수행자의 말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수행자에게 찾아와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말에 수행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밥 먹을 때 밥 먹고 일할 때 일하십시오. 앉을 때 앉고 설 때 서십시오.”
  그 황당한 말을 들은 사람들이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들도 밥먹을 때 밥 먹고 일할 때 일합니다. 앉을 때 앉고 설 때 서죠.”
  “아닙니다. 여러분은 밥 먹을 때는 일에 대한 생각을 하고 일을 할 때는 밥 먹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앉아 있을 때는 걸을 생각을 하고 걸을 때는 앉아 쉴 생각을 합니다.”
  
  그 말도 행복해지려면 결국 지금 여기에 살라는 것이다. 삶에 비가 오든 구름이 끼든 빛이 비치든 그림자가 지든 닥쳐오는 상황들을 그냥 무심히 받아들이면 어떨까. 그럴 때 우울증이 증발하고 사랑과 기쁨 평화가 오는 건 아닐까.
  
  
  
  
[ 2022-08-14, 06:5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