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친화력(전두환), 골목까지 나와 배웅(김영삼)
역대 대통령들의 생신 방문 기억…'자녀를 대통령으로 키우려면 1월에 낳아라'

조기숙(이화여대 교수) 페이스북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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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대통령들의 생신 방문 기억> [기록용]
  오늘 한 페친님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책 내용과 감상을 공유한 게 너무 흥미진진해 나도 댓글을 남겼다.
  "생신 때 딱 한 번 난 들고 가서 만났는데 정말 해맑은 분!^^"
  그랬더니 페친님이 너무 궁금해해서 오늘 내가 만난 역대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기록용으로 남기기로 했다.
  우선 퀴즈 하나,
  역대 대통령들의 생일은 어느 달이 제일 많을까요?
  정답은 1월입니다.
  역대 대통령의 생신에는 청와대 참모가 난을 들고 찾아가 현직 대통령을 대신해 인사를 드린다. 보통은 비서실장이 가는데 바쁜 일이 있으면,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무수석이 없었기에 홍보수석인 내가 대신 갔다.
  
  1.
  첫 방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1월 6일)이었다. 사실 나는 김 전 대통령을 미국 유학시절 아이오아대학 법과대학에서 주최하는 강연을 듣고, 한 부부의 집에서 밤새 토론을 벌이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초청 자체가 한국 유학생들이 전두환 시절 서명하고, 모금운동해서 이뤄진 일이라 한국에 못 들어올 각오까지 했기에 감동이 더 컸다. 그 법과대학 교수가 김대중 선생님을 공항에서 에워싸고 무사 귀국 시켰던 고마운 분이다.
  내겐 첫 방문이기도 했지만 김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마음이 너무 컸기에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지 못했다. 내 신상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단답형으로 답하다 보니 침묵의 시간이 길었고, 아이오아에서의 인연을 말씀 들일까 말까 고민하다 다음 손님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지금도 숫기 없는 나를 쥐어 박고 싶다.
  
  2.
  두번째 방문은 전두환(1월 18일) 전 대통령이었는데 이순자 여사와 셋이 차담을 했다. 처음엔 어색한 질문으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전 전 대통령의 무용담으로 흘러갔다. 내가 리액션이 좋았는지 (사실 나는 대부분 언론에서 봐서 이미 알던) 이야기에 취해 참모들이 세 번째 들어와서 중단시키고 나서야 점심 시간을 훨씬 넘겨 대화를 멈췄다. 부부가 서로 이야기를 하려고 내 앞에서 다투는 모습까지 보며 정말 외로우신가보다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내게 학교에 복귀하면 꼭 한 번 다시 오라고 했다. 물론 나는 다시 찾아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비서실장에게 가라고 난리를 치다 갔기에 어찌 처신해야 할지 고민이 깊었다.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 대신에 가는 거니 예는 갖추자는 마음이었는데 나올 때는 그 분의 엄청난 친화력에 놀라 부하들이 왜 보스에게 충성을 바치는지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3.
  세 번째 방문은 김영삼(음력 12월 4일) 전 대통령이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손님이 줄을 지어 면담 순서를 기다리는데 비해 금융위기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방문객이 별로 없어 썰렁한 느낌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업적이 빛을 보는 건 차기, 혹은 차차기 정부에서 이뤄지기도 해서 정부간 단절보다는 전임자의 공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준공하게 된 용산국립박물관에 애착을 많이 보이셔서 내가 개막식에 김 전 대통령을 초청할 수 있을지 알아보겠다는 말을 해서인지 너무나 친근한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곳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대화를 했는데, 참모가 점심 식사하실 시간이라며 나를 내보내 주었다. 그 분이 신발을 신고 차를 주차해 놓은 골목까지 나와서 손을 흔드셨는데… 내가 골목에서 사라질 때까지 서 계셨다. 참모 분이 집 밖 배웅은 거의 보기 드문 일인데 수석님과 대화가 정말 좋으셨나 보라고 했다. 나도 차 안에서 몸을 돌려 계속 손을 흔들었는데 저 아래에서 따뜻한 기운이 올라오며 눈물이 몇 방울 떨어졌다. 오랜만에 친정 아버지 뵙고 먼 길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말보다는 이메일이나 카톡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시어머니를 19년 모시면서 어르신과의 수다에는 좀 특화된 편이다.ㅋ 한 얘기 또 해도 처음 들은 것처럼 리액션을 잘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화 내용을 기록하지 못해 아쉽다. 어쩌면 청와대 수첩에 기록해뒀을지도 모르니 은퇴 후 수첩을 다시 찾아봐야겠다.
  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국립박물관 개막식에 모시려고 노력했지만, 그렇게 되면 김대중, 김영삼 두 분을 모두 모셔야 하는데 그게 양쪽에 타진해보니 너무 정치적인 사건이 될 것 같다며 내게 포기하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도 1월이다. 어디에서 우연히 봤는데 일찍 태어날수록 리더십이 좋단다. 그래서 자녀를 대통령으로 키우려면 1월에 낳으란다. 아무말 대잔치일지도…ㅋ
[ 2022-07-15, 07:4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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