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여? 나보고 한 시간만 하고 내려오라?”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박수갈채에 취한 목사>
  
  천 명 가량의 기독교인들을 태운 이만 육천 톤의 성지순례 크루즈선(船)이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에게해를 항해하고 있었다. 그 안은 신자들의 왕국이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유명목사들의 부흥회 설교가 이어졌다. 유머와 능청으로 대중을 휘어잡는 설교로 유명한 목사가 설교단에 올랐다. 스타급인 그의 설교를 방송에서 몇 번 들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그의 설교 테이프를 열심히 듣는다고 했다. 무대에 올라선 그는 표정부터 태도부터 최고의 능숙한 연기자인 느낌이 들었다. 관중을 휘어잡으면서 한 시간쯤 흘렀을 때였다. 배 안에서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기독교 방송국의 실무책임자가 무대쪽으로 걸어가서 쪽지 한 장을 설교하는 목사에게 조심스럽게 건넸다. 그 목사가 메모지를 펼쳐보면서 말했다.
  
  “이게 뭐여? 나보고 한 시간만 하고 내려오라는 거잖아?”
  그는 잔뜩 비위가 상한 표정으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가 계속했다.
  
  “내 설교는 한 시간 가지고는 안 되야. 내 뒤에 무슨 프로가 있다고 나보고 그만하라는 거여?”
  
  그 목사는 무대 아래에 서 있는 방송국 담당자를 내려다 보며 무시하는 듯한 어조의 반말로 내뱉었다. 방송국 아나운서 부장인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이번 성지순례를 체험한 몇 분의 간증을 들으려고 계획했었습니다.”
  “그런 거라면 몇 사람 듣지도 않을 거여. 필요 없어. 어제도 내가 설교한 다음 프로그램에 삼십 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봤대매?”
  
  그는 교인들의 왕국이 된 크루즈선 안에서 거의 폭군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성지순례 크루즈선 안은 기독교의 봉건 왕국 비슷하게 된 것 같았다. 교회별로 목사가 신자들을 이끌고 배에 올랐다. 작은 교회의 목사는 영주쯤 되고 많은 신도를 가진 큰 교회의 목사는 봉건 군주 비슷하게 된 느낌이라고 할까. 크고 작은 조직의 인간들이 모이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았다. 많은 자기 신도를 거느리고 온 큰 교회의 목사는 룰을 마음대로 바꾸고 있었다. 그 대형교회 목사는 설교중에 자기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축복을 받지 않은 신도들이 망한 사례를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이왕 판을 벌린 김에 나 여기서 아예 안수도 할 거여."
  
  그 목사는 아예 심술을 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작은 교회의 목사나 신도들의 기회는 아예 깔아뭉개는 태도였다. 그가 앞의 청중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여러분 종이에 자기 소원을 하나 담아서 쓰고 봉투에 일불짜리 하나라도 넣어…그렇다고 내가 꼭 돈을 내라는 건 아녀.”
  
  그는 축복권을 파는 중세의 사제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기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가 동원한 많은 신도들이 그의 앞에서 “할렐루야, 아멘” 하고 외치고 있었다. 오염된 세상이 기독교인들만 태운 성지순례 크루즈선 안에도 그대로 들어와 있었다. 돈을 많이 냈다는 교회의 목사도 역시 또 다른 봉건 군주 같이 군림하는 태도였다. 그 배의 갑판에서 외롭게 혼자 서 있는 중년의 목사를 만났다. 그는 경기도 의왕에서 개척교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큰 교회의 신도로 이십 년 정도 있다가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됐죠. 변두리에 교회를 개척했어요. 처음에는 신도가 없으니까 맥이 빠지면서 지금 배 안에서 부흥회를 여는 큰 교회 목사님 같은 분들이 정말 부러웠어요. 그러다가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한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 걸 이제 깨닫습니다.”
  
  그 작은 배 안에서 목사들끼리 교회들끼리 누가 더 숫자가 많은지 보이지 않는 세력싸움을 벌인다. 누가 더 돈을 많이 냈는지를 가지고 과시한다. 대중을 많이 모은 인기 있는 성직자가 권력이 되고 우상이 되고 있었다. 설교는 연기나 대중연설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성직자는 연기자나 스타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남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겸손으로 진리를 전해야 하지 않을까. 나와 같은 나이인 그 인기스타인 목사는 잠시 무대 위에서 박수에 취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 2021-02-01, 16:0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白丁   2021-02-02 오전 10:13
누군지 알만합니다. 본인 스스로도 연예인급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더군요. 예수 장사꾼들이 너무 많습니다.
  RedBuster   2021-02-02 오전 9:33
말뽄새로 봐서 대전의 그 목사구먼이라 . . . .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