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탤런트의 고민
평범한 결혼, 연대보증, 부도, 이혼, 재혼…진짜 엄마로 살아가기,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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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시절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탤런트인 그녀를 보면 금빛 은빛으로 반짝이는 것 같았다. 여고 시절 몇십만 명의 배우지망생 중에서 뽑힌 뛰어난 미녀였다. 극장가를 가면 최고의 미녀 배우 사진 중에 그녀가 꼭 들어 있었다. 어떤 모임에서 우연히 그녀를 알게 되었다. 인기스타라 오히려 내 쪽에서 그녀가 꺼려졌다. 그런 화려한 스타는 나와는 인연이 없다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럼 없이 내게 이런 불평을 털어놓았다.
  
  “얼굴이 알려진 나 같은 연예인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아요. 성실하고 착한 남자들은 같이 걷거나 밥이라도 먹으면 세상의 오해를 받을까 봐 모두 나를 꺼리죠. 쓰레기 같은 바람둥이들이나 돈을 과시하면서 추파를 던지거나 아니면 상대하게 되는 사람들의 범위가 촬영 스탭진으로 한정이 되는 거에요.”
  
  입장을 바꾸어 보면 내가 모르는 그런 면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말을 계속했다.
  
  “스타라고 하면 흔히 돈 많은 남자와 정략적으로 결혼한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의식이 싫었어요. 저는 스스로 회사에 다니던 샐러리맨하고 결혼하고 남몰래 결혼식을 치렀어요. 연예생활을 접고 가정주부가 됐었죠. 시부모를 모시고 첫째와 둘째 아이를 낳았어요. 그렇게 살다가 남편이 회사를 차렸고 저는 얼굴이 알려진 배우니까 연대보증을 서게 됐어요. 남편이 외제 차를 타고 과시하면서 다니는 걸 보니까 불안했어요. 결국 그 회사가 부도가 났어요. 저는 빚더미에 올라앉았죠.”
  
  그런 비슷한 인생역정을 겪는 인기연예인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살기 위해서 이혼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 새벽부터 나가 촬영을 하고 밤 열두 시가 넘어서는 홈쇼핑에 가서 물건을 사달라고 목청을 돋구었죠. 그게 다 연대보증 선 빚을 갚기 위해서 그랬어요.”
  
  나는 그녀의 이혼소송을 맡아서 처리한 변호사였다. 그녀는 몇 년이 흐른 후 건실한 사업가와 결혼을 했다. 나는 몇 명이 모여 작게 치르는 그 결혼식장에 축하객으로 초청을 받았었다. 양쪽 다 아이들까지 합쳐야 하는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기도 했다. 미녀 배우인 그녀가 남편의 전처 자식들을 어떻게 생각하나가 속으로 궁금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이따금씩 들어주는 상담역인 셈이기도 했다. 어느날 그녀가 이런 말을 했다.
  
  “남편의 전처 자식에게 진짜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전처의 제사를 가족들과 함께 지냈어요. 그동안 살림을 하던 전처 딸한테서 모든 걸 인수받아 살기 시작했죠. 그 아이가 물건을 사들이고 일하는 사람 월급을 주기도 했죠. 그걸 내가 하니까 아이가 미치더라구요. 당신이 뭔데 내 권한을 뺏느냐는 식이죠. 엄마라는 소리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제가 정면으로 막 해댔어요. 네 아빠가 늙어서 누웠을 때 똥오줌을 받아낼 사람이 누구냐고 말이죠. 그러면서 위치를 제대로 알려줬죠. 남편은 중간에서 안절부절못하면서 왜 애한테 그러느냐고 하더라구요. 미국에 유학하는 둘째 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조건 쇼핑을 하는 거에요. 전에 사들인 옷을 코디만 잘하면 입을 만한데도 새걸 사는 거에요. 그래서 그 아이하고도 막 싸웠어요. 미국에 유학을 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혜택을 받는 건데 돈을 낭비하느냐고 했더니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면서 덤비기도 했어요. 위험수위까지 갔다가 이제는 진정국면이에요. 엄마가 되려면 진짜 엄마가 돼야지 옛날 얘기에 나오는 뺑덕엄마같은 계모가 되면 안 돼죠.”
  
  그녀의 살아가는 힘든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진짜 낳은 아들들은 어때요?”
  친자식의 문제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아들이 오해를 하고 있어요. 배우인 엄마가 힘들어하고 약한 아빠를 팽개치고 부자한테 시집을 간 나쁜 엄마로 생각하는 거죠. 남편과 이혼한 후 나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으려고 해요. 아들이 유학을 가서 몇 년간 기숙사에서 있었어요. 제가 아들에게 솔직히 내 마음을 얘기했죠. 엄마는 지금의 새아버지를 만나 정말 행복하다고요. 아들의 마음이 조금씩 돌아서는 것 같았어요. 몇 달 전 아들이 귀국해서 공항에 나갔어요. 아들이 윗층에 있었는데 아직도 엄마에 대한 감정이 풀리지 않았는지 내려오지를 않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때 같이 녀석이 또 엄마를 보지 않으려는 모양이구나 생각했는데 아들이 내 앞에 나타나는 거예요. 그래서 ‘사랑하는 아들, 엄마를 이해해 줄 수 없을까?’하고 말했죠. 녀석의 눈빛이 이혼할 때하고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처음으로 아들 목을 휘어감고 끌어안았죠.”
  
  그녀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그녀가 덧붙였다.
  
  “그동안 연대보증 선 빚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하기 싫은 배역을 했고 홈쇼핑에 나갔어요. 이제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역할만 연기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드라마에서 펼쳐지는 그녀의 익은 연기를 보면서 그 뒤에 그림자같이 존재하는 그녀의 착한 삶을 떠올리곤 한다.
[ 2020-11-03, 03:2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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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건   2020-11-04 오후 10:39
글 마다 항상 좋은 글들입니다. 창작도 아닌 경험의 글이 황금같은 보물입니다. 읽을 때마다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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