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의 은밀한 청탁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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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십대 무렵 군 소집영장은 공포였다. 몇 년간 인생의 공백은 꿈의 좌절일 수 있고 사랑이 떠나갈 수도 있었다. 주위를 보면 권력층이나 있는 집 자식들은 병역면제가 많았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같이 지내던 친구가 갑자기 진단서상 환자가 되어 군대에 가지 않았다. 솔직히 부러웠다. 하는 수 없이 군대에 가야 한다면 방위병이 되고 싶었다. 밤이면 집에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내 차례는 아니었다.
  
  이십대 때 나는 심한 간염을 앓았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피곤했다. 그런데도 신체검사에서 ‘갑종 일급’이라는 최고의 병사 자격을 받았다. 브로커가 다가와 돈을 주면 방위병으로 빼주겠다고 했다. 집에는 그럴 돈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장기 법무장교 시험을 치고 훈련소로 갔다. 계속 아팠다.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대장은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엉뚱하게 평생 군복을 입는 운명이 됐었다. 장교라고 다 같은 게 아니었다. 집안이 좋은 친구들은 서울 부근에서 근무했다. 나는 최전방 철책선 부대로 밀려갔다. 눈 덮인 전선은 수은주가 영하 이십 도 아래로 내려가곤 했다. 순찰을 돌면서 흙구덩이 속에서 짐승같이 웅크리고 있는 병사들에게 한 마디씩 물어보았다.
  
  “자네는 왜 여기에 있나?”
  “농사짓다가 군대 왔는데 돈 없고 빽 없는 내가 여기 아니면 어딜 가겠슈?”
  
  대부분 병사들의 말이 비슷했다. 그들의 마음 깊은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은은한 분노였다. 어느 날 사단장이 씁쓸한 표정으로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법무장관 아들이 여기에 왔어. 그런데 한 달 만에 다시 서울근교 부대로 빼달라는 은밀한 청탁이 왔어. 이거 참. 우리와 마주한 인민군 사단을 보면 당 간부의 아들들이 최전선에 나와 선봉이 되어 근무하고 있어. 제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 귀한 것도 알아야 하는데 말이야.”
  
  나는 그 법무장관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장관을 그만둔 후에도 큰 부자로 존재했던 분이다. 군에 간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특혜 의혹이 언론의 지면을 덮고 있다. 불공정이 일상이던 나의 군대 시절을 떠올리면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들이 군 복무 중 무릎을 다쳐 휴가를 내고 병원에서 수술을 했다. 3개월 안정치료가 필요했지만 한 달을 못 채우고 부대로 돌아갔고 절차를 어긴 점도 없다고 했다.
  
  어둡고 침울했던 시대에 묵인되던 일들을 사람들은 더이상 참지 않는다. 고위층의 작은 행위 하나가 불씨가 되어 인화성 높게 깔려 있는 분노를 폭발시키기도 한다. 박근혜 측근의 모녀가 한 교만하고 철없는 행동으로 대통령이 무너져 내렸다.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문제의 본질은 아들보다는 그가 장관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당 대표나 장관의 지위에서 압력성 청탁을 한 건 아닌지 공적인 임무를 맡은 보좌관에게 사적인 아들의 일을 처리하도록 한 것인지에 대해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켜고 있다.
  
  나는 죽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사건의 변호사였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아버지가 서울시장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공개검진을 하게 했었다. 조금이라도 잘못된 점이 발견되면 시장이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권했다. 그리고 아들에게 세상이 요구하면 수십 번이라도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진실과 겸손을 이길 적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추미애 장관의 국회 답변이 있고 입장문도 나왔다. 추 장관은 입장문에서 자신은 살아오면서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정직성과 업무적 소신의 화신이었다. 보통의 엄마들은 군에 간 아들이 좋은 곳에 배치받기를 청탁하고 싶고 아프면 애타게 휴가연장을 부탁한다. 엄마가 국회의원이면 보좌관에게 그 일의 처리를 맡길 수도 있다. 법무장관은 그런 점들을 모두 부인한 것 같다.
  
  실수 없는 인간이 없고 모든 인간은 죄인이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사실대로 얘기하고 용서를 구하면 납득할 사항이다. 문제는 납득하기 힘든 논점을 변경하는 답변과 엉뚱한 검찰개혁 사명을 내세워 안들어가도 될 수렁으로 빠져드는 점이다. 잘못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2020-10-06, 21:3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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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과오답   2020-10-07 오후 3:39
세상이 원하면 수십번이라도 검증 받아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박주신은 도망 가다시피하며 제검증 조차 피 하고 있습니다

강용석 변호사는 자신이 입회하에 보상금까지 걸며 박주신
MRI 무료 촬영은 물론 5천만원의 상금까지 걸고 있습니다

MRI 한번에 오천만원의 보수까지 거절하는 이유가 뭘까요
떳떳하다면 누가 봐도 뭔가 정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박원순은 부채가 상당한 분이라고 하더군요
  越百   2020-10-07 오후 2:56
嚴 辯護士의 글을 興味롭게 읽고 있는데 오늘 글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자기 분수를 넘어서는 事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니 억지가 나오는 게 아닌가 합니다.
  ewl1180   2020-10-07 오전 9:39
변호사님 항상 마음에 닿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개검진이란 의미는 무엇입니까? 진짜 박원순의 아들이 공개검진을 받았다고 믿습니까? 그렇다면 다시한번 공개검진의 의미를 확인하고 공개검진 마지막으로 한번 하시라고 요청하시지요. 수많은 분들이 억울하다고 요청하고 있는 진짜 공개검진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한다면 변호사님의 말씀을 믿겠습니다. 진짜 믿음과 가짜 믿음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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