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더 나쁜 냉정(冷靜) 바이러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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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정 바이러스>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코로나 사태로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마치 예전에 보았던 ‘감기’라는 재난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카운터의 젊은 거피숍 직원이 주문을 받으면서 말했다.
  “커피숍에서 말씀하실 때도 차를 마실 때도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
  
  커피숍 직원의 목소리는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 같았다. 친구와 구석에 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그 친구는 의사였다. 투명한 유리창 밖으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친구가 마스크를 턱 쪽으로 잠시 내리고 말했다.
  
  “코로나도 변형 바이러스야. 바이러스는 이렇게 습기 찬 날이면 공중의 물방울 때문에 전파되지 못하고 중간에서 떨어져 버려. 겨울에는 메마른 공기 때문에 감기 바이러스가 잘 전파되기 때문에 감기 환자가 많은 거야. 마스크를 꼭 써야 된다는 건 너무 겁주는 것 같아. 나는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도 산 위에서 마스크를 쓰라는 것도 같은 의사지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오히려 마스크가 위험해 입안에 얼마나 세균이 많아? 그게 마스크에서 번식할 가능성이 큰 거야.”
  
  그때 커피숍 직원이 다가와서 친구를 보며 말했다.
  “말씀하실 때 마스크를 쓰라고 했죠? 부탁합니다.”
  
  “알았어요.”
  친구가 대답했다. 직원은 이번에는 나보고 말했다.
  “차를 드실 때도 마스크를 써 주세요.”
  
  나는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를 쓰고 어떻게 차를 마시죠? 그게 말이 되요?”
  
  종업원은 그렇게 말하는 나를 보며 설명했다.
  “한 모금 마시고 마스크를 올리고 한 모금 마시고 마스크를 올리고 하세요.”
  
  “도대체 이게 뭐야. 지나치잖아? 차라리 빨대를 가져다 줘요 마스크에 구멍을 뚫고 먹어야 되겠네.”
  “빨대는 저쪽 문쪽에 있어요. 가져다 드세요.”
  
  커피숍 젊은 직원이 눈을 부라리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미 나와 친구는 고객이 아니었다. 병균 덩어리로 보이는 늙고 위험한 인물이 된 것 같았다.
  
  그 다음날이었다. 오후에 일이 있어 교대역 부근 빌딩에 있는 선배변호사의 사무실을 갔었다. 칠십대 중반의 노부부가 있는 사무실이었다. 오랜 세월 판사 생활을 했던 선배 변호사가 이런 말을 했다.
  
  “며칠 전에 우리 집사람이 열이 나는 거에요. 그래서 동네 의원으로 갔더니 문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바로 보건소로 가보라고 내쫓는 거예요. 얼마나 매정한지 모르겠어. 그래서 보건소로 갔지. 이건 검찰청에 가서 조서를 받듯 엄하게 물어보는 거야. 그리고 나서 몇 가지 검사를 하더라구. 집사람이 열이 나는 데도 해열제 처방도 해 주지 않는 거야. 우리 부부가 둘 다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다음날 보건소에서 문자 메시지가 왔어요. 아내는 음성판정이라 괜찮다고 하는데 나에 대한 통보는 없는 거예요. 굉장히 불안하더라구. 그 다음 날도 연락이 없어서 직접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봤지. 그랬더니 직원이 마지막에 ‘보내기’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메시지가 가지 않았다고 다시 보내겠다고 하더라구요. 열만 조금 있으면 문둥이 취급을 하고 해열제도 주지 않는 세상이야.”
  
  노인인 선배변호사는 섭섭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젊었을 때 오랫동안 폐병을 앓았어요. 당시는 폐병이라고 하면 다 꼬치꼬치 말라서 죽는 병으로 알았고 전염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사람들이 냉정하지는 않았어. 나 원 참.”
  
  어느 시대고 역병이 있었다. 의학지식이 미비한 조선 시대도 허준 같은 의원의 헌신으로 병을 앓는 민초들이 감동을 받았다. 병에 걸려 성 밖에 버려진 아내를 밤에 몰래 다시 데리고 와 살린 남편도 있었다. 어떤 병이라도 사랑으로 고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건 이 사회를 얼어붙게 하는 냉정과 미움의 바이러스인 것 같다.
  
  
  
  
  
[ 2020-09-06, 05:4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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