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들이 나를 나라고 믿어 줄까요?”
“돌아가신 아버지는 말리셨어도 저는 이제 당당하게 법정에 나가고 싶습니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광화문 네거리에서 서울시장의 아들 연락처를 제보해 주면 상금을 주겠다는 광고판을 봤다. 또 서초동에서도 똑같은 광고문을 쓴 트럭이 정차해 있는 것을 봤다. 그 광고문을 보면서 나는 속이 끓어올랐다.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끓어올랐었다. 서울시장이 대권후보이기 때문에 그 문제는 바로 정치적 논쟁이 됐다. 대통령의 자리가 눈앞에 보이던 이회창씨도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때문에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누군가에 의한 모략 공작이었다. 변호사로서 내가 맡았던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도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공작 같았다.
  
  그런 공작에 대한 최고의 무기는 진실이었다. 나는 바로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에서 공개검진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혹이 진실로 밝혀지면 서울시장의 직에서 물러서라고 권고할 마음이었다. 달려가는 듯한 나의 행동에 시장의 보좌관들이나 측근들은 주저했다. 그들은 진실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잡고 있는 권력에 대한 집착이 큰 것 같았다. 이백여 명의 기자들이 입회한 옆에서 공개검진이 이루어지고 진실은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의 불을 껐다.
  
  그래도 진실을 믿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내게 수많은 비난과 욕이 쏟아졌다. 변호사는 누구든지 어떤 일이든지 맡을 수 있는데도 좌파성향의 시장 아들을 변호하니까 좌파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돈을 걸고 내기를 하자는 인간들도 있었고 내가 역겹다고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다. 고교 동창 중에도 내가 상식을 벗어나 오버한다고 뒤에서 쑥덕거리는 존재들이 있었다.
  
  시장 아들을 직접 보고 검사한 의사들보다 보지 않은 의사들이 더 확신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나는 법정에 증인으로까지 소환됐다. 그들은 정말 교활했다.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날 의사인 고교 동창이 밤중에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그와 아파트 근처의 커피숍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다음날 법정에서였다. 그들은 지난밤 의사인 친구와 나누었던 말들을 꺼내어 하나하나 치밀하게 따지고 들었다. 소름 끼치는 광경이었다. 그들은 다시 공개검진을 하자고 주장했다. 나는 그들에게 다시 공개검진을 하면 믿겠냐고 물었다. 자신들이 듣고 싶지 않은 것은 진실이라도 눈을 감고 귀를 막을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했다.
  
  증언을 마치고 나올 때 그들은 나를 둘러싸고 또 추궁하고 의심했다. 그들과의 사이에는 두껍고 거대한 벽이 가로놓여 대화가 불가능한 것 같았다. 서울시장은 아버지인 자신 때문에 아들과 며느리의 명예와 사생활이 철저히 짓밟히는 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공개검진을 수십 번 해도 그들은 믿지 않을 거라고 했다. 시장은 아들을 영국으로 보내 그 곳에서 취직을 하게 했다. 공격하는 그들은 집요했다. 영국에 있는 시장 아들의 거처를 알려주면 보상금을 주겠다고 하면서 광고를 하고 다녔다. 하도 그러니까 사람들은 다시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내가 공개검진을 시킨 사람이 시장의 아들이 아닌 제삼의 인물이라는 모략도 있었다.
  
  시장의 집안에 불행이 겹쳤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장이 자살을 했다. 성 추문으로 고소를 당했다. 시장은 한 줌의 재가 되어 여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고향의 부모 옆에 묻혔다. 시장의 49재가 끝날 무렵 텅 빈 시장 공관을 들렸다. 시장 부인과 아들 그리고 딸이 슬픔에 젖은 채 아직 공관에 남아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말리셨어도 저는 이제 당당하게 법정에 나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나를 나라고 믿어 줄까요?”
  
  그들은 시장의 아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공개검진에 응하고 또 응한다고 해도 믿고 싶지 않은 그들의 머리에 진실이 들어갈까요?”
  
  시장 아들의 말을 들으면서 세상이 너무 악(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에 물들은 소돔의 주민들 같다. 밤을 새워 집단적으로 특정미녀 연예인에게 악플을 날리는 사람들을 보기도 했다. 사람들의 입이 불타고 있다. 감정을 노출하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열을 올리고 논쟁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잊어버렸다. 이런 아집의 논쟁은 감정을 자극하고 대립과 적의를 낳게 한다. 사랑의 마음이 머물 수가 없는 것이다.
  
[ 2020-08-18, 14:2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白丁   2020-08-19 오후 11:52
대한민국에서 여하한 이유에서건 병역의 의무를 필하지 않은 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祿을 받는 국가 公職에 나서서는 안된다. 남이 밀어도 본인 스스로 사양하는 염치가 있어야한다. 그게 병역을 필한 보통 대한민국 남자들에 대한 예의다. 남이 병영에서 인생의 가장 꽃다운 청춘을 나라에 바칠 때 거기에 무임승차해서 2,3년의 혜택을 누린 자들이다. 신체 건강하고 사상 건전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다 군대 간다. 다수의 병역 의무를 필한 자 중에서도 유능한 인물 많을진데 하필 신체,사상에 문제가 있어 병역의 의무를 면한 자를 골라 公職에 쓸 이유는 없지않은가. 재력,권력,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자식 병역을 면탈시킨 부모도 마찬가지다.
  딸부자   2020-08-19 오후 2:38
자유대한민국이 골병드는데 일조한것이 학연/지연/혈연을 핑게로 인간이라면 기본으로 갖추어야할 염치와 양심을 뭉개트리는 끼리끼리족들 때문인데 박시장은? 박시장 아들은? 엄변호사님은? 혹시나 나 자신은? 염치와 양심을 가지고 살다 갑시다!
  정답과오답   2020-08-18 오후 2:42
당당하게 법원에 가고 싶다구요 ?
누가 말린적 있습니까 ?
그렇게 하세요 그래서 세상의 의심에 맛서세요

진실과 정의를 사랑하는 바른분이라면 한두번 더
신검 받는거 정도 누구나 마다하지 않습니다
박원순이나 박주신이라면 싫다 할런지 모르지만

자신도 아들도 군을 기피한 자가
이회창의 아들에게 현상금을 거는 몰염치를
엄선생님은 정의라고 생각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인간이 염치라는게 있다면
자신도 아들도 군을 기피한자가 남의 군 기피에
지랄발광 할수는 없어야 할거 같지 않습니까 ?

지랄발광 한적 없다고 히실거 같군요
허기사 세상에 제일로 정의를 떠드는 자가
추문에 자살을 했음에도 그를 변명하고 싶다니
이해가 매우 어렵습니다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