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아이의 낭인(浪人) 체험기
"게스트 하우스 주인들은 '우리 가족같이 지내자'고 그래요. 출퇴근 시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일하라는 소리더라구요."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진짜 축복>
  친척 아이가 찾아왔다. 일류대학을 나오고 유학도 갔다 왔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오랫동안 사법시험 준비를 했었다. 어느 순간 고시제도가 없어지고 많은 학비를 들여 로스쿨을 갈 능력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아이는 제주도로 내려갔다. 그러다 오랜만에 우리 집을 찾아온 것이다. 그 아이를 어렸을 때부터 봤다. 중학 시절 영어참고서의 지문을 해석해 보라고 하면 또박또박 잘하던 아이였다. 머리도 좋고 집념도 있는데 왜 고시에 합격하지 못했는지 안타까웠다. 아이에게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물어보았다.
  
  “제주도에는 미래에 대한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알바를 하면서 그저 하루하루 사는 낭인 같은 젊은이들이 있어요. 나도 그랬어요. 깜깜한 미래를 보려 해도 볼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무슨 일을 하고 지냈니?”
  내가 물었다.
  
  “처음에는 실내수영장에서 사람들이 아무 데나 버린 젖은 수건을 거두는 허드렛일을 했어요. 그걸 하면서 보니까 그 수영장의 정규직은 수영장 가에 놓여있는 의자에서 스마트 폰을 보면서 쉬고 있더라구요. 그게 부러웠어요.”
  
  “그 다음은?”
  “제주도를 보면 바닷가에 그림같이 아름다운 게스트하우스가 많더라구요. 그곳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런 데서 일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알바를 시작했죠. 그랬더니 웬걸, 손님으로 차를 마실 때는 좋았는데 종업원으로 일을 하니까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닦고 쓸고 해야 하는 거에요. 벽에 장식으로 예쁜 컵들이 놓여있는데 그걸 먼지 한 점 없이 닦고 또 닦으면 손목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어요. 게스트 하우스 주인들은 우리 가족같이 지내자고 그래요. 그런데 나중에 그걸 해석해 보면 출퇴근 시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일하라는 소리더라구요. 그리고 가족이라는 포장 속에는 최저임금이나 수당을 안 줘도 된다는 말이기도 하구요.”
  
  “그 다음은 어떤 일을 해 봤어?”
  “그 다음은 헬스클럽에서 트레이너를 했죠. 회원들을 모시는 일인데 많은 사람들이 ‘내가 누군 줄 알아?’ 하면서 특별대접해 주기를 원해요. 또 트레이너도 나름대로 다 자존심이 있는 사람들인데 ‘어이 이리 와 봐’ 하고 반말을 하고 무시하기도 했어요.”
  
  친척 아이가 어떤 모멸감을 느끼고 세상에 대해 어떤 쓴 맛을 봤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얼마 전 집에서 밤늦게 ‘국도 극장’이란 영화를 봤다. 고시 공부를 하다가 사법시험이 없어진 바람에 낙향한 한 청년의 모습을 다룬 영화였다. 그 청년은 관객이 거의 없는 시골 극장에서 일을 한다. 극장에는 용도가 폐기된 극장 간판을 그리던 늙은 남자가 혼자 남아 극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밑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화면에는 정체와 허무가 안개같이 깔려 있었다.
  
  한 사람의 합격 뒤에는 수천 명 낙방자의 눈물이 있고 한 사람의 성공의 이면에는 수만 명의 실패가 있다. 그게 이 세상인지도 모른다. 그 합격자나 성공자도 진정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피라미드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이 사회에서 또 다른 실패와 추락이 검은 입을 벌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평생 뇌리에 생생하게 각인된 장면중의 하나가 있다. 대학 일학년 고시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였다. 고시생들이 있는 독서실에 가서 그중 나이 먹은 사람에게 많은 안내를 받았었다. 삼십대 중반의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십년간을 공부했다고 했다. 더 이상 그의 공부를 지탱해줄 돈이 없어 그는 공부를 포기했다. 그해 겨울 그는 동네 허름한 주점의 드럼통 화덕 앞에서 엎드려 울었다. 깊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울음은 소리가 아니라 온몸이 흔들리는 경련으로 나타났다.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절실한 울음을 본 적이 없다. 세상을 한 꺼풀 들추어보면 그런 실망과 실패의 바다가 아닐까.
  
  내 남 없이 깊은 속에는 그런 상처와 멍이 있지 않을까. 화려해 보이는 대통령도 서울시장도 산 위의 바위에서 떨어져 죽음 저쪽의 세계로 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은총을 세상의 성공에서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살아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하나님이 주는 진짜 축복은 성령인 것 같다. 성령은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생각을 초월하는 평안과 만족해 하는 마음을 일으킨다는 생각이다. 내가 고시에 실패하고 최전방 눈 덮인 철책선 부대에 갔을 때 하나님이 한 권의 책으로 내게 다가 왔었다. 그리고 안개같이 나의 내면에 스며든 성령이 평안을 주었었다. 방황하는 친척아이의 마음에도 이슬 같은 성령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 2020-07-19, 18:5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1   2020-07-22 오후 6:51
자유 민주 대한민국을 악의 시험들지 말게 하옵시고 악에서 구하여 주시옵소서!!! 더 이상 이 처참한 악마의 더러운 좌파 운동권 ,친북주사파,용공연공파,반미 친중파,공산주으이자 문재인 정권의 악행을 참아내기 힘듭니다!!! 죽으면 죽으리라!!! 권능의 천벌을 내려 치소서!!! 간절히 간절히 기드립니다!!!
  이중건   2020-07-20 오후 1:12
좋은 전도입니다.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