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惡靈)을 보았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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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십 년이 넘게 변호사 생활을 해 오면서 흉악범을 여러 명 만났다. 철창이 곳곳에서 길을 막고 있는 어둠침침한 구치소의 복도를 걸어가 짐승 우리 같은 좁은 접견실로 들어가면 그들이 있었다. 괴기소설의 몇 장면 같았던 흉악범들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처음에 만났던 여러 명을 죽인 살인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두 명은 쓰레기더미 속에 숨겨놨는데 그냥 모르는 체 하나 그것도 알려줘야 하나?”
  
  그는 사람을 죽이는 게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이미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악마였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소용돌이가 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또다른 강도 살인범이 있었다. 밤 늦게 당구장으로 들어갔다.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당구장 주인은 얼른 그에게 가지고 있던 지갑을 주었다. 그는 당구장을 점령해 문을 닫아걸고 당구장 주인을 의자에 앉혔다. 그 다음 그에게 비닐봉지를 뒤집어씌우고 청테이프로 그 위를 둘둘 감았다. 그리고 나서는 당구 큐대를 가지고 와서 그의 두개골을 부수었다. 더벅머리에 무심한 표정을 지었던 그의 내면에 어떤 악령이 도사리고 앉아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흉악범을 보다가 독특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눈에서 도깨비불 같은 퍼런 불빛이 튀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러 사람에게서 공통된 그런 것들을 느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어떤 흉악범의 눈동자 가운데에서는 창문의 커튼 같은 어떤 막이 쳐져 있었다. 그 막 뒤에서 움직이는 실루엣을 본 적이 있다. 나는 그걸 악령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들은 살인의 동기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흉악범들을 보면서 악령의 존재를 믿었다. 강한 악령이 그들을 사로잡고 피동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법정에서뿐만 아니라 그들은 자기 자신의 범행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냥 기분이 나빠서 그랬다고 말할 뿐이었다. 신부나 퇴마사들이 악령에 들린 사람과 싸우는 영화가 한여름이면 종종 등장한다.
  
  흉악범들과 만날 때면 악령 앞에 있는 서늘하고 무서운 느낌이 들곤 했다. 그래서 철저한 신앙이 필요했다. 악령이 있다면 성령이 있어야 했다. 성경은 성령을 간절히 구하면 그 성령이 온다고 했다. 나는 흉악범을 볼 때마다 그 앞에서 먼저 눈을 감고 빌었다. 성령이 내게 오셔서 악령을 물리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달라고. 그리고는 그들을 쳐다보았다. 대부분의 경우 그 순간 상대방의 눈빛이 흔들리고 그 속에서 뭔가 주춤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흉악범들이 갑자기 기가 꺾여 약해지기도 했다. 나는 그걸 성령의 힘이라고 믿는다.
  
  나약한 지식인에 속하는 변호사인 나는 그들을 기(氣)로 이길 수 없었다. 조직폭력배들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로 우선 인간적으로 기가 죽었다. 그런 때면 그가 보는 앞에서 기도를 했다. 하나님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마음속에서 내게 말없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내가 너에게 맞아죽을 용기를 주겠다고 말이다. 하나님은 마음속에 조용히 들어오셔서 어떤 때는 양심으로 어떤 때는 뜬금없는 생각으로 또 어떤 때는 부드러운 감성으로 내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깊은 속에 있는 나의 영의 지각이 그걸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더러는 수수께끼 같은 의혹도 풀어주셨다. 폭력조직에 속한 두 명이 회칼을 가지고 가서 사람을 난자해 죽인 사건이 있었다. 그들은 법정에서 재판장을 놀렸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죽이고 다른 한 사람은 밖에서 망을 봤는데 진짜 살인범을 찾아내 보시라고 했다. 재판장은 그중 한 사람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들 두 명은 구치소에서 만난 내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악마들이 장난치는 느낌이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어떤 존재가 재판장이 지목한 인물이 아닌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나는 그를 보면서 당신이 진짜 살인범 같다고 했다. 그가 진범이 맞았다.
  
  나의 법률지식이나 가지고 있는 이성보다 더 정확하고 민감한 다른 것이 내면에 있는 걸 종종 느낀다. 나는 신앙은 불이고 지식은 연료라고 생각한다. 지식 없는 신앙은 미신이고 신앙이 없는 지식은 기계 같은 존재다. 하나님은 마음으로 보지 않고는 믿을 수가 없는 분이다. 그래서 신앙만의 사람은 되지 않으려고 했다. 신앙을 가진 일꾼 변호사 하나님을 믿는 변호사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 2020-07-18, 19:3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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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과오답   2020-07-18 오후 8:39
악령일까요 ?
추악하고 잔인한 인간일까요
캄보디아의 폴포트가
인간을 죽여 해골탑을 건설 했습니다

그도 악령에 의한 것일까요 ?
일본은 기독교가 성하지 않습니다만
제 보기엔 선량하고 정직해 보이더군요

거짓 사기 무고가 우리는 일본의 이백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잔인하고 포악한 범죄자의 비율도 비슷하지 않을가요 ?
그들은 예수도 별로 믿지 않는대 원인이 뭘까요...

선생님은 악령이 아니라 잔악한 인간 도살자를 보신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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