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폭풍에 맞서는 방법
“변호사 양반, 내가 지금 걸린 것 말고도 죽인 사람이 두 명 더 있어. 그것까지 부는 게 유리할까? 아니면 불지 말까?”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이웃 빌딩에서 법률사무소를 하던 변호사가 내게 이런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점심을 먹고 돌아와 보니까 내 사무실에 불이 난 거야. 소방차가 출동하고 난리가 났어. 왜 불이 났나 알아보니까 십년 전 민사사건을 맡았던 당사자가 와서 사무실 바닥에 기름을 붙고 불을 질러 버린 거야.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어. 지난 십년간 단 한 번의 항의도 없었어. 사건을 진행할 때도 고맙다고 하고 잘 끝난 사건이야. 만정(萬情)이 떨어져서 사무실을 이사했어.”
  
  그는 정의롭고 강직한 판사였다. 그리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변호사로서도 정직하고 올곧은 사람이었다. 또 다른 후배 변호사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검사를 마치고 부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어요. 어느날 법정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우람한 덩치의 두 남자가 내 양팔을 잡더니 바짝 들어서 법원 앞 내 사무실로 데리고 가더라구요.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한 남자가 거기 가지고 와서 놓아두었던 휘발유통을 보이면서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으니까 불을 질러 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무릎을 꿇고 싹싹 빌어서 달랬어요. 그리고 나서 더 이상 못해 먹겠더라구요. 사무실을 문 닫아 버리고 서울로 올라와 버렸죠.”
  
  변호사들에게 이따금씩 불어닥치는 태풍이었다. 그런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자기 마음에 드는 결과가 안 나왔다고 와서 칼로 변호사의 허벅지를 찌른 경우도 있었다. 상식을 넘어선 살인범 폭력범 사기범과 만나는 자체가 인생의 태풍인지도 모른다. 변호사 생활 삼십년간 나는 그런 바람 속에서 항해해 왔다. 성경을 보면 예수의 제자들이 탄 배도 폭풍을 만났다. 바람도 잔잔하게 할 능력이 있는 주님이라면 애초에 폭풍이 없게 해야 맞았다. 그러나 주님은 그들에게 폭풍우에 맞서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고 그런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나는 폭풍에 맞서는 방법을 터득해 갔다.
  
  변호사를 개업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오류동 길가에 있던 영등포교도소의 작은 면회실에서 강도 살인범을 만났다. 그는 열 명 이상을 살해한 흉악범이었다. 그의 눈에서는 음사한 느낌을 주는 파란 불꽃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반 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는 그와 나 단둘이었다. 그는 수갑도 차고 있지 않았다. 은근히 두려웠다. 그가 살기가 띤 눈빛을 보내면서 내뱉었다.
  
  “변호사 양반, 내가 지금 걸린 것 말고도 죽인 사람이 두 명 더 있어. 그 시체를 쓰레기 터 밑에 숨겨뒀는데 그것까지 부는 게 유리할까? 아니면 불지 말까?”
  
  그는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잠시 침묵하면서 하나님께 악마를 이길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 순간 마음속에서 어떤 존재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를 보면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은 강도고 또 살인범이잖아? 먼저 그걸 알아야 하는 거 아닐까?”
  
  “내가 아무리 강도지만 변호사가 강도라고 부르다니?”
  순간 그의 얼굴색이 변하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강도를 강도라고 하지 뭐라고 하나?”
  내가 당당하게 맞섰다. 이왕 나선 길이었다.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적당히 대우해주고 빠질 걸 하는 후회도 있었다. 더 이상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참회하지 않는 그를 변호할 생각도 없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다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내뱉었다. “어디 두고 봅시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몇 달이 흐른 후 한 장의 편지가 내게 도착했다. 그 강도살인범이 보낸 것이다. 편지내용은 이랬다.
  
  “변호사와 헤어져 감방으로 돌아온 후 죽이고 싶은 분노로 잠까지 설쳤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나를 강도라고 정직하게 말해준 변호사가 있었는지? 그런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가짜였습니다. 그렇게 불러준 데 대해 감사합니다. 이감(移監)을 가면서 편지 보냅니다.”
  
  인생의 폭풍에 맞서는 방법으로 정직을 배운 사건이었다.
  
[ 2020-05-11, 18:3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1   2020-05-20 오후 6:17
이정권의 실정을 인정 안하는 이 살인자보다도 양심없는 빨갱이 정권에게 자유 민주 국민은 감하게 용감하게 잘못을 알려줘야할 의무와 첵임이있다는것 알았습니다!!! 옳은것은 언제나 옳으며 틀린것은 아무리 변명과 궤변으로 덮고 호도해도 츨린것 이라는것을 이정권이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듭니다!!! 감사의 글입니다! 감사! 감사!!!
  이중건   2020-05-11 오후 11:09
또 감동입니다. 눈부릅뜨고 무는 개를 보면 물지를 못하지요. 달아나면 물지요. 말이 쉽지 눈부릅뜨고 보기가 헐치 않습니다.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