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해도 안 되면 재능이 없는 거예요”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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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퇴직을 한 육십대 중반의 남자가 동네 도서관을 다니다가 그곳의 직원으로 있는 삼십대 여성으로부터 이런 인생 상담을 받았다.
  
  “저는 동화작가가 되기 위해 십년 전부터 작품을 써서 발표하고 있어요. 그런데 친구는 벌써 그 작품이 당선이 되고 책도 나오는데 나는 그렇지가 못해요. 친구에게 샘이 나기도 하고 자신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해요.”
  
  여성은 위로받고 좀 더 인내하라는 격려의 말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십 년간 했어도 어떤 실적이 없다면 동화를 쓰는 일을 그만 두어야 할 것 같네요. 한마디로 재능이 없는 겁니다.”
  
  찬바람 도는 매서운 말이었다. 옆에서 보기에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며칠간 그 장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차츰 수긍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내가 이십대 초에 고시 공부를 시작할 때였다. 조선의 과거시험같이 전국에서 몇십 명 정도의 소수의 인재를 뽑는 시험이라고나 할까. 산 속의 절간과 독서실, 고시원에는 백발이 희끗한 나이까지 시험을 치르는 고시 낭인들이 들끓었다. 당시 내가 보기에도 십년 정도 세월을 보내면서도 실패한 사람은 합격할 희망이 없어 보였다. 매너리즘에 빠진 그들은 곰팡내 나는 책을 앞에 놓고 그냥 세월을 죽일 뿐이었다. 단호하게 끊어버리고 새 길을 모색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직장을 가질 기회도 놓치고 나이 먹고 몸까지 쇠약해진 고시 낭인들이 암자의 어두운 뒷방에서 해골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기도 했다. 제 때에 삶의 궤도수정을 하지 못하고 벼랑으로 내몰린 것이다.
  
  중국의 명문대학을 나온 청년이 내게 외교관이 되고 싶다면서 조언을 구했다. 그 아들을 공부시킨 엄마 역시 아들에 대한 꿈이 컸다. 나의 느낌으로 자칫하면 그 모자가 낭패와 좌절을 겪을 것 같았다. 한 사람의 합격 뒤에는 백 명 천 명의 실패자가 있는 게 경쟁이 치열한 세상의 모습이었다. 한 사람의 성공 저쪽에 만 명이 좌절하고 눈물을 흘린다.
  
  그 모자는 십년 가까이 조그만 만두 전골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청년이 만드는 만두에 손님들이 몰리고 있었다. 주위의 가게들은 파리를 날리고 있어도 청년의 작은 가게에는 손님들이 줄을 섰다. 나는 청년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만두 가게를 접지는 말고 빈 시간을 이용해서 공부하며 꿈에 도전해 보라고 권했다.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청년은 밤이 되면 직접 야채를 다듬고 고기를 삶아 직접 만두를 빚었다. 여러 한약재를 구해서 전골 국물을 만들어냈다. 그런 것들이 손님들을 오게 한 것 같았다. 그 청년이 엄마와 함께 2020년 새해 인사를 와서 말했다.
  
  “이제야 하나님이 내게 주신 달란트가 뭔지 알았습니다. 외교관이 아니고 만두를 잘 빚는 재능입니다. 앞으로는 평생 그 일에 전념하겠습니다.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겠습니다.”
  
  청년의 얼굴에서 이제야 자신의 천직을 찾았다는 강한 확신의 빛이 보였다. 그 청년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 천직이란 자기가 쉽게 그리고 즐거움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다. 대충 십 년쯤 해보면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게 된다. 즐거움을 가지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평생 해가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 2020-01-07, 21:1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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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1-21 오후 9:22
감사 드리며!!! 즐거움을 가지고 할수있는 일!!! 이것이 참 일이라는것!!! 자기가 하는일이 무언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정치인이 너무나 많은 대한민국 아닌가??? 이런 생각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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